등록 : 2018-10-19 17:52:56 수정 : 2018-11-01 13:18:31

[이슈포커스] 무기계약직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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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vol.330]

▲이상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1. 들어가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 시행된 지 11년이 경과했다. 이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던 계약직 근로자들 다수가 계약 기간의 정함은 없으나, 정규직 근로자들에 비해 승진 및 임금 등과 같은 근로조건에서 일정한 제한을 받는 무기계약직(소위, 중규직) 근로자들로 전환됐다. 그런데,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사실상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바,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한 처우를 요구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최근에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차별적 처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는 등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의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려는 소송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 기간제법상 차별 처우 금지 규정의 문제점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에서는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며, 계약직 근로자들과 무기계약직 근로자들 간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나, 무기계약직 근로자들과 정규직 근로자들 간의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기간제법 제8조를 근거로 차별적 처우의 금지 및 차별적 처우로 인한 미지급 임금의 지급 청구 등 차별적 처우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은 사실상 차별 처우 시정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3.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대한 주류적 견해
 
위와 같은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의 한계 때문에,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 제6조를 근거로,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의 차별은 무효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도 아래와 같은 한계가 있다.
 
먼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인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 제6조에 근거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주장이 타당하기 위해서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 혹은 고용 형태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함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관한 주류적인 견해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이란, 선천적 신분과 같이 사실상 쉽게 변경할 수 없는 고정성이나 국적∙신앙 등과 같이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일신전속적 표지일 것을 요하므로, 개인의 노력 여하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 고용 형태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기계약직'과 같은 고용 형태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4. 무기계약직을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으로 인정한 사례
 
이러한 상황에서, '무기계약직'과 같은 고용형태도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이 최근 잇따라 선고됐다.
 
가.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6.10. 선고 2014가합3505판결 (이하 '제1 대상판결')
위 사건은, 계약직근로자였다가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된 원고들이 정규직 근로자들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회사가 정규직 근로자들에게만 각종 수당을 지급하자, 이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해 원고들을 차별 처우한 것이라며, 그 동안 미지급된 각종 수당액의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위 사건 재판부는 '직업뿐 아니라 사업장 내의 직종, 직위, 직급도 상당한 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거나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에 의해서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 신분이라 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의 원고들과 정규직 근로자들은 채용절차나 방법, 임금체계, 보직의 부여 및 직급승진 가능성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고, 이처럼 채용절차 단계에서부터 각자의 직역이 결정되어 자신의 의사나 능력과 상관없이 보직을 부여받을 수도 없고 직급승진도 할 수 없는 구조에서는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 형태 내지 근로 형태는 피고 회사 내에서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에 의해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며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즉,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 형태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함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위 사건은 2018.2.3.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6나2044835)에서 강제조정으로 종결됐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 형태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상급심의 판단은 아직까지 명시적으로 있지 않은 상황이다.
 
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6.14. 선고 2017가합507736 판결 (이하 '제2 대상판결')
위 사건은 국가기관 등에서 고용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일용직을 거쳐 무기계약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는 원고들이, 고용직 공무원을 거쳐 기능직 공무원이 된 자들은 고용직 공무원 근무경력이 100% 호봉에 반영되고 있는데도 동일-동종 업무를 수행하는 원고 등의 고용직 공무원 근무경력을 호봉으로 반영하지 않은 단체협약은 근로기준법 제6조 등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고용직 공무원 근무경력이 반영된 보수액과 기존에 지급된 보수액의 차액 상당의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위 사건의 재판부는 '① 헌법 제11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규정 취지를 종합하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 특히 열등하다는 평가를 수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② 이와 같은 사회적 신분에 고정성이나 일신전속적인 인격표지성 등을 요구할 경우 사실상 사회적 신분으로 인정될 수 있는 지위는 극소수일 것인데, 이는 신분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오늘날 굳이 '사회적' 요건을 더하여 신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11조의 정신에 반하므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의 표지로서 고정성이나 인격표지성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③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는 직업 또는 근로와 결부되었다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한번 취득하는 경우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근로자에 비하여 더 낮은 대우나 보수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근로자에 비하여 자격이나 능력이 열등하다는 평가가 해당 직장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바, 무기계약직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해,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그리고, 위 사건은 2018년 7월 4일 확정됐다.
 
5. 결론
 
제1, 2 대상판결의 취지에 비춰보면, 법원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을 차별적 처우의 사각지대에서 보호하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실질적으로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그 차별적 처우의 시정을 구할 수 없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한 법률적인 구제방안을 제시해준 것으로서 정당하다. 즉, 제1, 2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에 존재하고 있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들과 정규직 근로자들 간의 차별금지 규정에 관한 공백을 헌법 제11조와 근로기준법 제6조의 해석을 통해 해결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위 제1, 2 대상판결의 내용을 기초로, 현행 기간제법을 수정하는 등의 방향으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과 정규직 근로자들 간의 차별을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입법되길 기대해 본다. 

 
 
이상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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