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괴롭힘학회가 5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마테오관에서 '2025년 하반기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재헌 기자 jh59@)
 
이재명 정부의 직장 내 괴롭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범위 확대와 예방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괴롭힘학회는 5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마테오관에서 '2025년 하반기 학술대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보호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9월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직장 내 괴롭힘 분야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괴롭힘 방지 협약(190호 협약) 비준과 행복한 일터 인증제를 제시했다.
 
ILO 190호 협약은 괴롭힘의 개념에서 지속·반복성을 제외하고 보호 범위를 근로자로 한정하지 않고 있어 협약이 비준될 경우 직장 내 괴롭힘 개념과 보호 범위의 변동이 불가피하다.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 대표는 ILO 190호 협약 비준 논의를 통해 괴롭힘 보호 범위를 체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ILO 190호 협약 비준 논의를 통해 국내법 제도가 국제적인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직장 내 괴롭힘 보호 범위를 체계적으로 확정하야 한다"고 했다.
 
이수연 전(前) 국가인권위원회 국민소통센터장도 "상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과 비정형 근로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 하고 있다"며 "ILO 190호 협약이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영세사업장 근로자와 비정형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보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호 범위 확대와 함께 현실적인 지원 방안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찬영 세종안전기술 박사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영세 사업장에도 합리적으로 적용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적 지원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영세 사업장의 여건을 고려한 법 규정 보완과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 제도의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행복한 일터 인증제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 대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근원은 권위적 조직 문화"라며 "행복한 일터 인증제와 같은 인센티브 기반 정책을 통해 기업들이 예방 시스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ILO 190호 협약 비준을 통해 최소한의 안전망을 의무화하고 행복한 일터 인증제를 통해 예방 중심의 문화적 개선을 촉진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넘어 노동 시장의 불평등 해소라는 거시적 사회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권현진 한국공인노무사회 공인노무사도 "실효적인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서는 예방 교육 의무화와 함께 객관적인 실태 진단 체계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영세 사업장에 대해서는 교육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온라인 교육 플랫폼과 전문 강사 풀을 제공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행복한 일터 인증제가 오히려 사건 은폐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송연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행복한 일터 인증제가 시행되면 기업들이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증이 괴롭힘 방지 체계나 시스템을 구비했는지 여부로 평가돼야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