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31 12:56:23 수정 : 2018-12-31 13:36:59

민주노총 2018년 평가와 2019년 과제

  • PDF
  • 프린트
  • 작은글씨
  • 큰글씨
[2019년 1월호 vol.332]
2018년을 돌아보며


'노동존중, 재벌개혁'에서 '재벌존중, 노동개혁'으로 선회하는 정부.
흔들리는 사회적 대화와 격화되는 노정-노사관계.
민주노총, 투쟁속에 100만 조합원 시대 임박.



2018년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과 노사관계는 이렇게 압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촛불혁명을 배경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시대정신으로부터 자꾸 멀어지고 있다. 적폐세력과의 타협이 노골화되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즌 2', '이명박근혜 3기 정부'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최근 경제노동정책이 단순 속도조절 감속인지, 내용적 후퇴인지, 완전 유턴과 역주행인지 내부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한마디로 '줬다 뺏는 노동정책'에 다름없다. 뒷심 부족이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중간과 끝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일부 노동현안 문제는 해결되고 있지만, 노사관계발전을 위한 제도화는 자꾸 뒷걸음 치고 있다. 고용정책만 보이고 노동정책은 점점 희미해진다.

구속 중이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 노동현장 과거청산의 상징적 사례인 쌍용차 해고자 복직, KTX 여승무원을 포함한 철도노조 해고자 전원 복직, 8,500억 공적자금을 투여해 GM 한국공장 폐쇄(철수) 중단, '삼성 봐주기'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던 권혁태 대구고용노동청장 기소와 직위해제, 파국으로 치닫던 잡월드 자회사 전환 반대투쟁 막판 타결 등은 긍정적 변화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공무원 해직자 원상회복, 400일을 넘기고 있는 파인텍 노동자들의 75미터 고공농성, 태안화력 비정규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산압법 개정 등 수많은 현안 문제들은 여전히 미결의 과제로 남겨진 채 해를 넘겼다. 

제도적인 문제는 초기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한걸음 나아가다가 보수언론과 야당, 자본의 저항에 부딪치면서 두 걸음 뒤로 후퇴하기 일쑤였다.

'노동시간단축'은 2월 국회에서 주 52시간 상한제 법제화로 앞으로 나아가는 듯 했으나, 처벌을 유예하고, 포괄임금제 불법화 조치도 미루고, 탄력근로 기간 확대 추진으로 다시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온존하려는 흐름과 타협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은 2년 연속 두자리 수 인상으로 시급 8,350원이 됐지만, 상반기 국회에서 인상 효과를 반감시키는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개악을 강행처리하고 하반기에는 지역 업종별 차등적용 등 추가 개악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 고용법제화법 시행 12년, 노동자 파견 합법화 20년동안 1,100만명으로 폭증한 비정규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면서 의욕적으로 출발했고, 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간접고용 비정규직 포함 10만명의 정규직 전환이 완료되는 등 일부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제외자가 늘어나고, 또 다른 하청기업인 자회사로 전환율이 50%를 넘어서면서, 민간기업 정규직화를 선도하기에는 한계를 보였다.

일자리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업무지시 1호로 설치된 위원회라는 정치적 상징성에다가 기재부 등 9개 부처 장관 포함 30명의 민관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가하는 본회의와 더불어 4개 전문위 및 특위, 7개 TF, 1개 연구회에 200여명 이상의 위원들이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활동이 침체되면서 완연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 추진 관련 실질적 점검, 이행과 연계한 활동,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과 나누기 의제'집중 논의, 관련 부처와 연계해 해당 산업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의 모범과 모델 만들기 등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

사용자 동향을 보면, 경총은 지난 12월 7일 최저임금, 탄력근로, 경제민주화법안 등 8대 쟁점 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서를 발표했다. 삼성 노조와해 의혹 관련 경총의 부당노동행위 개입 등으로 간부 일부가 기소돼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계기로 글로벌 기준에 맞는 사용자단체로 거듭나지 못한 채 여전히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 '노동배제 전략'에 의존한 경영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선전포고인듯해 씁쓸하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이자 대통령 공약사항인 ILO 핵심협약 비준은 정부가 그 어떠한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추진이 오리무중이다. 그 틈을 타서 사용자들은 ▲단협 유효기간 연장(최단 3년, 최장 5년) ▲특정형태의 파업(직장 점거) 전면 금지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 허용 등 오랜 민원 요구를 가지고 물타기 내지는 거래와 흥정 대상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 개정 과제 논의를 11월 20일 1단계로 마무리했고, 2단계 논의를 1월말 목표로 진행 중에 있다.

민주노총은 김명환 신임 집행부가 2018년 어려운 조건 속에서 압도적인 조합원 지지를 받으면서 출범했다. 촛불 이후 최대 집회라는 6월 30일 비정규직 철폐 노동자대회, 상반기 최저임금 개악 저지를 위한 국회대첩,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 11월 21일 총파업투쟁을 조직하면서 현장의 힘과 요구, 분노를 확인했다.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뀐 탓이다.

주목할 점은 촛불혁명 이후 김명환 새 집행부의 전략조직화사업과 개혁적 분위기, 노조할 권리에 대한 인식변화 등에 힘입어 현장투쟁과 미조직 조직화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2017년 말 당시 78만명이었던 조합원 숫자가 2018년 12월에는 1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한 것이다. 2018년 들어 주요 산별노조에서 자체 조직 확대가 꾸준히 이어졌고, 신규노조로서 포스코, 파리바게뜨, 네이버-카카오-넥슨 등 IT 업계, 삼성전자서비스, 그리고 비정규 노동자, 소위 갑질 사업장 등에서 노조가 속속 만들어졌다. 민주노총 조직의 또다른 특징은 조합원의 83.1%가 초기업노조 소속이라는 점이다.


2019년을 준비하는 민주노총의 기본 문제의식


2019년은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이자, 대한민국 건국 100년, ILO 창립 100주년 이라는 상징적인 해로서 우리 사회에 무척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세력 간의 치열한 정치적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본격적으로 조합원 100만명 시대를 열어가면서 더 큰 사회적 책무와 역할, 투쟁 방향과 요구에 대해 무거운 무게감으로 고민과 토론을 거듭하고 있다. 노동자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투쟁, 촛불혁명 이후 새로운 사회를 위한 담대한 '전략'과 '비전'을 고민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누구의 것인가? '당신들의 노조'에서 '우리들의 노조'가 되기 위해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 되기 위해 체질을 바꾸고 혁신하면서 대안세력으로 나아가는 방안을 적극 찾아나갈 예정이다.


2019 예상되는 주요 쟁점


쟁점 1 -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참가할까?

지난해 10월 17일 정책대의원대회가 무산돼 결정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 방침이 오는 1월 28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확정된다. 물론 정기대의원대회인 만큼 2019년 주요사업과 투쟁계획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사회적 대화 참여와 관련해서는 민주노총 내부에서 여전히 적극적 참여와 절대 불참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계속되는 정부 정책의 우경화 흐름 속에서 현장에서 부정적 기류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문재인 정부를 명확한 반노동정부, 촛불배신정부로 규정짓고, 경사노위 또한 정부 정책을 관철하고 노동자 양보를 강요하는 정부 들러리 기구로 보고 불참하면서, 교섭에 기대하지 말고 투쟁에 더 집중하자는 입장과 문재인 정부가 개혁정부냐 반동정부냐 하는 성격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체적 투쟁과 실천이 정책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경사노위를 민주노총 요구를 쟁취하고 쟁점화하는 유의미한 공간의 하나로 보고 적극적 개입전략을 구사하면서, 노조의 당연한 무기이자 권리로서 투쟁과 교섭을 더 적극적으로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으로 고립 배제되고, 귀족노조, 대화하기 어려운 괴물 취급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라는 공간은 민주노총의 진정성 있는 요구와 주장을 알리고 사회 쟁점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수백만명에게 전달할 수 있는 대형 스피커를 확보하게 되고, 노사정 대표선수가 참가하는 투쟁의 링에 올라 제대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산별교섭 등 초기업 교섭으로 가는 데 있어서 유력한 매개고리이자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사회적 대화 초기 무리한 합의를 강요하면서 정부 정책 추진의 들러리 기구로 삼으려고 하는 의도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서면서 강력한 반대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조급하게 욕심을 내어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도 경계하면서, 우선적으로 노사-노정  간에 신뢰를 구축하고 초기업 중층적 교섭틀을 만드는 플랫폼 역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전국적 단위 사회적 대화의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차기 정부와 차기 민주노총 집행부의 몫일 수 있다.

민주노총이 1998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20년만의 참여를 재추진하는 만큼 치열한 토론이 예상된다. 오는 1월 28일 정기대의원대회 결과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의 선택은 한국 노사관계발전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쟁점 2 - 탄력근로 확대, 최저임금인상, ILO 핵심협약비준


①탄력근로: 정부여당의 정무적 판단 오류로 시작된 자본민원성 해결 의제인 탄력근로 확대는 시기적으로 내용상으로 정말 부적절한 의제다. OECD 평균노동시간(연1,692시간) 도달과 최소 주52시간 상한제 현장 정착이 된 2022년 이후 논의를 시작하는 게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졸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현장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사실 장시간 노동체제 과로사회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것은 탄력근로 같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이 아니라 장시간 불규칙 노동을 줄이고 '노동시간 선택권과 권리 확대' 하루 11시간, 한 주 1회 24시간과 11시간이 포함된 35시간, '연속휴식시간제', '주휴일 노동 금지법'도입 등 노동시간 규제와 함께 '노동자 휴식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다.

②최저임금: 새해 시작과 함께 경영계와 보수세력은 높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기업과 경제가 망할 것 같다는 공세를 더욱 강하게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저임금 인상투쟁은 위축되면서 상당히 수세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최저임금 1만원 인상요구는 인상기준을 보완하면서 계속 주장하되, 목전의 인상 요율을 넘어 최저임금 제도개선, 통상임금, 산정기준 등 올바른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격차 해소, 중소자영업자 보호,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요구로 투쟁의제를 확장해야 한다. 아울러 최저임금 투쟁 프레임을 전환해 최저임금 인상이 '을과 을의 전쟁'이 아니라 '을과 을의 연대'임을 알리고 이를 통해 '갑과 을의 전쟁'으로, 재벌과 대기업 등 '갑의 책임'을 분담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투쟁이 6월 전후 반짝하는 한시적 투쟁이 아니라 1년간 계속되는 연속적인 연중 투쟁으로 보고, 세부 대응 논리개발과 함께 대 언론 여론투쟁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③ILO 핵심협약비준: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 관행개선 위원회 2단계 논의가 1월에 진행되고, 이어서 2월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ILO 협약 비준 절차 즉각 개시와 국제기준에 따른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ILO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 의지를 압박하고, 국회를 통한 노동관계법 개정도 동시에 요구하면서 범국민적인 여론형성과 대중적 대규모투쟁을 위해 제2기 ILO 공대위 구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한EU FTA 지속가능발전장'정부간 협의에 적극 개입하고,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3월까지 접수보고 할 수 있도록 진정을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협약비준과 법 개정 과제에 관한 민주노총의 입장과 국제사회의 흐름을 공론화할 수 있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OECD 가입 국가이자 10대 경제강국으로서 ILO 협약 비준 건수가 191개 회원국 중 118위, ILO 핵심협약 비준 건수가 191개 회원국 중 177위, OECD 국가 중 87호, 98호 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과 한국뿐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가져야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조할 권리 보장 = 노조 조직률 확대 = 사회적 약자의 대등한 교섭력 확보 = 노사 자치주의 강화 = 양극화 해소, 소득주도성장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그 밖에 정부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 상시지속업무에 비정규직 고용원칙과 공공부문 3단계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산별교섭 추진, 광주형 일자리, 제주영리병원 도입 등을 둘러싸고도 노정 간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은 보수언론의 민주노총 죽이기와 정부와 정치권의 민주노총 때리기를 통한 정국 돌파 전략에는 단호히 맞서 싸우면서도, 100만 민주노총 시대를 열어 가는 데 있어서 막중한 사회적 책무와 내부 혁신을 주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청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모색을 해나갈 것이다. '정책 민주노총'으로 거듭나면서 중소영세 노동자, 여성,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조직화를 통해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 '노조 조직률 30% 사회', '초기업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저자이미지

목록보기 버튼

이전글 
2018년 노동 회고를 통해 본 2019년 노동정세 전망과 과제
다음글 
명암(明暗) 엇갈린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
특집 List 더보기 >
  • 1포괄임금제의 효용성
  • 2IT기업의 노동법적 쟁점
  • 3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IT기업의 대응방안
  • 4IT산업 노동조합 설립 현황과 특성
  • 5IT노동자에게 드리운 일상화된 무임노동
  • 6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논의 초안 평가
  • 7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초안 검토
  • 82019년 최저임금 산정 다섯 가지 쟁점
  • 9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이해와 보상관리 전략
  • 10최저시급 산정 시 유급휴일의 정확한 처리 방법과 남아 있는 논쟁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