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31 12:58:41 수정 : 2018-12-31 13:36:42

명암(明暗) 엇갈린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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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호 vol.332]
2018년의 요약


2018년도에는 노사관계 자체는 물론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 환경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단계적 적용으로 인해 전면 실시된 것은 아니지만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됐고, 최저임금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조정됐다.

지난 12월 말에는 직장에서의 괴롭힘을 금지하고 사용자의 조치의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직장에서의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반기에 가장 오랫동안 논란이 됐으며 아직도 그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쟁점은 결사의 자유 협약 등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다. 지난해 11월 1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논란 끝에 노사 간의 합의 도출에는 실패한 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익위원안을 운영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전임자 급여지급 자율화, 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 소방공무원과 5급 이상 공직자 노조 가입 허용, 특수형태종사자 노동권 보호방안 모색이 주요 내용이다. 준비 없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초래할 급격한 국내 법제도 변화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제도 변화는 기업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인식을 하게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일방적인 정책들의 부작용은 성장률과 일자리증가율 등에서 제일 먼저 가시화됐다. 정부와 여당은 점차 서두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은데, 노동계는 아직 속도조절이나 힘의 균형을 고려할 때가 아니라는 듯 더욱 거세게 자신들의 주장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노동계는 초기에 '대화와 투쟁 병행' 기조를 보였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해 현안 해결을 요구하고, 집회-점거투쟁을 병행하려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며 대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노동계의 조직화 경쟁으로 신규노조가 다수 설립됐고,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도 올해 노사관계의 특징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표다. 양 노총은 2018년 주요 사업으로 조직확대를 설정하고 포스코, 네이버를 포함한 많은 기업에 노조를 설립했다. 양 노총이 조직화 사업을 위한 인적-물적 투자를 강화하는 만큼 조직확대를 위한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사업장 단위 노사관계를 혼란하게 만드는 불씨가 될 수 있다.


2018년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평가와 대안


정부는 2017년에 '소득주도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2018년에는 정책 확산에 주력했다. 고용부도 연초 업무보고에서 '노동시장 격차 해소, 일터에서의 삶의 질 향상'을 주요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대표적인 정책은 근로시간 단축이었다. 지난 2월 실근로시간을 1주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8시간 내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은 인정하지 않도록 명문화해 최소한의 균형성을 고려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기존 26개에서 보건업, 육상운송업(노선여객운송사업 제외)을 포함한 5개로 축소됐다.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이어갔다. 2019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으로 결정됐다. 2018년에 적용된 최저임금 시급 7,530원에 비해 820원(전년 대비 10.9% 인상) 올랐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2.5%인데 반해 최저임금은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9.1% 상승했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의 직접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율은 2000년 1.1%(5.4만 명)에서 2019년 25.0%(500.5만 명)로 크게 늘었다. 1인당 국민소득을 고려한 최저임금 수준은 OECD 22개국 중 4위로 올라섰다. 최저임금 정책 개선에서 더 나아가 최저임금 결정구조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을 모두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고용상황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취업자증가 수는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전년 같은 달보다 10만 명 전후에 머물렀고 8월에는 3,000명에 그쳤다. 청년 실업률은 6월 기준 10.3%를 기록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고율 인상 정책은 결국 영세 자영업자와 취약한 일용 근로자들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만들어 을(乙)들의 전쟁을 촉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는 후속대책을 통해 고용상황 개선을 모색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경총 건의를 수용해 6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했고, 탄력적근로시간제 개선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의 경우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 일부를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최저임금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후속대책은 현장의 부담을 줄이기에 부족해 보인다.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감쇄하기 위한 개선책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유연근무제 활성화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상 유연근무제는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할 만큼 도입요건이 까다롭고 단위 기간이 짧다. 2017년 기준 유연근무제 활용도는 탄력적근로시간제가 3.4%, 재량근무제가 4.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연근무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위 기간을 확대하고, 도입요건인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인가연장근로 활성화를 위해 허용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아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인가연장근로의 대상이 현행법상으로는 '자연재해와 재난'으로 한정돼 있어 활용도가 지극히 낮다.

최저임금 안정도 필수다.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266.4만 명) 98.7%가 300인 미만 기업, 87.3%가 30인 미만 기업에서 일했다. 2년 사이에 29.1% 인상된 최저임금은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 영세기업의 고용 위축을 가중할 수 있다. 단일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한 부작용 해소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지급능력, 근로조건, 생산성은 업종별로 다양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일괄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적용하다 보니 경영이 어려운 업종은 최저임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은 전체 근로자의 13.3%로 266만명에 달하고, 업종별 편차도 최대 40% 이상 벌어져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해당 업종이 최저임금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를 '소정근로시간'에서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처리시간'으로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대화 활성화 기대


오랜 준비 끝에 지난해 11월 22일 경사노위가 공식 출범했다. 경제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의 무게를 고려할 때 경사노위 출범은 의미가 크다. 새로 출범한 경사노위는 참여 주체를 기존 10명에서 18명으로 확대했다. 다만, 민주노총은 내부 사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모처럼 재개된 사회적 대화 분위기 속에 민주노총 불참은 아쉬운 대목이다.

경사노위에서는 'ILO 기본협약 비준' 문제가 계속해서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향후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공익위원안이 도출한 단결권과 관련된 1단계 쟁점 이외에,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과 관련해 2단계 논의도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2단계 논의에서는 향후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고 노사관계 선진화의 틀을 갖출 수 있도록 과도한 노동권 보호조항을 개정하는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특히 대체근로 허용,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와 같이 글로벌스탠다드에 맞는 제도 개선 논의가 시급하다.

근로시간제 개선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경사노위는 탄력적근로시간제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한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후 5개월이 지났지만 산업현장의 혼란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2020년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개정법이 적용된다. 현장의 우려가 크다. 새로 설치할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앞서 언급한 유연근무제의 단위 기간 확대, 요건 완화와 같은 보완책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논의되길 기대한다. 의제별 위원회 중에는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 활동도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산업구조의 혁명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우리 사회가 산업과 일자리의 변화에 현명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산업현장 노사관계


2018년은 노동계의 다양한 현안 해결 요구가 봇물이 터지듯 했다. 중앙단위 노동단체의 주요 요구로 탄력적근로시간제 확대 반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반대를 꼽을 수 있다. 현장에서는 주요 완성차-조선사의 구조조정 반대, 대기업-공공기관 협력업체 직원의 직고용 요구가 많았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과 11월 총파업을 벌였고, 현장조직들은 대검찰청, 지방고용노동지청,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등을 점거했다. 노동계 투쟁의 여파로 노사분규 건수와 집회-시위 건수가 크게 늘었다. 노사분규 건수는 지난 10월 말 기준 107건으로 전년 84건에 비해 27.3% 늘었다. 집회-시위는 7월 말 기준 3만7,478건으로 전년 동기 2만3,749건에 비해 57.8% 증가했다.

산업현장의 임금협약 결정률은 9월 말 기준 53.3%로 전년 동기 52.0%에 비해 다소 빠르게 진행됐다. 협약임금인상률은 4.7%를 기록해 전년 동기 3.9%보다 다소 올랐다. 300인 이상 사업장 협약임금인상률이 4.2% 오른 데 반해 100인~299인 사업장 협약임금인상률은 5.4%를 기록했다. 이는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외의 2019년 예상 쟁점



지금은 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는 포괄임금제 관련 쟁점도 언제든지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 정부와 노동계는 포괄임금제를 불법화해야 한다는 명분을 지키려 하지만 현장 근로자 중에는 오히려 포괄임금제 유지를 원하는 목소리도 상당히 큰 역설적인 상황이다. 근로시간 단축 입법 이후 근로자 근태와 근로시간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포괄임금제가 곧바로 불법화되면 기업이 더는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거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정책은 아무것도 안 하는 만큼이나 무익하거나 더 위험할 수 있다. 살기 위한 숨 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 법제의 본격적인 시행과 함께 유급휴가 확대, 근태 및 근로시간 관리 강화를 둘러싼 근로자와 회사의 갈등, 노동조합과 회사와의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나 기업 모두 일정 기간 혼란을 겪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까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는 정부의 정책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정책적 합리성과 전문성을 보여줘야 한다.

1년 동안 계속돼 온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이슈가 2019년에도 이어져 가리라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균형을 되찾고 돌다리를 두드리는 듯한 신중함을 회복하는지가 2019년 노동시장 정책과 노사관계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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