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4 09:21:08 수정 : 2019-03-04 11:55:46

IT노동자에게 드리운 일상화된 무임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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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호 vol.334]
2019년 민족 대명절, 설날에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BC카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IT노동자가 설 당일에 과로자살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함께 일하던 동료는 이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이 된 ▲개인별 실적을 일일이 공개해 실적을 체크하고, 개발 난이도와 상관없이 일주일에 무조건 몇 개씩을 채우라는 '무리한 일정'과 '과도한 업무량' ▲무리한 수정 요청을 하며 무시와 모멸감을 느끼게 압박하는 발주사-BC카드의 갑질 등을 알리려 청와대 청원을 시작했다.

고인은 30년 경력자이자 하청업체의 임원이었음에도 이 같은 IT 노동현실을 피하지 못했다. IT노동자들 사이에선 소위 금융 프로젝트를 가리키는 '차세대'라는 단어가 붙은 프로젝트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하는 무리한 일정, 과도한 업무량과 책임, 발주사, 원-하청 회사 상사들의 여러 갑질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천여 명의 개발자가 투입되고 각 프로젝트마다 적게는 한두 명에서 많게는 서너 명의 노동자가 과로사, 과로자살로 스러져갔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라는 요란한 수식어가 IT산업 노동자에게 붙어 있다. 그러나 실상은 이전 시대 산업 역군인 섬유-제조업 노동자의 양태가 21세기 대한민국, IT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져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서 임금이 높다고는 하지만, 실제적인 노동시간으로 환산한다면 가장 싼 노동자가 아니냐는 자조적인 농담이 있을 정도다.

이러한 IT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018년 가을, IT노조는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503명이 응답했다. IT산업군의 노동자들은 업계 특성상, 프로젝트별로 이합 집산하는 경우가 많기에 하청-파견-비정규직-프리랜서의 비중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고 스타트업을 위시한 다양한 형태의 중소기업 노동자 비중 또한 높다. 그들의 조직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어려워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를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했기에, 응답한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은 업계 평균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고 정규직 비중 또한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값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연아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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