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1 11:03:31 수정 : 2019-04-01 16:39:17

현찰 주고 어음 받은 탄력근로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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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호 vol.335]

[월간노동법률]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1. 노동 존중 정부의 길 잃은 사회적 대화

촛불정부의 촛불은 점차 희미해져가고, 노동존중정부의 사회적 대화는 길을 잃고 있다. 지난 2월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합의한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이후 지난 3월 7일과 11일 두 차례 본회의가 열렸지만 비정규-여성-청년 대표들이 합의안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불참하자 의결이 무산됐고, 이에 따라 사회적 대화 위기론-무용론-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경사노위는 이번 노사정 합의를 1호 사회적 합의로서 그 성과를 대대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노동존중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의 첫 사회적 합의로서는 과정도 결과도 실패작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사회적 합의로서 문 정부가 가장 강조해왔던 '실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대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꼴이 되고 말았다.

먼저 내용적으로 살펴보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현찰 주고 어음 받은 전형적인 불공정 합의, 부등가 교환이다. 탄력근로 기간확대와 요건 완화를 주고 연속 11시간 휴식제와 임금 보존방안을 받았지만 단서조항과 노동자대표와 합의를 통한 수많은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실효성을 잃었다.

그리고 새로운 경사노위가 기존 노사정위원회와 다른 점으로 '사회적 협의기구', '비정규-여성-청년대표의 참여 확대', '논의 의제의 확장' 등을 강조했지만 이번 합의 과정을 돌아보면 노동에게 양보와 합의 강요, 논의 과정에서 비정규-여성-청년대표 소외, 논의 의제 선택의 전략적 오류 등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가 무엇인지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탄력근로 합의에 대한 비판은 이미 많이 지적됐기 때문에 간략하게 언급만 하고, 사회적 대화 전략 실패에 초점을 맞춰 서술하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대화의 재구성에 대해 제언해 보려고 한다.

2. 탄력근로 사회적 합의의 문제점

정부여당은 지난해 11월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통해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적용 등 보완입법 조치를 마무리한다'고 합의하면서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라는 핵심사항을 원내교섭전략 차원에서 보수여당과 경영계에 먼저 내주었다. 그 이후 노동계의 반발과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궁여지책으로 사회적 대화 뒤로 숨으면서 정책 실패를 피해가고자 했다. 따라서 이번 탄력근로 사회적 대화는 시작부터 노동자에게는 기울어진 불공정협상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과정을 너무 잘 알고 있던 경총 등 경영계는 경사노위 논의 기간 내내 버티기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시간에 쫓기면서 첫 사회적 합의라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측이 가장 절실히 요구했던 '요건 완화'라는 새로운 선물을 추가로 내주면서 노동자의 더 많은 양보를 통한 합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즉, 이번 합의는 이미 예고된 참사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가 방침이 확정되면 맨 먼저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 의제 교섭 불가를 선언하려고 했다.

이번 합의안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는 주52시간 노동시간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탄력근로제를 확대한 것으로, 기간 확대 필요성에 대한 객관적 입증이 전혀 안 된 상황에서 답을 미리 정해 놓고 밀어붙인 결과로 보인다.

둘째, 도입 요건 완화는 이번 합의문에서 가장 심각한 개악으로 평소 경영계 숙원 민원을 해결해준 꼴이다. 그동안 이 조항 때문에 탄력근로 활용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셋째, 기간 확대와 요건 완화라는 큰 선물을 경영계에 바치고 대신 받은 것은 건강권 보호차원에서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이다. 하지만 11시간 연속휴식 부여만으로는 1주 7일 근무도 가능하기 때문에 추가로 주 최소휴일 보장, 연속근로일수 상한, 소정근로일수 상한 등을 함께 규정해야 한다. 더구나 이것을 의무화 함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불가피한 경우' 노동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노동자대표와 서면합의만 하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 노조가 없는 90% 사업장에서 '노동자대표와의 서면합의'는 '사장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넷째, 탄력근로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하지만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부과에 그치고 있다. 즉, 사용자에게 실질적 강제력이 없고, 특별한 부담으로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다섯째, 단계적 적용-정부 상담 및 지원 등을 하기로 했으나 이것 또한 수사적 표현 이상의 특별한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합의가 법 개정으로 이어질 경우 노동시간을 2주 단위로 수시로 변경하고, 예외적으로 추가 변경이 가능해 불규칙-장시간 노동이 상시화 될 것인바 과로사 및 산재 가 대폭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연장수당 지급 없이 초과노동이 가능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상시화 될 것이다. 사용자는 인력 확충이 필요한 경우에도 신규채용 대신 노동자 1인당 근로시간, 노동 강도를 높이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초과근로를 시키더라도 추가비용 지출이 없으므로 정부가 내세운 일자리 정책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3. 사회적 대화 원칙 저버린 합의

이번 탄력근로 사회적 합의는 새롭게 출범한 '노동존중정부'표 사회적 대화기구의 기본 취지와 원칙을 저버렸다.

지난해 민주노총 실무대표로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드는 법률 개정작업에 함께 했었다. 1999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20년 만에 참가를 검토했던 민주노총은 내부에서 치열한 찬반논쟁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한계와 오류를 극복하고 전혀 다른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기 위해 3가지 원칙과 방향을 제안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해 6월 12일 기존 노사정위원회법이 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으로 전부 개정되는 과정에서 거의 반영됐다.

법 개정을 눈앞에 둔 같은 해 5월 17일, 국회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경사노위 박명준 수석전문위원이 발표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 전부개정법률안 : 무엇을, 왜 바꾸려 하나?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라는 제목의 기조 발표문에 우리 민주노총의 요구는 물론 그 당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의 근간이 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몇 달 동안 함께 고민하고 토론했던 노사정 대표들의 문제의식이 함께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빠졌다는 것을 이유로 이번 탄력근로 사회적 합의를 주도했던 사람들이 불과 몇 달 전 같이 만들었던 법 개정의 취지를 너무나도 쉽게 망각해 버렸다.

새로운 경사노위가 기존 노사정위원회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첫째, '사회적 협의기구'로서의 위상 정립, 둘째, 저대변층으로 거론된 비정규-여성-청년대표의 참여 확대, 셋째, 논의 의제의 확장이었다. 경사노위 스스로가 가장 큰 변화라고 내세웠던 핵심사항들이 이번 합의과정에서는 철저히 무너졌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 '사회적 협의기구'로서의 위상 정립이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는 지난해 5월 17일 '무엇을 왜 바꾸려 하나?'라는 기조발제문에서 기존 기구의 제도적 경직성을 탈피하고 암묵적으로 합의를 강요하는 '절차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특히 합의의 압박에서 벗어나 보다 '충실한 협의'(Concertation)가 중심이 되는 기구를 만들자는 취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기존의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능했고, '정부가 주도하면서 경직'되게 이끌어왔다는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 민주노총 표현이 아니라 경사노위 기조발제문에서.

하지만 경사노위가 스스로 '옥동자'라고 자랑스럽게 강조한 이번 첫 사회적 합의 과정을 보면 정부여당이 이미 지난해 11월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 확대를 합의 해놓고 나서, 이를 관철하기 위해 국회 일정을 핑계 삼아 논의 기간을 두 달 내 최단시간으로 못 박으면서 이 기간 내 무리한 합의를 압박, 강요했다. 그리고 경사노위 또한 국회로 넘어 가면 최악이 될 수 있다는 현실론을 무기로 그런 요구에 충실하게 논의를 밀어붙였다. 결국 시간에 쫓겨 탄력근로 기간 확대가 노동시간단축과 건강권에 미치는 영향이나 효과 분석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한 채, 순회 공청회, TV 토론회, 여론조사 등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못하고 밀실 아닌 밀실에서 폐쇄적으로 합의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합의사항을 의결하기 위한 본회의가 소집됐으나 본회의 위원인 비정규-여성-청년 대표가 탄력근로 합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불참하자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의결구조가 다시 사회적 논란이 됐다.

하지만 안건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노사 각 2분의 1 이상 참석해야 하고, 전체 위원 3분의 2 참석에 3분의 2 동의라는 다소 높은 수준의 의결기준을 만든 것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가 사실상 전원합의에 해당하는 기준을 설정하면서 협의기구로서의 위상을 우선시하고 충분한 협의 후 그것을 바탕으로 창출한 합의의 사회적 무게와 의미를 진작시키려고 했던 것이었다.
당시 이런 문제의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경사노위는 이번 합의안의 문제점과 과정상 부족한 점을 차분히 성찰하기보다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런 의결구조가 문제라고 개편을 주장하고 나섰다. 만약 이런 방향으로 법 개정을 다시 추진한다면 차라리 이름도 다시 노사정위원회로 환원시킬 것을 권고한다. 이름만 바뀌고 내용은 다시 원대 복귀하는 사회적 대화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둘째, 저대변층으로 거론된 비정규-여성-청년대표의 참여 확대다. 새로운 법안에서 비정규-청년-여성 등으로 참여 주체 확대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 과정에서 법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특히 이들 계층별 3조직이 논의 중간에 회의 참관이라도 허용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게다가 '계층 3조직은 보조축', '일부에 의해 전체가 훼손됐다'는 식의 경사노위 측 막말로 이해당사자들은 더욱 상처받았다. 결국 막판 계층 3조직과 사전에 아무런 교감 없이 일방적 합의를 하면서 비정규-청년-여성 대표로부터 항의와 문제제기를 받고 두 차례 본회의 불참을 자초했다. 그리고 법에도 나와 있는 계층위원회 구성을 통해 참여와 대표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역설적이게도 최근 논란과정에서 계층 3조직 대표들은 자연스럽게 비정규-여성-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셋째, 논의 의제 확장과 관련한 전략적 접근이 부족했다. 새로운 경사노위법 (1조 목적)에는 '산업평화를 도모하고'라고 하는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도모하며'라고 변경하면서 '고용노동 정책 및 이와 관련된 제반 산업-경제-복지 및 사회 정책 등에 관한 사항'으로 의제를 확대한 바 있다. 명칭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명명하면서 노동정책을 넘어 경제사회정책으로 확장을 예고한 바 있다. 그리고 작년 1차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문에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양극화 해소,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 보장,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 등 시대적 과제를 시급히 해결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렇게 논의 의제 확장을 중요한 목표로 제시하면서 출발한 경사노위는 '탄력근로 기간확대'라는 적절하지 못한 노동의제를 첫 사회적 합의 목표로 잡으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장시간 노동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는 시기상조다. 외국 사례와 비교하더라도 연간 노동시간이 OECD 평균인 1,700시간대 진입이후 본격 논의가 가능한 의제였다. 무엇보다 작년 7월 통과된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 제3조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을 위한 준비행위'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을 위한 방안을 준비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는바 주52시간 상한 노동시간 단축 시행 실태와 점검을 충분히 거치고 4년 뒤에나 검토해도 되는 것을 법 시행된 지 8개월도 안 돼 또 법을 바꾸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요구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이것은 엄연히 현행법 위반이자 국회의 직권남용이었지만, 그것은 정부여당 내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회적 대화 의제로 던져졌던 것이다. 사실 노사 노정관계 갈등이 가장 첨예한 우리나라에서, 노동관련 의제의 민감성이 그 어느 의제보다 높은 상황에서 탄력근로제라는 의제를 사회적 합의의 첫 대상으로 삼은 것은 결정적 전략 오류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노동정책이 고용상황 악화를 근거로 계속 후퇴하고 있고, 경총 등 사용자단체 또한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 반노조 전략에 기반한 활동전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정책을 의제로 한 사회적 대화 요구는 결국 '노동의 양보'만 강요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최근 탄력근로제 합의가 바로 이런 상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 쟁점이 첨예한 노동의제를 우선시하기보다 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개혁, 사회안전망 확장, 실업부조, 재벌개혁과 원하청 불공정거래 해소 등 경제민주화, 사회양극화 해소 같은 포괄적 사회정책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의 방향이 잡혔어야 했다. 실제 연금특위와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에서 그런 의제들이 논의되고 있었고, 양극화 해소 관련 위원회도 준비되고 있었지만 전략적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지 못했다.

4. 이후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대화를 위한 제언

첫째, 다시 한번 탄력근로 관련 민주노총 요구를 확인하고자 한다. 시기적으로 최소 주52시간 상한제가 정착되는 2022년 이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세계 최장시간 노동국가, 과로사회 대한민국에서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탄력근로 기간확대 같은 '유연' 노동시간 정책이 아니라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일간-주간-월간-연간 노동시간 '규제'와 함께 사업주의 노동시간 기록 의무부여 등 더 많은 '규제'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노사균형성,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포괄임금제 폐지, 노동시간 사각지대 해소(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근로자대표 제도개선 방안, 주52시간제 실제 적용과 단속 강화 방안 등이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둘째, 이번 사회적 합의를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노동존중정부'에서의 사회적 대화 운영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바로 사회적 대화다.  

눈앞의 성과주의에 매몰돼 노동계에 합의를 압박 강요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협의기구에 충실하게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무리하게 나서지 말고, 경사노위는 초기 스스로가 밝힌 것처럼 노사정 대화를 위한 '링'과 '운동장'을 제공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하고, 실질적인 플레이어는 노사 당사자가 돼야 한다. 이에 따라 노사 중심성을 바탕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대화기구의 의제 설정과 운영방식이 전면 혁신되고 재구성돼야 한다.

최근 사회적 대화 양상은 정부 스스로 해야 할 개혁 과제에 대한 보수언론과 야당, 사용자단체들의 공세를 피하는 방어막으로 활용되고 있다. 쟁점이 되는 모든 의제들을 사회적 대화로 떠넘기면서 경사노위가 개혁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결정 불발과 탄력근로 사회적 합의 논란은 한국사회 노정 노사정관계의 근본적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 관련 '기승전-사회적대화' 관점에서 '참여=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노사관계 안정', '불참=사회적 책임 방기와 대립과 투쟁'으로 바라보는 지나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균형 있는 노정-노사정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더 이상 ILO 핵심협약 비준을 노사 간 거래와 흥정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국제사회와 약속한 바대로 선 비준을 하면서, 노조 할 권리 보장과 함께 초기업교섭, 산별교섭, 노정교섭 활성화를 통해 개별적 노사관계정책을 넘어 집단적 노사관계정책으로 방향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와 관련 정부 내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부재가 무엇보다 아쉽다. 오죽하면 청와대 내부 최고 노동전문가는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까? '노무현 정부 시즌2'가 아닌, '이명박근혜 정부 3기'가 아닌 '촛불정부', '노동존중정부' 그 자체의 진정성과 실력을 보고 싶다.
이주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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