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29 13:27:36 수정 : 2018-11-01 11:49:44

[피플] 나순자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정규직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 앞장 서는 노동운동모델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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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vol.330]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임기를 마친 후 6년간 일선으로 돌아가 지내다 다시 출마해 지난해 당선됐다. 6년 중 3년은 원 소속 직장인 이대병원에서 일을 했고, 나머지 3년은 미조직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서 미조직 부문 조직화 사업을 담당했다. 미조직 부문 조직화에서 3년간 성과를 내면서 지지를 크게 얻은 나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이뤄진 보건의료노조 8대 지도부선거에 단독 출마해 94.8%라는 높은 찬성률로 당선됐다.
임기 만1년을 눈앞에 둔 나 위원장을 서울 영등포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임기 만1년이 다가오는데, 간단한 소회 부탁한다.

 
복귀해보니 그간 보건의료노조의 활동 폭이 정말 많이 넓어졌다. 반면 힘들어진 부분도 있었다. 촛불혁명 민주화 바람이 병원 정문에 딱 멈춰서 있더라. 촛불혁명을 일터혁명으로 까지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간담회를 통해 일터혁명 과제를 정리했고, 이것을 이슈화해서 투쟁으로 이어갔고, 교섭이나 정부에 제기한 내용도 어느정도 받아들여지는 성과가 있었다.
얼마 전에는 산별노조 20주년 행사를 하면서 국제토론회를 진행해 외국과 의료 인력수준 비교도 하면서 이슈화 시켰고 산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도 했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점수로 따지면 몇점 정도 줄 수 있나?) 80점 정도?(웃음)

 
최근 노동운동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조합 현황은?
 
미조직 조직화 사업성과가 좋은 편이다. 지난 3년간 1만 5,000명 정도 늘어난 것 같다. 지난 3년동안 을지병원, 건양대병원, 한림대병원, 동국대병원, 강동성심병원, 길병원, 국립암센터를 조직화 했다. 말하고 보니 꽤 많은 것 같다(웃음). 덧붙이자면 노조가 없는 곳 중에서도 대학병원 등 대병원은 조직화가 중소병원보다 낫다. 소유주가 있는 중소병원은 폐업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병원 내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조직화 진전이 더뎠는데, 작년부터 노조가입을 많이 했다. 의료인력 외에도 요양보호사들도 상황이 어렵다. 조직화를 10년 넘게 집중하고 있지만, 워낙 규모가 작다 보니 노조가 생기면 폐업을 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요양보호사만 전문으로 맡는 조직화 간부를 중앙에 상주 시키면서 안정적으로 진행하려 한다.
지난 3년간 노조 조직화 사업에서 성과를 내다보니, 지역본부별로 분위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래된 (보건의료노조에 가입한) 사업장은 거의 30년이 넘은 곳도 있다. 그러다보니 (보건의료노조가) 관성에 빠진 느낌이 다소 있었는데, 신규사업장이 들어오면서 분위기 쇄신이 되더라. 덕분에 보건의료노조 전체 분위기까지 활발하게 바뀌었다.
 

최근 '4OUT 국민청원운동'을 폈다.
 
공짜노동 아웃이 첫 번째다. OECD 평균 1/3에 그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당연히 시간외 근무가 많지만 수당은 못 받는 문제가 심각하다. 공짜노동이 없어져야 한다.

얼마 전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입간호사 자살을 하면서 태움이 이슈가 됐다. 이 역시 구조적 문제로 보고 싶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트레이닝을 충분히 받아야 하는 신입 간호사가 실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이 된다. 현장 교육 담당자를 프리셉터라고 하는데, 프리셉터들은 자기 환자를 돌보면서 실무 교육까지 병행하다보니 힘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간호사의 실수는 생명과 직결되다 보니 신입 간호사가 작은 실수만 해도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교육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프리셉터는 자기 환자를 보지 않고 신규간호사 교육만 시키는 전임교육자가 돼야 한다. 이를 통한 '태움 아웃'이 두 번째다.

세 번째는 '인증 아웃'이다. 의료기관 평가 인증을 4년에 한번 진행하는데, 인증 때만 되면 6개월 동안 너무 힘들다. 그러다 보니 이 기간 동안 이직이 심하다. 인증유목민이란 말이 있다. 인증 스트레스 때문에 인증이 끝난 병원만 찾아다니는 거다. 인증임신이란 말도 있는데, 인증을 앞두고 임신을 해서 육아휴직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이런 단어까지 생길 정도로 인증 과정이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준비해서 인증을 받으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기에 인증 평가 기간 동안 끌어올렸던 질을 유지할 수 없다. 반짝인증, 속임인증인 셈이다. 이런 인증제는 아웃시켜야 한다.

네 번째는 비정규직 아웃이다.

 
성과는 어땠나?
 
공짜노동아웃에 대해서는 다행히 노동부에서도근로시간 자율 개선사업을 해 효과가 있었다. 병원 50개 사업장 중 보건의료노조 산하 29개 사업장에 대해서는 그간 받지 못한 시간외 수당을 전부 지급하라는 명령이 나와 많이 개선됐다. 그러다 보니 이를 지켜본 병원들도 많이 개선 작업 중이다. 이외에 출근시간, 퇴근시간을 체크해 시간외 수당을 주자는 합의도 많이 이끌어냈다.

분명 예전보다는 진전이 있다. 인증과 관련해서는 복지부에 강력하게 요청을 해서 인증혁신팀을 구성했다. 인증을 잠시 미루고 인증혁신팀을 통해 인증에서 문제가 인증기준, 인증시행 방식을 다 검증하고 개선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개선내용이 반영돼 인증평가가 한결 편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산별교섭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이슈는?
 
2004년부터 산별교섭을 시작했다. 2009년까지는 대사업장(대학병원 등)이 활발히 참여했는데,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사업장이 산별교섭에 빠져나갔다. 그때 나간 국립대, 사립대 병원이 아직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올해까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4월 동안 대병원 원장들을 만나 면담도 진행하며 많은 노력을 했다. 병원 측도 정책협의나 제도개선에 대한 동의는 많이 한다.

그런데 병원별로 경영상태에 차이가 있다 보니, 산별체계 아래서 일어나는 통일적 임금인상 같은 문제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또 사립대 병원과 실무자 간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진행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중파업이나 이중교섭에 대한 문제제기와 부담을 많이 호소하더라.

올해 산별교섭은 국-사립대 병원은 불참했지만 중소병원, 지방의료원이 참가해 성과를 내고 합의까지 이뤄냈다. 그 외에 국-사립대 병원이 참가하는 정책협의회를 두 차례정도 진행했고, 여기서 태움과 인력부족문제, 인증문제 해결과 관련해 마련한 안을 복지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산별교섭하면 배분문제, 임금인상 문제만 두고 갈등이 심했다. 최근에는 임금인상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제도, 정책에 대해 서로 협의를 하고 복지부도 참여해 논의하는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여기에는 사용자들도 동의한다. 다만 이걸 산별교섭 틀 안에서 하기에는 부담이 있으므로, 올해는 정책협의회로 하자고 사용자들이 먼저 제안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산별교섭으로 나아가는 준비를 하려고 한다.

 
산별교섭에서 체결한 공공병원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을 두고 논란이 있는데.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만들겠다는 정부 정책도 있었고, 작년에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이뤄냈다. 내년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가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체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한 직종이면 임금체계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하고, 없는 경우에는 별도 임금체계를 만드는 방식이 민주노총의 방식이다.

그런데 올해 정부에서 표준임금체계를 만들었는데,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심각했다. 그래서 보건의료노조는 (비정규직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가자는 기조를 세우고, 공공기관 지부장들과 모여서 임금체계를 준비 했다. 그렇게 만든 안으로 사용자들과 산별교섭을 하는데, 정부에서 직무급제를 하라고 지침이 내려온 상황이다 보니 사용자들도 받지 않으려 하더라.

그래서 작년처럼 올해도 복지부, 국립대병원이 참여하는 노사정 TF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여기서 반드시 호봉제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표준임금체계를 만든 정부가 공공기관에 호봉제를 강요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일단 모양은 정부가 낸 직무급제 표준임금체계로 하되, 실질은 호봉제로 구성한 안을 마련했고 정부가 이 안에 묵인을 한 셈이다.

 
정부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과는 어떻게 다른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임금체계에서는 임금이 매년 올라가지 않고 2년, 4년마다 오른다. 직급 승급 시에는 시험도 봐야한다. 임금 동결이 다년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임금체계는 매년 올라가는 호봉 체계다. 임금 수당의 종류를 제한하는 규정도 없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정해서 저임금을 고착화시켰다고 하는데,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합치면 최저임금을 훨씬 뛰어 넘는다.

공공기관 사용자들에게는 "정부도 인정한 내용"이라고 설득해서 합의까지 이끌 수 있었다. 우리 내부에서도 엄연히 호봉제라고 본다. 그런데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일부 외부 사람들이 비난을 하더라.
게다가 우리는 비정규직을 자회사 근로자로 전환하는 형태의 전환도 받지 않고, 직접고용으로 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한 성과도 있다는 것을 중집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관련기사 "보건의료노조 표준임금체계 둔 민주노총 갈등, 11월 5일 전문가 진단 통해 시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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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정규직 노조가 앞장서는 모습은 다른 노조에서 보이는 모습과 다소 다르다.
 
정규직이 이렇게 앞장서서 교섭과 투쟁 통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노력과 투쟁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중집에서도 이를 호소했다.

정규직 합의로 비정규직이 힘들어진 곳도 있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곳도 있지만 보건의료노조는 산별교섭을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기 위한 교섭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걸 격려해주고 칭찬해줘도 모자랄 판에 문제가 있다고 매도하면 피해는 누구에게 갈까?



 
최근 국립암센터, 강동성심병원 등이 파업 일보직전까지 갔다 타결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는데.
 
기존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사용자들도 파업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파업 전에 교섭에서 타결하려고 노력을 한다. 국립암센터, 강동성심병원도 올해 노조가 생겼다.

노조 경험이 없다 보니 사용자들이 합의를 제대로 안 해준다. 노조 경험이 없는 곳은 결집을 할 수 있을지, 파업이 진행될 지에 대해 의심을 하는 듯하다.
조정신청을 내고 파업전야제 때 조합원들이 모이는 모습을 보면 그제서야 안을 내더라.

국립암센터는 조합원 700명 중 근무자 빼고 600명이 전부 전야제 때 모였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근로조건이 비교적 열악했던 곳이라 결집력이 강하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력 추가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 분야인만큼 숙련인원 채용이 쉽지 않을듯한데.
 

3교대 하는 간호사들은 주40시간이 지켜지므로 장시간 노동이 큰 이슈는 아니다. 그런데 야간 당직하는 의료기사들이나 관련 부서가 52시간 초과 문제가 걸린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인력확보가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간호사들은 전체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채용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의료 기사는 그렇지는 않다. 특히 한번 취업하면 정년까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인력 채용이 수월한 편이다.
아주대 병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사가 함께 합의한 충원 목표 인력이 52명이다. 전체 직원이 2,000명정도니 엄청나게 큰 숫자는 아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일부 사용자들이 경영상 이유로 인력 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또 우리 조합원들이 그동안 정착된 야간당직 근무제에 익숙해진 경우도 있다. 주 52시간 이하로 근무하려면 3교대로 가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거부감이 있다. 야간당직이라면 하루 장시간 근로하고 하루를 전부 쉬는 형식인데, 3교대로 하면 매일 8시간씩 나와야 하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또 여성들은 근무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선호하지만, 남성들은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축소에 부담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시간 근로로 인한 피로도가 높으면 서비스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일자리 창출도 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감정노동보호법(산안법개정)과 가이드라인 등이 나왔는데, 충분한 대책이라고 생각하나?
 
법도 그렇고,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이런 가이드를 마련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결국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대부분 간호사들이 환자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것은 빠른 업무 처리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인데, 결국엔 인력 부족이 원인아닌가.

또 병원에서 발생하는 폭언-폭력, 성희롱-성폭력이 매우 많다. 실질적으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고객인 환자에게 항의하기가 어렵다. 환자들의 인식제고도 필요하지만,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 매년 실태조사를 하면 조합원의 13%정도는 폭언폭력, 성희롱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나온다.

 
현안은?
 
보건의료노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보건의료인력법이다. 2012년도에 국회를 통한 입법발의를 했다. 19대, 20대 때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중증도에 따른 필요 인력 숫자' 같은 실태조사를 한 예가 단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정확한 인력 수요에 대한 연구가 없어서 늘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5년마다 한 번씩은 실태조사를 해서 필요 인력이 어느 정도인지 전국적으로 분석한 자료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하고 있는 보건의료 분야인 만큼, 보건의료인력법을 마련해 정부가 책임지고 실태조사를 해서 환자 당 필요한 의료 인력을 조사하는 기준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복지부, 병원, 간호협회, 국회의원 4자가 모여 검토를 거쳐 다시 법안발의를 할 예정이다. 올해 내에 통과 시키는 것이 가장 큰 현안이다.
규제프리존법, 서비스발전기본법을 통해 의료 민영화 움직임이 다시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조직투쟁을 하려 한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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