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2 16:02:16 수정 : 2019-04-13 16:20:25

[분석] 헌재, "임직원 부당노동행위 이유로 법인도 무조건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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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호 vol.0]


 
 
회사 임직원이 부당노동행위 지배-개입 행위를 했을 경우, 법인도 당연히 처벌된다는 취지의 양벌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이 제청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94조를 둘러싼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이 같이 판단했다(2017헌가30).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현장에서 지배개입 형식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법인 처벌 사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제조업체 OO자동차와 회사 임직원들은 부품사인 OO기업주식회사 노조에게 '노조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공소제기 됐다. 임직원들은 공모를 통해 지배개입을 했다는 범죄사실로, OO자동차는 '임직원들이' 회사 업무를 하면서 지배개입행위를 했다는 범죄사실로 공소제기 됐다.
 
OO자동차 법인의 공소제기 근거가 된 조항은 노조법 제 94조였다.

노조법 제94조는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0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취지의 양벌규정이다. 즉 회사 직원이 행한 부당노동행위 중 지배-개입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직원이 몸담은 회사 법인에게도 벌금형을 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회사 측은 이 조항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사건을 담당한 대전지법 천안지원도 이 신청을 받아들여 2017년 10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제청 법원은 "이 조항인 법인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와 전혀 관계 없이 종업원의 범죄만 있으면 자동적으로 영업주 법인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해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제청법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은 종업원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나 감독할 주의 의무 위반 여부를 처벌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법인이 면책될 가능성도 정하지 않고 곧바로 법인을 처벌하고 있다"며 "이는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을 규정하지 않은 채 종업원의 범죄행위만으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므로 법치국가원리에 따른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위헌 선언으로 94조 중 81조 제4호 본문 전단(지배-개입행위)에 관한 부분은 즉시 효력을 상실했다.
 
헌법재판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2009년 7월 30일 선고된 결정에서 면책사유를 정하지 않은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 이래, 이 같인 양벌규정에는 일관되게 위헌을 선언하고 있다"며 "이런 선례에 따라 종업원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면책사유 없이 형사처벌하도록 한 것은 책임주의원칙에 반해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도 "이 같은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흐름이며, 이번 판결에서 특별히 새로운 법리를 찾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정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이번 판결 취지에 부합하면서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법 위반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노사관계 현실을 도외시 한 판결"이라며 "산업현장에서 부당노동행위는 대표자 지시 없이 노무담당자 등이 단독으로 행동하는 경우는 드문데도, 이런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이번 판결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위헌 판결을 이유로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법 위반행위가 더욱 많아질 것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임직원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이 누구를 위해 한 것이겠냐"며 "법리만 따진 형식적인 판단"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단순 위헌 결정인 만큼, 과거 이 해당 조항을 근거로 처벌을 받은 법인에게는 확정된 유죄 판결에 대해 다시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재심사유가 된다.

하지만 한 대형 로펌의 노동전문 변호사는 "부당노동행위가 문제된 법인 규모에 비해 벌금액은 미비한 만큼 실제로 재심판결까지 갈 법인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의 노동 변호사는 "외국계 기업의 경우 법인의 형사처벌에도 민감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그 외에도 소송 실무적으로는 법인이 회사 업무와 관련해서 발생한 임직원 소송비를 대납해 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관행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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