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0 09:15:22 수정 : 2019-07-10 09:17:40

[특별기고] 2019 하반기 고용ㆍ노동 입법동향 및 정세 진단

  • 프린트
  • 작은글씨
  • 큰글씨
[2019년 7월호 vol.338]

[월간노동법률] 박해원 국회 신창현의원실(더불어민주당/의왕ㆍ과천) 보좌관


1. 들어가며

2019년도 어느새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임기 3년차를 맞이하는 해다. 하반기면 5년의 임기 중 절반이 지난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강도 높은 개혁 과제들을 추진해 왔고 그동안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 노동분야에 있어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고, 최저임금도 대폭 끌어올렸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그에 따른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과로사회 탈출을 목표로 OECD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연간 노동시간을 2022년까지 1,800시간대로 줄이기로 하고,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완화해 다치거나 사망한 노동자, 유족들의 어려움을 살폈다. 개별 정책에 대한 평가는 다르지만 적어도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이견이 없었다.

20대 국회 또한 4년의 임기 중 3년을 넘어서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고용-노동 분야를 담당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굵직한 성과들을 일궈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사수하기 위한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논의 시작 5년 만에 상임위를 통과했고,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비롯해 산업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역시 여야 합의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밖에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출퇴근 사고의 업무상 재해 인정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고용촉진법 등 541건의 법 개정안이 환노위를 통과했다. 비록 지금은 20대 국회가 '일 안하는 국회'라는 오명을 안고 있지만 적어도 입법기관으로서 법안 발의 및 처리 실적은 과거 어느 국회보다 월등하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아직 처리되지 못한 법 개정안만 1,291건에 달하기 때문이다(지난 6월 21일 기준). 발의된 법안들은 20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임기만료로 '폐기'된다. 3년간 541건이 처리됐으니 남은 1년 동안 1,300여건이 처리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현안과 관련된 쟁점법안들은 상당 기간 국회와 언론, 학계 및 시민단체에서 논의가 이뤄져 왔고, 일부 법안의 경우 정부가 연내 법안처리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 비쟁점법안들은 우선 논의 및 처리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입법 작업이 상당 부분 가속화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 쟁점법안

현재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법안 가운데 여야 간의 쟁점이 있어 논의와 결단이 필요한 법안은 크게 세 가지로 ▲탄력근로제 확대(근로기준법) ▲ILO비준입법(노조법)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최저임금법) 등이 있다. 그 외에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들도 함께 살펴본다.

1) 탄력근로제 확대

탄력근로제는 계절산업 등 일정 기간 집중근로가 필요한 경우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와 관련해 현재 한정애, 김관영, 김학용, 신보라 의원 등이 발의한 14건의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돼 있다. 쟁점은 단위기간 확대, 운영요건 완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 방안, 임금보전 방안 노동부 신고 의무화 등이 있다. 단위기간을 6개월에서 1년까지 확대하는 방안과 현행 2주ㆍ3개월 단위 포함 도입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선택근로 및 재량근로ㆍ특별연장근로의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다.

노동계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이 나뉘는 모양새다.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를 충실히 반영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투쟁에 돌입하며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개편을 환영하며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 이후에도 IT,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선택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금융업종을 중심으로 재량근로 대상업무 확대 등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2) ILO 핵심협약 비준

국제노동기구(ILO)는 노사정 3자가 참여해 노동과 고용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UN 산하 전문기구다.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차별 금지 등 8개 협약을 기본적인 핵심협약으로 분류해 모든 회원국에게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결사의 자유(제87호-제98호)와 강제노동 금지(제29호-제105호)에 관한 4개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상황이다.

결사의 자유 협약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7월부터 경사노위에서 법 개정 방안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한 채 지난 5월 20일 논의가 종료됐다. 그러나 비준에 대한 시급성과 중요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가 올해 내에 미비준 4개 핵심협약 중 3개 협약(결사의 자유 제87호-제98호, 강제노동 제29호) 비준을 추진하기로 하고,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을 세웠다.

노동계는 핵심협약의 즉각적인 비준을 주장하고 있으며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 보장,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파업에 따른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폐지, 파업 시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이 요구사항이다. 비준동의안과 관련해서는 현재 한정애 의원이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만 노사 간에 비준을 둘러싼 이견이 크고, 야당을 중심으로 ILO핵심협약 비준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비준과 법안 통과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3)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과 그 기준은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래 30년 전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고용-경제상황은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당시와 큰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소모적 갈등이 구조화되는 양상으로 변화돼 왔다. 이에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여당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해 개편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신창현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간 갈등과 대립으로 결국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의 의사에 따라 최저임금이 사실상 결정돼 왔다.

이에 개정안은 공익위원에 대한 정부의 단독추천권을 폐지하고 공익위원 7인 중 4인을 국회가 추천하도록 해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했다. 구간설정위원회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임금수준, 사회보장급여 현황,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을 포함한 경제 상황 등을 명시해 고용과 경제상황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했다. 많은 논란이 있었던 기업의 지불능력은 제외됐다. 객관성과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여야는 여전히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야당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지역별ㆍ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을 명시한 법 개정안은 추경호, 정진석, 엄용수, 신보라, 홍일표 의원과 권은희(바른미래), 이언주 의원 등이 각각 관련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업종ㆍ규모ㆍ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그동안 경영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온 사안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업종과 지역ㆍ규모별 차등지급을 할 수 있는 판단근거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통계 인프라나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기간 내에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 하반기 주요 논의 예상 법안

김학용 의원이 지난 3월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은 재직기간 1년 미만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연차휴가에도 연차사용촉진 제도를 도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더라도 연차사용촉진제도의 적용을 받음으로써 연차휴가를 적극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신창현 의원이 올해 2월 대표발의한 임금채권보장법은 체불노동자 생계보호를 위해 체당금 지급절차를 간소화하고, 현재 도산-가동 사업장의 퇴직자에게만 지원되는 소액체당금 제도를 재직자에게도 확대 적용토록 했다.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국세체납처분 절차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지원대상과 지원금이 개편되는 반면 처리기간은 줄어 체불노동자의 생계보장이 두터워진다. 반면 체불사업주의 악의적인 임금체불은 빠르게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한정애 의원과 임이자 의원이 각각 2016년 9월과 2017년 6월에 대표발의한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도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내용은 '퇴직연금제도 도입 의무화'와 '퇴직급여제도 적용확대', '중소기업퇴직연금제도 도입' 등이다.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의무화하고, 가입자 교육 및 사업주 재정지원 등을 통해 중소-영세기업의 퇴직연금도입을 촉진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형수ㆍ이정미 의원, 정부가 제출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제정안)'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예술인 등에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ㆍ보험료징수법 개정안,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 등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3. 나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전통적으로 '비인기 상임위'로 분류된다. 첨예한 대립을 거듭하는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 타협안을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타협안을 마련한다 해도 노사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개별 사안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도 큰 편이다. 국토위나 산자위, 중기위처럼 국회의원 지역구 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 상임위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지켜본 환노위원들은 모두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진지하고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

환노위에 접수된 법 개정안은 지난 6월 21일 기준 1,842건에 이른다. 이 중 541건이 상임위의 문턱을 넘었다(대안반영폐기 포함). 19대 국회 환노위에서 발의된 전체 법 개정안이 1,223건(504건 통과)이었던 것에 비하면 법안발의 실적은 20대 국회가 압도적으로 높다. 18대 국회는 861건이었다. 지금의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며 각 정당간의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입법기관으로서 최소한 입법활동 만큼은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 수치로는 확인되고 있다.

다만 발의된 법안들의 실제 입법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정국상황과 국회 일정, 입법절차 등을 고려할 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다음 총선이 채 10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쟁점법안들의 하반기 입법 가능성 역시 불투명한 상황임엔 틀림이 없다. 다른 상임위에 비해 품은 많이 들고 성과는 좀처럼 내기 힘든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20대 국회 환노위는 이전과는 달리 여러 굵직한 고용ㆍ노동 법안들을 모범적으로 처리해왔기에 굳이 비관적으로 전망할 필요는 없다. 20대 국회가 노동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온전하게 짊어지고 국민의 삶을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했던 역사로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고 기록되길 바란다.
박해원  국회 신창현의원실(더불어민주당/의왕ㆍ과천) 보좌관
저자이미지

목록보기 버튼

이전글 
김태욱 사무금융노조 법률원 변호사 "노동의 대가에 차별 있어선 안 돼"
다음글 
유럽도 한국처럼?...유럽사법재판소 "사업주는 근로시간 체크 의무 있어"
이슈 List 더보기 >
  • 11년 새 등 돌린 여론...‘최저임금 1만원’ 대신 ‘속도조절론’ 선택
  • 2우정 노사 극적 합의…집배노조 반발
  • 3현대차에 이어 현대제철, 현대모비스도···상여금 월할 지급 문제두고 전운(戰雲)
  • 4상여금 월할지급과 취업규칙의 효력
  • 5유럽도 한국처럼?...유럽사법재판소 "사업주는 근로시간 체크 의무 있어"
  • 62019 하반기 고용ㆍ노동 입법동향 및 정세 진단
  • 7김태욱 사무금융노조 법률원 변호사 "노동의 대가에 차별 있어선 안 돼"
  • 8노동사건 전문법원 도입의 쟁점과 방안
  • 9일 잘하고 잘 노는 ‘유니콘’ 형제들… 우와!한 조직문화를 배달합니다
  • 10“민주노총이 구속된 것”...노정관계, 어디서부터 잘못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