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0 14:01:05 수정 : 2019-07-13 09:59:03

[심층취재] 현대차에 이어 현대제철, 현대모비스도···상여금 월할 지급 문제두고 전운(戰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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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호 vol.339]




 
그동안 불안한 고요함을 유지하던 상여금 월할 지급 문제가 드디어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금속노조와 자동차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 27일, 울산과 아산, 전주 등 국내사업장에서 격월 지급하는 상여금을 매달(월할) 지급하는 형식으로 변경하는 취업규칙 변경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뿐만이 아니다.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도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 모비스 관계자는 "7월 5일에 노조에 취업규칙을 변경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변경안 신고는 이번 주 중에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위원장 명의 성명서를 내 "현대차는 불법을 중단하고 고용노동부는 시정명령을 발동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오히려 취업규칙에 규정된 재직일 요건이 위법하다고 맞불을 놨다. 노조는 "현대차 취업규칙인 '1994년 상여금지급시행세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15일 미만 또는 7일 미만 근무자 상여금 미지급 조항은 근로기준법상 전액지불원칙 위반이자 노조 동의도 받지 않은 불법 취업규칙"이라며 7월 8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단체협약 위반 불법취업규칙 변경신고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해 시정조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리고 "상여금 월할 지급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할 하면 최저임금 위반 아니라서---금액은 같은데 지급 방식 두고 논란
 
이 모든 일은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려다 벌어진 사달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간 데다, 최저임금 계산 시 분모인 소정근로시간도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 판례나 고용부 입장보다) 늘어났다. 이로 인해 비교적 임금이 높은 사업장도 최저임금 위반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 바 있다.
 
이를 피하려면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기본급의 600% 상여금을 단체협약에 따라 격월로(짝수달) 지급해왔다. 현대모비스도 마찬가지다. 상여금 750%를 격월로 지급하고 있다. 이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 최저임금 위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격월로 지급할 경우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최저임금 법령은 상여금의 경우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에 걸친 사유에 따라 산정하는 경우 최저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결국 임금 체계에서 상여금 비율을 높인 기업들은 통상임금에 이어 최저임금에서도 골머리를 앓게 된 셈이다.
 
결국 이 기업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임금을 최저임금 상승분만큼 올려주자니 재정적 부담이 있고,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매달(월할)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 위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상여금 문제를 두고 노조에 협의요청을 했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협약 위반 문제 불거져 의견대립 '첨예'

 
과연 격월지급을 매월 지급으로 바꾸기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불이익변경이냐를 두고도 대립이 첨예했다.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원칙적으로 근로자나 노조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는데, 그 내용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다면 과반수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라는 엄격한 절차가 필요해 변경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 문제는 법문으로 해결됐다. 최저임금 개정법에서는 1개월 초과 주기 지급 임금을 총액 변동 없이 월할 지급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의견 청취만으로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해 놨다.
 
다만 문제는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다. 현대차나 모비스처럼 단체협약에서 상여금 격월지급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회사가 '매월 지급 방식'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거나 임금 지급을 강행한다면, 단체협약 위반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노조법에 따라 단체협약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으며, 사법상 효력도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다.
 
노조법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지방청의 한 근로감독관도 "최저임금 개정법령 설명 자료에서 격월지급 정기상여금을 취업규칙 변경으로 매월 지급하는 것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산업계 관계자도 "고용부에 질의를 하면 돌아오는 회신은 일관되게 '단협을 위반해서 변경할 수 없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강행한다면 임금 체불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격월로 주기로 했는데 월할로 지급할 경우, 원래 주기로 한 상여금의 절반을 다음 달에 지급하는 것은 '1개월 임금체불'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이번 이슈가 있기 전에 월할 지급을 먼저 주장했던 것은 노동조합"이라고 말했지만, 어쨌든 단체협약 위반은 위반일 수밖에 없다.




 

■실제 현대차가 일방적으로 월할 지급할 가능성은?

 
회사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노조 쪽도 총파업을 경고하며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서며 전운이 감돈다.
 
일단 현대자동차 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 기업까지 한꺼번에 변경 신청을 하자, 노조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산별이나 노동계 전체에서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수많은 기업이 이와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만약 노사관계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현대차에서 열어주면 다른 사업장에도 일파만파 퍼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하지만 노조의 반대 없이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월할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교섭 시즌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단체협약을 함부로 무시하게 될 경우 파행으로 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으로 득보는 금액은 4,000억원 수준인데, 노사관계가 틀어지면 노조가 경고한 파업 등으로 인해 생산성 손실이 발생할 경우 조단위로 넘어갈 수 있다"며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법률적인 분석에 의지하기 보다는 노조와 대화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완성차 회사 관계자 역시 "현대차가 현행 단체협약 기준(격월)으로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정명령, 임금체불이 문제되고 형사처분까지 들어오는 것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어차피 노조법 위반이 문제가 된다고 해도, 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대차가 강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 문제를 두고 충분히 법률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로펌 노동전문 변호사는 "상여금 월할 지급을 이유로 단체협약 위반 혐의로 기소가 될 경우, 임금을 깎은 것도 아니고 지급 방식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식으로 방어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고 평가했다.
 
월할 변경하는 상황이나 근로자의 근로조건이나 변경 의도를 고려하면 회사에 책임을 묻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월할지급을 강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평가다. 단체협약 위반이라고는 하지만, 그 사법상 효력이 무효라고 볼 수 있을지도 달리 다퉈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자동차산업계 관계자는 "일단 신고만 해놓고 실제 적용은 하지 않되, 노사 간 임금체계 개선에 나서자는 압박용 카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금체계 개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대차가 절대 분할 지급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교섭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다면 변경 신고를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앞뒤가 안 맞는다"며 불신을 나타냈다.
 
어쨌든 현재 모양새는 상여금 월할 지급을 두고 현대차에서 노동계와 사용자 사이 대리전 일어나는 듯한 상황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현대자동차는 7월 9일부터 3일간 단체교섭을 갖는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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