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6 13:40:03 수정 : 2019-05-07 09:33:30

[이슈포커스]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자들이 희망퇴직한 경우, 희망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 산정 시 근속연수의 기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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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호 vol.336]
1. 들어가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 시행된 지 12년가량이 경과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등이 시행됨에 따라 계약직으로 채용됐던 근로자들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이하 '무기계약직')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이슈들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이하에서 다룰 사안 역시 위와 같은 사회의 흐름에 맞물려 발생한 이슈 중에 하나로서,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기간제법 시행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뒤, 회사의 방침 등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가 희망퇴직 하는 경우, 희망퇴직 하면서 지급받은 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 산정 시 그 근속연수의 기산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와 관련된 사안이다. 다만, 비정규직과 관련된 사안들의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분쟁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이 사건은 사용자와 근로자와의 분쟁이 아니라, 근로자와 과세관청(국가)과의 분쟁과 관련된 것이다.
 
2. 기초사실
 
원고는 2002년 7월 A 회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했고, 기간제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근로계약을 계속해서 갱신해오다가, 기간제법이 시행됨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후, A 회사는 2014년 1월경 노동조합과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를 합의했고, 원고는 위 합의에 따라 2014년 1월경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 뒤 A 회사는 2015년 6월경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원고는 희망퇴직을 신청해 그 무렵 희망퇴직했다.
 
A 회사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 그 동안의 법정퇴직금을 지급해 줬다. 또한, A 회사는 희망퇴직할 때 원고에게 법정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법정퇴직금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지급하는 퇴직금으로서 정규직 전환일부터 희망퇴직일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이었고, 특별퇴직금은 희망퇴직을 신청한 자들에게 지급하는 별도의 퇴직금이었다.
 
이후 과세관청은, 원고가 희망퇴직하면서 지급받은 퇴직소득(법정퇴직금+특별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를 산정함에 있어서, 원고의 근속연수를 2년으로 산정한 뒤 과세했다. 즉, 원고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날부터 희망퇴직한 날까지만을 근속연수로 보고 퇴직소득세를 산정한 것이다.
 
그런데, 소득세법은 퇴직소득액을 근속연수로 나누는 방법으로 퇴직소득세를 산정하고 있으므로(소득세법 제48조 및 제55조 참조), 근속연수가 길면 길수록 퇴직소득세가 적어지는 결과가 나오는데, 원고의 경우 근속연수가 2년으로 산정됨에 따라 높은 액수의 퇴직소득세가 부과될 수밖에 없었다. 즉, 원고와 함께 희망퇴직한 자들 중에는 원고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동일‧유사한 업무를 했으나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자(이하 '미전환 직원들')들도 있었는데, 이들 모두는 입사시를 근속연수의 기산점으로 해 약 10년가량의 근속연수를 인정받았고, 이로 인해 원고와 비슷한 액수의 퇴직금(법정퇴직금+특별퇴직금)을 지급받았음에도 원고보다 약 1,500만원 가량 적은 퇴직소득세가 부과됐던 것이다.
 
이에 원고는, 특별퇴직금은 최초 입사일로부터 희망퇴직일까지 장기간의 근로에 대한 보상적 성격으로 지급되는 것이므로, 특별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 산정에 있어서는 근속연수의 기산점을 최초입사일로 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관할 과세관청에 퇴직소득세 경정청구를 했다.
 
한편, 원고 이외에도 다수의 근로자가 원고와 같은 처지에 있었는바, 이들 역시 원고와 함께 각 관할 과세관청에 특별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 경정청구를 했다.
 
3. 과세관청 및 조세심판원의 판단
 
원고를 관할하는 과세관청은 '원고와 A 회사 간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단절됐으므로, 원고가 지급받은 퇴직소득(법정퇴직금+특별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를 산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근속연수는 정규직 전환일부터 희망퇴직일까지인 2년이다'는 취지로 원고의 퇴직소득세 경정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조세심판원 역시 위와 같은 취지로 원고의 심판청구를 기각했고, 원고는 경정청구기각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원고와 함께 경정청구를 신청한 자들은 약 40명가량 됐는데, 원고의 사례와 같이 퇴직소득세 경정청구를 기각한 과세관청들도 있었지만, 퇴직소득세 경정청구를 인용한 과세관청도 있었고, 그 비율은 약 50:50 정도로 과세관청에서도 혼란이 초래된 상황이었다.
 
4.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1심(수원지방법원 2017구합67415)에서 원고는 ① 특별퇴직금은 입사 시부터 희망퇴직일까지라는 장기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고 ② 원고의 정규직 전환은 고용 형태의 변경에 불과하지 실질적인 근로관계의 단절로는 볼 수 없으므로, 특별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를 산정함에 있어서도 입사 시를 근속연수의 기산점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피고는 ① 특별퇴직금은 장기간 공로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조기퇴직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된 것이고 ② 원고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사직원 및 동의서 등을 제출한 이상, 원고와 A 회사와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단절됐으므로, 근속연수의 기산점은 정규직 전환일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① 원고를 포함한 정규직 전환자들의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점 ② 원고를 포함한 정규직 전환자들은 정규직 전환 전후로 업무의 중단 없이 종전과 동일한 근무 장소에서 거의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수행한 점 ③ 정규직 전환자들에 대한 특별퇴직금 지급 조건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은 미전환 직원들과 동일하고, A 회사가 특별퇴직금 지급기준을 정함에 있어 원고와 같은 정규직 전환 직원들과 미전환 직원들의 근속연수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보면, A 회사는 원고와 같은 정규직 전환 직원들의 최초 입사일부터 퇴직일까지의 근무 기간을 통산한 장기간의 근속에 대한 공로 등을 참작해 이 사건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정규직 전환 전 근무 기간도 특별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소득공제 근속연수에 포함돼야 한다'고 판단한 후, '원고의 정규직 전환 전 근무기간이 특별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소득공제 근속연수에 포함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처분은 소득세법 시행령 제105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피고가 항소했으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18누39036 판결도, '① 원고가 지급 받은 이 사건 특별퇴직금은 그 지급요건과 산정 방식 등이 다른 직급 직원의 것과 같으므로, 원고가 지급 받은 이 사건 특별퇴직금을 다른 직급의 직원들이 지급 받은 특별퇴직금과 달리 볼 수 없는 점 ② 원고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퇴직금 정산 및 신규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정규직 전환 전후로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계속해서 수행한 이상, 이는 근로형태를 변경한 것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근로관계의 단절로 볼 수 없는 점, ③ 정규직 전환 당시에는 이 사건 희망퇴직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원고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제출한 사직서 및 동의서의 내용이나 정규직 전환 공모에 기재된 내용을 이 사건 특별퇴직금에 관해 적용할 수는 없는 점 ④ 이 사건 특별퇴직금이 조기퇴직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기근속에 대한 보상이라는 성격과 병존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A 회사는 특별퇴직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정규직 전환 전 근속연수도 반영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해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원고 이외에 경정청구가 기각된 자들 역시 전국의 각 법원에 경정청구기각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었는데, 각 법원 역시 위와 같은 취지로 판단하고, 각 과세관청의 경정청구기각처분을 취소했다.
 
5. 이 사건의 의의
 
일반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퇴직금 관련 분쟁에서 주로 쟁점이 되는 것은, 근로관계의 단절이 있었는지 여부였다. 이는 법정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에 비례해 산정되는 것이어서 계속근로연수를 몇 년으로 할 것인지, 이에 따른 법정퇴직금 액수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해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일반적인 퇴직금 사건과 달리 법정퇴직금 액수에 관해서는 다툼이 없고,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자가 희망퇴직 하면서 추가로 지급받은 특별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를 과세관청이 산정함에 있어 그 기산점을 입사 시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전환일로 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던 사건이었다. 즉, 이 사건은 기존의 퇴직금 사건들과는 그 층위가 다른 사건이었고, 조세의 대원칙인 실질과세의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 됐던 사건이었다.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은 "세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과세의 형평과 해당 조항의 합목적성에 비추어 납세자의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4조 제2항은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소득세법 제1조는 "이 법은 개인의 소득에 대하여 소득의 성격과 납세자의 부담능력 등에 따라 적정하게 과세함으로써 조세부담의 형평을 도모하고 재정수입의 원활한 조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해, 실질과세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대법원 2012.1.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역시 "구 국세기본법(2007.12.31. 법률 제88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 제2항이 천명하고 있는 실질과세의 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중략) 과세의 형평을 제고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이는 조세법의 기본원리인 조세법률주의와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세법규를 다양하게 변화하는 경제생활관계에 적용함에 있어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목적적이고 탄력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의 형해화를 막고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와 상호보완적이고 불가분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해, 실질과세의 원칙이 과세의 기본원칙임을 명확히 했다.
 
이와 같은 법률 규정의 내용과 대법원의 태도에 비춰보면, 소득에 대한 적법‧정당한 과세가 되기 위해서는 그 소득의 성격과 실질을 반드시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과세는 위 법률 규정에 위반한 것으로 위법한 과세에 해당한다.
 
이 사건의 1심과 2심은 원고가 지급받은 특별퇴직금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주목했고,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게 된 경위, 지급조건 등을 고려해 이 사건 특별퇴직금은 장기근속에 대한 보상으로서 성격을 가지며, 이러한 성격은 조기퇴직으로서의 성격과도 병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특별퇴직금이 장기근속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을 갖는 이상, 이에 대한 과세 역시 장기근속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1심과 2심은 특별퇴직금의 성격과 실질을 고려해 소득에 조응하는 적법한 과세방법을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1심과 2심 판결은 특별퇴직금에 대한 과세에 있어서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서 조세 대원칙에 부합하는 정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지고 있는 오늘날 위 판결이 관련된 사안들의 긍정적인 선례로서 적용하고, 국세청이나 각급 과세관청의 실무처리에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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