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1 17:27:06 수정 : 2019-02-12 09:05:09

[Daily News] 포괄임금적용 일반사무직이 95%…근로시간 계산 가능하면 ‘무효’

  • 프린트
  • 작은글씨
  • 큰글씨
[2019년 3월호 vol.334]

▲(좌) 포괄임금제 도입 현황 (우)포괄임금제 도입 직군 / 자료 = 한국경제연구원
 
[월간 노동법률] 임고은 기자 =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는 기업 대부분이 일반 사무직에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사무직에 포괄임금제 적용이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 움직임에 귀추가 모이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실 근무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이 아닌, 연장ㆍ야간 등 시간외근로에 대한 수당을 미리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임금제도다. 주로 근로 형태의 특수성으로 실근로시간 산정이 곤란한 업종에 적용한다. 예를 들면 날씨에 영향을 받는 염업,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며 대기 시간이 많은 운수업 등 정확한 근로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업종에서 일정 시간을 연장근무 한 것으로 처리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특수 업종보다 일반 사무직에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월 11일 발표한 '포괄임금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기업 중 94.7%가 일반 사무직에 이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직 63.7% ▲연구개발직 61.1% ▲비서직 35.4% ▲운전직 29.2% ▲시설관리직 23.0% ▲생산직 13.3% ▲경비직 8.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포괄임금제 실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서'라는 답변이 60.2%로 가장 높았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이유로는 '일과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해서(89.7%)', '주로 사업장 밖에서 근로(36.8%)', '대기시간이 많은 근로(8.8%)' 등을 꼽았다. 하지만 대체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특정 사업장에서 관리자의 관리ㆍ감독하에 일하는 일반사무직 근로자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근로시간 산정 가능한 경우 포괄임금제 무효
 
우리 판례는 포괄임금제에 대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노사 간 포괄임금제 합의가 명시적, 객관적으로 존재해야 유효하다고 봤다. 아울러 단순히 연장, 야간, 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것만으로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0.5.13.선고 2008다6052 판결).
 
여기서 '근로시간 산정의 어려움'은 주관적이 아닌 객관적인 어려움을 말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노동법률>과의 통화에서 "판례에서 말하는 '근로시간 산정 어려움'이란 근로시간 산정을 안 하거나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기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장은 지난해 6월 <노동법률> 기고에서 △관리자의 지휘ㆍ감독을 벗어나 주로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며 근로시간을 노동자가 재량으로 결정하고, 성과급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는 등 근무 형태가 도급적 성격이 강한 경우 △ 매일의 기상 조건에 따라 근로시간이 달라지는 등 업무가 기상-기후 등 자연조건에 좌우돼 정확한 근로시간의 측정이 어려운 경우 △주로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면서,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의 장단이 결정돼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을 구체적 예로 제시했다.
 
따라서 근로시간 계산이 용이한 대부분의 일반 사무직은 법원에서 인정하는 포괄임금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울러 실태조사에서 포괄임금제 시행 기업이 밝힌 '임금계산의 편의를 위해서(43.4%)', '기업 관행에 따라서(25.7%)',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8.0%)' 등의 이유도 인정되기 어렵다.
 
일반 사무직뿐만 아니라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음에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15조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직장갑질 119는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회사에서 야근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으려고 포괄임금제 계약을 맺는 것은 불법이고, 근로자는 밀린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직장갑질 119에 상담을 요청한 A씨는 오전 9시 30분 출근ㆍ오후 6시 반 퇴근, 연봉 2000만원을 조건으로 디자인에이전시에 입사했다. 지난해 7월 입사 이후 5개월간 261시간 46분을 연장근로 했지만 사장은 '포괄임금제'로 계약했다며 시간외수당 지급을 거부했다. A씨는 직장갑질 119와 상담한 뒤 노동청에 진정을 내 시간외 수당 313만 1,790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늦어지는 정부 지침에 '포괄임금 폐지 반대' 여론 높아져
 
일반 사무직의 포괄임금제 적용은 '제도 남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 직군까지 초과근로시간에 상관없이 사전에 정해진 일정액을 일괄 지급하는 것은 근로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규율을 약화시키고 장시간 노동의 가능성, 노동시간의 무계획성 등의 문제를 양산한다는 비판이다.
 
포괄임금제를 놓고 기업과 근로자 간 분쟁이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 오ㆍ남용 지도지침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오남용을 막는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지침에 따라 사업장을 지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발표 예정이었던 지침 발표를 거듭 연기하더니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날도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 발표 시기를 묻는 말에 "확실하지 않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러한 정부 지침 발표의 불확실성은 기업의 '포괄임금제 폐지' 반대를 부추기고 있다. 포괄임금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포괄임금제 도입 기업의 70.8%는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지 방안(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예외적 허용)'에 반대했고, 그 이유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서 시장 혼란 가중 우려'가 8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r
 
 
 
임고은  기자
저자이미지

목록보기 버튼

이전글 
오는 18일 탄력근로제 논의 종결...노사, 단위기간 합의는 ‘불투명’
다음글 
신창현 의원, 임금체불 '노동자 보호ㆍ사업주 처벌 강화' 개정안 발의
Daily뉴스 List 더보기 >
  • 1정부, 산업안전보건기준 개정...열차 추락사고 예방 조치 강화
  • 2대검, '노동수사 전문자문단' 발족
  • 3이정미 대표, 노조법 개정안 발의...“ILO 협약 비준 시급”
  • 4문희상ㆍ김학용ㆍ이용득 의원 '장애인고용' 입법ㆍ예산 지원 약속
  • 5한국경제연구원, “대기업 비중 늘리면 일자리 252만개 증가”
  • 6정부 “ILO 핵심협약 ‘선비준’ 어려워”...노동계는 ‘선비준’ 촉구
  • 7보건의료노조, 산별 중앙교섭 요구안 확정...5월 8일부터 중앙교섭 시작
  • 8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 설립 지역 발표…중소기업ㆍ비정규직 노동자 위한 보육 확대
  • 9근로복지공단-SK건설 '상생형 공동직장어린이집' 설치 MOU
  • 10ILO, ‘자영업자 단결권ㆍ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 재차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