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2 15:24:45 수정 : 2019-07-18 19:18:39

[Daily News] 최저임금, 경영계 제시안으로 결정…勞 ‘검토 시간 더 갖자’ 의견 무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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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호 vol.339]


[월간노동법률] 임고은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가 7월 12일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을 전년대비 2.87% 인상한 8,590원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12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사용자 위원이 제시한 최종안이 채택됐다. 금융위기 직면 당시와 비슷한 인상률 결정에 대해 노동계는 '최저임금 참사'로 규정했다. 더욱이 결정 과정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 11일 오후 4시 30분부터 7월 12일 새벽 5시 30분까지 이어진 제12차, 제13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안과 사용자 위원안으로 표결을 실시했다. 근로자 위원은 최종적으로 8,880원을 제시했고, 사용자 위원은 8,590원을 최종 제시했다. 재적위원 27명 전원이 출석해 표결한 결과 사용자 위원안 15명, 근로자 위원안 11명, 기권 1명으로 사용자 위원안이 가결됐다.
 
■ 경영계 '동결' 못해 "아쉬워"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75% 다음으로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사용자 위원 측은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인상되고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어선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초래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던 경영계로서는 다소 '아쉬운'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현 최저임금조차도 중소ㆍ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넘어섰다며 오히려 '삭감'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사용자 위원 측은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사용자 위원 입장'을 발표하며 "금융위기와 필적할 정도로 어려운 경제 상황과 최근 2년간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ㆍ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했던 최소한의 수준인 '동결'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 수준은 이미 중소ㆍ 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넘어섰고 취약계층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많은 곳에서 최저임금 동결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2020년 최저임금이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돼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도 개선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사용자 위원 측은 "조만간 설치될 '제도개선전문위원회'에서 업종별ㆍ규모별 구분적용을 최우선으로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 합리화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 2021년 최저임금이 합리적으로 개선된 제도 위에서 심의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노동계 "최저임금 결정 강행, 검토 시간 연장 요구 무시됐다"
 
노동계는 역대 3번째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이번 결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은 물론,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까지 무산됐다고 봤다. 근로자 위원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6.3% 인상안이 문 대통령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상률이었으나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저임금 노동자의 처지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참담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대폭 올랐다고 하지만 작년 최저임금법이 개악되면서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식대, 교통비 등 제 수당들이 최저임금에 산입 돼 인상효과는 크게 반감됐다"며 "결국 최저임금 평균인상률은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른 게 없는데 최저임금법만 개악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경영계의 2.87% 인상 주장이 '근거 없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손지승 부대변인은 "우리가 냈던 최종안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최저임금 1만원을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인상률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안이었다. 그런데 사용자 위원 측에 2.87% 인상의 근거가 뭐냐고 물으니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근거가 없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결정이 성급하게 내려진 데 대해 당혹감을 드러냈다. 손 부대변인은 "인상률과 관련해 노사가 서로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조건 오늘 끝내야 한다며 막무가내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이후 최종 고시까지 이의제기 절차 등을 고려해 7월 15일까지 심의를 끝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근로자 위원이 두 자릿수 인상률을, 사용자 위원이 마이너스 인상률을 제시하면서 최저임금 최종 심의는 15일에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팽배했다.

손 부대변인은 "근로자 위원들도 최종제시안에서 충분히 낮출 만큼 낮췄다. 그런데도 2%대 인상률이 결정된 것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와 노동존중 사회에 대한 기만"이라며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이 놀랍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가 2020년 적용 최저임금안을 제출하는 즉시 이를 고시하고 이의제기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법상 이의제기 권한이 있는 노사단체 대표자는 물론, 직접적으로 최저임금의 영향을 청년ㆍ중장년ㆍ여성ㆍ소상공인ㆍ자영업자까지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 경영계 '인상률' 얻고 '업종별 차등적용' 잃어
 
근로자위원 전원 사퇴에 따라 경영계가 요구했던 최저임금 제도개선전문위원회 구성도 어려워졌다. 제도개선위는 '사업의 종류별 구분(업종별 차등)안' 부결로 전원회의에서 퇴장했던 경영계가 복귀하며 요구한 사안이었다.

앞서 사용자위원 측은 ▲업종별 지불능력ㆍ근로조건ㆍ생산성 차이 ▲최저임금 미만율 증가 등을 이유로 '사업의 종류별 구분(업종별 차등)' 논의를 요구했지만, 제5차 전원회의에서 과반 반대로 안건이 부결됐다. 이에 반발해 퇴장한 사용자위원들은 이후 제6~7차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본 안건인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위한 토론에 우선 집중하고, 제도개선은 노ㆍ사 측에서 제출한 안건을 포함해 별도로 논의를 검토"하기로 협의했다. 이에 최임위는 실무자 회의인 연구위원회에서 제도개선 필요사항, 노ㆍ사 제출 안건 등을 정리해 운영위원회 및 전원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사용자위원 측은 지난 7월 12일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최저임금위원회는 조만간 설치될 '제도개선전문위원회'에서 업종별ㆍ규모별 구분적용을 최우선으로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 합리화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 2021년 최저임금이 합리적으로 개선된 제도 위에서 심의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로자 위원들이 복귀하지 않더라도 제도개선위 설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지만, 근로자 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때는 출석위원만으로도 의결할 수 있다. 다만 근로자 위원이 전원 사퇴한 상황에서, 노동계가 반대하는 안을 두고 사용자 위원과 공익위원이 단독으로 의결 진행하기에는 큰 부담이 따른다. 한국노총은 이번 근로자 위원 사퇴를 밝히면서 "최저임금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차등적용과 관련한 일체의 논의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임승순 최저임금위원회 상임위원도 지난 7월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도개선위원회 설치와 관련해서는 지금 당정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제도개선을 한다고 해서 당연하게 업종별 구분 적용으로 간다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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