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05 15:08:50 수정 : 2018-12-06 15:25:14

[지방ㆍ행정법원] 법원 “삼성 반도체공장 노동자, 백혈병 치료 중 발생한 부작용도 산재”

  • 프린트
  • 작은글씨
  • 큰글씨
[2019년 1월호 vol.0]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의 백혈병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A씨에 대해 산재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지난 11월 2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인 A씨의 손을 들어줬다(2017구단75661).

A씨는 생산라인에서 직접 근무하지 않았지만 업무수행을 위해 사업장 내 모든 설비라인을 수시로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A씨가 발암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법원 감정촉탁의, 업무 연관성 놓고 의견 엇갈려

A씨는 지난 2003년 6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기흥사업장에 입사한 뒤 약 7년 동안 웨이퍼 불량 원인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던 중 지난 2010년 5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A씨는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산화에틸렌 등 발암물질 노출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전문가 소견을 근거로 지난해 3월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당시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산보연)은 역학조사 결과를 통해 "(A씨가) 근무했던 장소는 남아 있지 않아 과거 업무 현장에 대한 파악, 위해 요인 노출 위험성에 대한 평가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산화에틸렌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매우 낮다"고 밝혔다.

이에 A씨는 "만 18세에 입사해 각종 유해한 업무를 하면서 7년 동안 벤젠, 포름알데히드, 산화에틸렌 등의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다"며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불량 웨이퍼를 수거하기 위해 1주에 3~4일, 하루에만 수차례씩 모든 설비라인을 출입했다. 설비라인을 한 번 출입하면 최소 30분 이상, 최대 3~4시간 정도 체류했다. 웨이퍼 표면 코팅 작업을 할 때에는 검은 그을음을 남기는 성분 모를 가스에 노출되기도 했다. 또 식각작업(화학용액이나 가스를 이용해 웨이퍼상의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수행한 분석실에서는 방독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를 착용했다.

법원이 감정을 의뢰한 전문의들의 의견은 갈렸다.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원인은) 비유전적 원인과 유전적 원인으로 나눠지며 대부분 비유전적 요인"이라며 "원고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산업장에서 노출된 화학물질(Chemical)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미흡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생의 비직업적인 원인(가족력)과 질병력 등을 찾을 수 없다면 비록 그 노출량이 낮다 해도 원고(A씨)가 화학물질 그리고 전리방사선 및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에 의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평소 음주나 흡연을 하지 않았고, 특이 질환 이력이나 가족력도 없다.

첨단산업 직업병, 업무상 재해 인과관계 쉽게 부정 못 해

법원은 첨단산업 분야의 경우 직업병에 대한 연구 결과가 부족해 질병의 업무 연관성을 규명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낮은 수준이더라도 장시간 지속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되면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이 가능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사업장이 개별적인 화학물질의 사용에 관한 법령상 기준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원고가 근무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된 산화에틸렌,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이 원고의 체질 등 다른 요인과 함께 작용해 발병케 했거나 적어도 그 발병을 촉진한 원인이 됐다고 추단함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며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뤄진 피고(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웨이퍼를 수거하기 위해 제대로 보호장비를 갖추지 못한 채 웨이퍼 가공공정이나 등에 수시로 출입하거나 상당한 시간 동안 체류하면서 그 공정에서 발생했을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에 낮은 정도로 노출되더라도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생산라인을 드나드는 A씨 업무에 대해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은 산보연 역학조사 결과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발병률이 평균 발병률보다 유달리 높다면 업무 연관성을 입증할 유리한 사정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도 뒤따랐다.


▲지난 11월 23일 삼성전자ㆍ반올림 중재 판정 이행 협의 협약식에서 김기남(사진 왼쪽)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황상기 반올림 대표를 비롯한 피해자들과 손을 잡고 있다.

백혈병으로 인한 부작용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어

이번 판결에서는 백혈병 치료 도중 발생한 부작용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판단도 나왔다. A씨는 백혈병 발병 직후 장염이 발생해 장 절제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 판사는 "'왼쪽 결장 반절제술 후 상태'는 백혈병 치료 과정의 부작용으로 인한 상병으로, 치료방법의 부작용으로 인해 새로운 상병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다"라며 "원고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이 역시 업무상 질병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원고 소송대리를 맡은 박애란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는 "A씨의 경우에는 백혈병으로 쓰러지자마자 장 절제술을 같이 했었기 때문에 일부러 판결문에서 밝혀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반올림에 따르면 2018년 11월 28일 현재 첨단산업 분야 산재 신청자는 111명. 반올림 외에 개별 신청자 5명을 포함하면 전체 116명이다. 이 가운데 산재를 인정받은 사람은 37명이다. 인정 기관별로 보면 근로복지공단 21명, 법원 16명이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지난 11월 23일 반도체 피해 분쟁을 마무리했다. 이날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김기남 DS부문장(사장)은 삼성이 백혈병 피해 발생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며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기남 사장은 오는 2028년까지 피해 보상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김대영  기자
저자이미지

목록보기 버튼

이전글 
대법 "공무원이 공사대금 사적 횡령했다면 퇴직금 감액 사유인 '공금 유용'"
다음글 
판례속보 List 더보기 >
  • 1법원 “삼성 반도체공장 노동자, 백혈병 치료 중 발생한 부작용도 산재”
  • 2대법 "공무원이 공사대금 사적 횡령했다면 퇴직금 감액 사유인 '공금 유용'"
  • 3대법원 "정년 계산, 고령자고용법 시행 전이라면 실제 생년월일로 하지 않아도 돼"
  • 4서울중앙지법 “산업은행 임원 운전기사 운용은 불법파견”...포괄임금제도 적용 안돼
  • 5서울중앙지법, "휴일 골프 접대,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어...휴일수당 청구 안돼"
  • 6서울고법, “삼표시멘트 불법파견 인정”... 불파 손해배상 소멸시효 문제, 정리 필요해
  • 7법원 “금감원 채용비리 피해자, 채용된 것으로 볼 수는 없어”
  • 8대법원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성과급도 평균임금"
  • 92년 3개월 육아휴직 내고 로스쿨 다닌 경감..대구지법 “감봉 1개월 징계 적법”
  • 10대법원 “특수법인 설립 시 근로관계 승계 규정 없다면 고용 승계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