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5 15:01:09 수정 : 2019-04-23 16:28:04

[지방ㆍ행정법원] 법률구조공단, ‘미운털’ 변호사 전보 조치...법원 “정당한 인사 아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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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호 vol.335]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조상희, 아래 공단)이 공단 내부 문제를 지적했던 지부장을 연고지가 아닌 곳으로 발령내려다 발목이 잡혔다.

지난 14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정태)는 박 모 전주지부장이 공단을 상대로 낸 전보발령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에서 본 사건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전보 발령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2019카합10008). 재판부는 "(공단의 전보발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라고 볼 여지가 많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법률구조공단, 지난해에도 '징계성 전보'하려다 취소

박 지부장은 이번 전보 발령 이전에도 한 차례 징계성 전보 발령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7월 20일 공단은 박 지부장을 전주지부장에서 전주지부 군산출장소장으로 전보하는 내용의 '징계성 전보 발령'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부장 측에 따르면 조상희 공단 이사장이 앞서 전주지부를 방문했을 당시 박 지부장이 업무와 관련된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이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직 직원들이 법률상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일 수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자 '미운털'이 박혔다는 게 박 전 지부장 측 주장이다.

박 지부장은 같은 달 25일 법원에 공단의 전보 발령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같은 해 8월 13일 이 전보 발령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징벌적 의미의 전보를 한 것이거나 인사권을 남용한 위법한 명령'이라며, 박 지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박 지부장 소송대리를 맡은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공단 내부에 있는 변호사들 중에서도 일반직들이 법률상담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의견을 내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데 그런 입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징계성 전보를 했다는 걸 저쪽(공단)에서 인정했다"고 말했다.

공단은 법원 결정 다음날 곧바로 전보 발령을 취소했다. 이와는 별개로 이 사건의 본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박 지부장은 본 소송을 통해 위자료 800만원 등을 공단에 청구한 상태다. 변론은 오는 22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주지부장을 의정부지부장으로...법원 "이례적 조치"

박 지부장은 지난달 발표된 인사발령을 계기로 다시 공단과 맞섰다.

공단은 지난 2월 15일 박 지부장을 전주지부장에서 의정부지부장으로 전보 발령한다고 밝혔다. 희망근무지 5순위를 모두 전주지부로 적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박 지부장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거주하며 전주지부로 출퇴근을 해왔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시외버스로 약 4시간이 걸리고, 교통비는 편도로 3만원 정도 든다.

결국 박 지부장은 인사발령 공고 3일 뒤인 지난달 18일 공단의 전보 발령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는 "(전보 발령이) 특별한 업무상 필요성이 없고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전보 발령으로 입게 될 생활상 불이익이 커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19일에는 곧바로 전보발령 무효확인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2019가합15246).

반면, 공단은 "소속 변호사의 인사 및 복무규칙과 소속 변호사 전보지침에 따라 인사발령을 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인사 대상자들로부터 희망지역 조사를 하고는 있으나 이는 단순한 참고자료에 불과하며 이 사건 인사발령은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어서 정당하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공단의 전보 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전보 처분의 권리남용 여부를 판단하려면 업무상 필요성,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 당사자와의 협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보발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없거나 미미한 반면, 채권자(박 지부장)가 그로 인해 입는 생활상 불이익이 더욱 크다"며 "채무자(공단)가 채권자와의 면담이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라고 볼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공단의 이번 인사발령은 통상적인 관행과 다른 이례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 공단 소속 변호사들은 대체로 수도권 지역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한다. 이 때문에 수도권 근무를 원하지 않는 변호사들이 수도권으로 전보된 사례가 거의 없다. 박 지부장과 같이 지부장 경력이 있는 전보 대상 가운데 수도권 근무를 희망하는 변호사들이 있었다는 점도 법원 결정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공단의 인사발령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으면 박 지부장이 받게 될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고 봤다. 이에 본 소송인 전보발령 무효확인소송 판결이 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한편, 공단은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단 관계자는 공식입장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특별히 표명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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