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5 07:55:49 수정 : 2019-05-15 12:18:48

[대법원] 대법원 “택시업계 최저임금법 위반 피하려 근로시간 단축했어도 형사 처벌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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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호 vol.337]



최저임금법 위반을 면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편법을 썼어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2015도676).

대법원 제3부(재판장 민유숙)는 지난 5월 10일,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회사 대표에 대해 유죄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근로자 76명을 고용해 택시운송사업을 하고 있는 합자회사 대표 A는 택시운전 근로자 23명에게 4,900여 만원의 최저임금을 미달해서 지급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A는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 일반택시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이 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수입'이 제외되자, 회사는 고정급(기본급)만으로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 이에 A는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취업규칙을 2차례 변경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해 버렸다. 하지만 실제 근로시간에는 변경이 없었다. 이를 두고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가 제기된 것.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원심(의정부지방법원 2014노369)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원심 재판부는 "최저임금법 개정 취지에 맞춰서 고정급을 높여야 하는데도, 오히려 실제 근로시간에 비해 현격하게 짧은 근로시간을 근로조건으로 정해 형식적으로만 최저임금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는 것처럼 조치했다"며 "비록 근로자들의 동의가 있다고 해도, 이는 강행규정은 최저임금법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미 지난 4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 근로시간과 상관 없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무효라며 근로자들이 청구한 임금 청구를 인정한 바 있다.

대법원 제3부는 이런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취업규칙 변경이 탈법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A씨가 최저임금법 위반을 할 '고의'가 있었는지를 두고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사용자에게 법위반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취업규칙 변경이 탈법행위로 무효가 된 탓에 사후적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을 지급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곧바로 법 위반의 고의가 있다고 봐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을 줄인 배경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사납금을 내고 남은 수입인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다는 특례규정이 시행됐는데도)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유지하면, 사업자로서는 고정급이 큰 폭으로 상승하므로 사납금을 증액해야 한다"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고정급이 인상돼도 사납금이 증액되면 총수입이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피하면서 최저임금법 저촉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노사합의가 성립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택시근로자들 고정급이 소정근로시간 단축에도 오히려 늘어나거나 감소하지 않은 점,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두고 당시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있거나 법원 판결이 있지 않았던 점 등을 살펴보면, A는 당시 택시운전근로자 다수의 동의를 얻어 변경한 취업규칙이 유효하다고 믿을 수 있었다"며 "그렇다면 최저임금법 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A씨가 유죄라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

지난 4월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내용으로 한는 취업규칙이 무효라고 판단해 근로자들의 임금 청구를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가 택시 업계에 워낙 만연한 상황임을 고려해, 사업주를 형사 처벌까지 하는 것에는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4월 전원합의체 판단 이후 택시 업계를 둘러싼 임금 소송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변호사는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취업규칙 변경 등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케이스가 많다"며 "워낙 관행처럼 많이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택시 업계 최저임금을 둘러싼 임금 청구 소송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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