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7 15:22:39 수정 : 2019-06-07 15:25:43

[고등법원] 서울고등법원 "파견근로자가 계열사로 옮겼어도 파견 승계로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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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호 vol.338]




파견근로자가 지주회사에서 계열사로 적을 옮겼다고 해도, 파견을 승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윤승은)는 지난 5월 17일, 근로자 A씨가 국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2018나2043041).
 
A씨는 근로자 파견업체 T사와 2013년 7월 29일부터 약 1년간 KB금융지주에서 운전기사로 근무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T회사는 근로자를 KB금융지주 사업장에 파견하는 내용의 근로자 파견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A씨는 KB금융지주에서 HR팀장의 지휘명령에 따라 당시 최고인사책임자 직위에 있는 상무의 운전기사로 근무하게 됐다. 그러던 중 이 상무가 계약기간 도중인 2014년 1월 1일부터 KB금융지주의 계열사인 국민은행에서 본부장으로 일하게 됐고, 이 상무는 A씨에게 계속 자신의 운전기사로 근무할 것인지 물었다. A씨는 이 제안을 수락했다.

이에 따라 A는 2014년 1월 1일부터 본부장이 된 상무의 운전기사로 근무를 하게 됐고, 이후 한차례 근로계약을 더 연장해 2015년 12월 31일까지 국민은행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 T회사에서 퇴직했다.

결국 A씨는 2013년 7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KB금융지주와, 2014년 1월1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에서 파견 운전기사로 일하게 된 셈이다.
 
그런데 A씨는 "국민은행이 KB금융지주로부터 사용사업주의 지위를 승계했으므로, 결국 통산 2년을 넘겨 파견근로자로 사용한 셈"이라며 "따라서 파견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13년 7월 29일부터 직접 고용 의무를 부담하므로, 국민은행은 직접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KB국민은행이 KB금융지주의 사용자 지위를 승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계약 자체가 파견에 해당하지 않으며, 파견이라 해도 파견 기간이 2014년 1월 1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이므로 2년을 초과해 사용한 사실이 없으므로 직접 고용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8년에 선고된 1심 법원은 A의 근로관계가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후, KB금융지주와 계열사인 국민은행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승계가 된다고 봤다(2017가합521978).

1심 재판부는 "원고의 근무내용이나 KB 금융지주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금융지주와 은행 사이에 묵시적 합의로 사용사업주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했고, 여기에 T회사와 A도 동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T사와 A가 근로계약을 두 번 체결했지만, A는 계속 같은 사람의 운전기사로 근무하며 근로계약의 내용이 똑같았고, ▲상무가 KB금융지주가 발행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KB국민은행 본부장이 돼 두 번째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T회사와 국민은행 사이 체결한 개별 근로자파견계약도 금융지주와 체결한 파견계약과 동일했던 점, ▲A씨가 상무를 따라 옮기면서 T회사와 KB금융지주 사이 체결했던 근로자파견 계약이 중간에 종료하게 됐음에도, 모든 당사자가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던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KB금융지주의 T사 및 A씨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며, 따라서 국민은행은 파견법에 따라 파견기간 2년이 만료된 2015년 7월 29일부터 고용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별도의 조직 및 사업목적을 가진 별개 법인"이라며 "A가 근로장소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사이에 근로자 파견관계의 승계에 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제출된 바 없다"고 봤다. 

또 "A도 상무가 전적한다는 사실을 알고 근로장소의 변경에 동의했고, KB금융지주의 인사담당직원이 재차 원고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판시했다.

이어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T와 근로자파견에 관한 기본계약이 체결돼 있어 근로자를 새로 파견 받아 수행 운전기사로 근무하도록 하면 되지, 굳이 KB금융지주와 원고 사이의 근로자 파견관계를 승계하면서까지 원고를 사용함으로써 파견법에 따른 법적 부담을 수용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하며 "근로자 파견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합의 내지 묵시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1심을 취소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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