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5 20:13:17 수정 : 2019-06-25 20:19:14

[고등법원] "아이돌보미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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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호 vol.338]
아이돌보미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유헌종)는 지난 6월 19일, 근로자 박 모씨등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박 씨 등은 광주광역시의 각 구청장이 지정한 아이돌봄 서비스 기관을 통해 아이돌보미로 일해 왔다. 이들은 광주광역시 아이돌봄 서비스 기관인 각 구의 건강지원센터로부터 운영을 위탁받은 A대학교 산합협력단, B대학 산학협력단, 광주지역 C사회복지회, D연구개발원(이하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박 씨 등은 자신들이 "서비스 기관인 피고에 종속돼 근로를 제공해 왔다"며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각종 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 수당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

하지만 피고들은 "아이돌보미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아이돌보미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청장으로부터 서비스 기관으로 지정된 건 각 구에 있는 건강가정지원센터이지, 피고들은 지원센터 운영을 위탁받아 운영한 것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사용자는 광주지역 각 건강가정지원센터일 뿐, 피고들은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비스 기관은 홈페이지에 돌보미 모집 공고를 하고, 지원하는 사람들에게 돌보미 양성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했다. 이수한 근로자들과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했으며 계약서를 작성한 돌보미는 해당 서비스기관 인력풀에 등록이 됐다.

이후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가정이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돌봄서비스를 신청하면, 서비스 기관이 인력풀에 등록된 아이돌보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지 여부를 묻고, 의사가 있는 아이돌보미를 신청 가정에 연결해 주는 형식이다.

아이돌보미들은 서비스기관에 출퇴근 할 의무 없이 바로 가정으로 가서 서비스를 제공했고, 서비스에 대해서는 신청 가정이 직접 홈페이지에서 이행 여부를 확인하거나 불만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됐다.

수당도 이용 가정이 지급한 이용료와 국가나 지자체가 지급한 보조금으로 수당을 지급했으며, 서비스 기관은 돌보미에 대한 보수 교육을 실시하고 정기적으로 월례회나 간담회를 실시하기도 했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원고들과 서비스 기관 사이 표준근로계약서가 작성됐고 계약서에 업무 내용이 명시된 점이나 여성가족부가 발행한 돌보미 관리 지침에 따라 간담회나 월례회를 개최한 점을 근거로 아이돌보미가 서비스 기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종속적인 관계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이돌보미는 특별히 건강에 문제가 없으면 양성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었고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표준계약서를 작성한 점을 볼 때 실질적으로 서비스 기관에 소속 아이돌보미를 선택할 재량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표준계약서에서도 소정근로시간 등 아이돌보미가 노동력을 서비스기관의 처분에 맡긴다는 핵심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신청 가정과 아이돌보미를 연계할 것인지를 선택할 권리는 서비스기관이 아니라 아이돌보미에게 있다는 의미다.

이어 "종속적 노동으로 보려면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이에 구속을 받아야 하는데, 아이돌보미는 출퇴근 의무가 없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 근로를 제공할 의무도 없으며 자신의 의사에 따라 해당 가정에 돌봄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수 있었다"며 "활동기간 동안 돌봄서비스를 전혀 제공하지 않아도 무방하며, 얼마든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점을 볼 때 서비스 기관에 전속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외에도 ▲피고 기관의 일반 직원 채용이나 취업규칙 규정이 아이돌보미에게 적용되지 않는 점 ▲간담회나 교육 참여 불참에 불이익이 없는 점 ▲서비스기관으로부터 정해진 수당을 지급받았을 뿐 별도로 기본급 내지 고정급, 상여금을 지급받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설사 근로자라고 볼 수 있다고 해도, 근로계약의 주체는 피고가 아니라 각 구의 건강가정지원센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광주광역시 작성 문건에도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 기관이 각 구의 건강가정지원센터로 돼 있는 점, 표준계약서도 건강가전지원센터장 명의로 작성된 점을 들어 "각 구의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이 근로계약상 권리의무 귀속 주체며, 피고는 서비스 기관의 운영권한만을 위탁받은 것"이라고 판시해 피고를 근로계약상 권리의무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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