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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5-06-11 09:00:00

    수정 : 2026-09-07 11:27:20

트럼프가 몰고 온 혼돈의 시대, ESG 정책은 어디를 향하나

2025-06-11 09:00:00



트럼프가 몰고 온 혼돈의 시대, ESG 정책은 어디를 향하나
[2025년 6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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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강충호 아주대 융합ESG학과 교수
     

    미국에서 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거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전 세계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내에서도 이민자들에 대한 폭력적 억압,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관련 행정부서 폐지와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해고 등 탈법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을 휘두르면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격화되고 있다. 

    급기야는 기후 위기와 사회 불평등의 심화, 전쟁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지구촌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국제연합(UN)을 필두로 국제 사회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합심해 추진해 온 지속가능한 발전 프로그램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이니셔티브들조차도 마음대로 탈퇴하거나 부정하고 있어 전 세계인의 우려와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탈퇴했다가 바이든 정부가 복귀했던 UN 기후변화협약(UN FCCC)에서 파리 협정 재탈퇴 결정, 국제 기후재정계획 및 UN 기후변화협약 관련 재정 지원 중단 또는 철회, 온실가스 보고 의무 및 차량 배출 규제 완화, 미국 내 화석 연료 채굴 확대 및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환경 규제 2년 유예 등 출범한 지 반년도 안 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쏟아낸 반ESG 정책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이처럼 트럼프 정부가 반ESG적인 정책 기조를 노골화하자 미국연방준비은행(FRB)도 지난 1월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 리스크 대응을 위한 국제협의체인 '녹색금융 시스템을 위한 중앙은행 및 감독당국 네트워크(NGFS)'에서 탈퇴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던 '기후 리스크 및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규정(Climate-related Disclosure Rules)', 즉 기후 공시 의무화에 대한 법적 방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지난해 3월 논란 끝에 확정된 상장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 공개 의무화 정책도 무산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와 관련 기관 및 주요 금융기관들의 반ESG 정책 혹은 ESG 반발(Backlash)이 이어지자, 그동안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ESG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던 유럽 연합(EU)도 지난 2월 말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옴니버스 단순화 패키지(Omnibus Simplification Package)를 통해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과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의 적용 대상을 축소하거나 시행을 유예하는 등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당초 202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시기가 2026년 이후로 연기된 이후 아직도 시행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영계를 중심으로 미국과 EU의 ESG 정책 완화·연기 추세를 반영해 공시 의무화 시기를 2029년 이후로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ESG 확산 추세가 주춤하면서 이대로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모든 정황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ESG 정책과 그것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가치가 퇴행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구촌의 생존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도입된 ESG 이니셔티브가 중단되거나 폐기될 수 없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후 변화의 파괴적인 영향력이 심화되면서 우리 인류와 사회의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명백한 과학적 사실로 입증된 온실가스 과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원인이 되는 폭염, 홍수, 가뭄 등 기후재난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불 소식을 시도 때도 없이 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위기에 맞서 지구를 지키고 인류의 생존을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ESG의 실천과 관련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수만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 존중과 안전 및 평화에 대한 세계인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편 직장과 사회에서 다양한 차별을 반대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한 DEI가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면서 ESG의 '사회' 영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ESG 정책에 대한 수요와 현실적인 의미는 오히려 커질 것이다. 이를 반영해 세계 지속가능 발전기업 협의회(WBCSD)는 2024년 9월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세계은행, 유네스코 등과 함께 '불평등 및 사회 관련 재무공시 지침' 제정을 위해 '불평등과 사회 관련 재무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글로벌 태스크포스(Inequality and Social-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ISFD)'를 발족하고 2026년 말까지 공시 프레임워크를 개발할 예정이다.

    셋째, 그동안 ESG 운동의 흐름을 주도해 온 것은 미국이 아니라 EU 회원국들과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의 일부 회원국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적인 힘의 균형이 다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EU와 브릭스 회원국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순응하며 ESG 정책을 후퇴시키거나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의 여러 주(州) 정부가 연방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달리 친환경적이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입각한 법과 제도를 유지하거나 확대해 나가고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반ESG 정책은 미국 내에서조차 그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 극우 세력이 득세하거나 독재 정권이 출현하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민주주의의 소중함에 대한 전 세계 민중들의 요구가 더욱 간절해지고 있는 만큼,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ESG 정책은 앞으로 더욱 존중되고 확산돼야 할 가치다. 

    최근 민주주의의 큰 위기를 겪은 한국 역시 조기 대선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지난 몇 년 동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반환경적·반사회적·비민주적인 정책은 중단 또는 폐기하고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 조치와 함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ESG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차기 정부가 관세 압박을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비롯한 ESG 정책을 올바르게 추진한다면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ESG 운동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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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대 융합ESG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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