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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2-04-07 17:28:00

    수정 : 2022-04-07 17:31:50

최근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해석·운용의 문제점

2022-04-07 17:28:00



최근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해석·운용의 문제점
[2022년 4월호 vol.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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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월간노동법률] 김대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1. 들어가며 :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석 및 집행 현황


    2018년 12월경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2020년 4월경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같은 해 5월경 조선소 내 용접작업 과정에서 아르곤 질식으로 인한 사고 등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이에 대한 입법적 대응의 일환으로 2021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고, 같은 해 10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제정됐다. 그리고 위와 같은 중대재해 처벌 관련 법령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고용노동부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어떠한 유해·위험요인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제거·대체 및 통제하는 등 개선조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한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에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는 보다 구체적으로 경영책임자로 하여금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업무절차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뤄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의무 내용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영국이나 호주와 같은 외국의 산업안전보건 관련 규제에 도입된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구성하는 절차들, 즉, 유해·위험요인의 확인(Hazard Identification), 위험성 평가(Risk Assessment) 및 위험성 통제(Risk Control)라는 접근방법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중대재해 사건들에서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혐의'에 기초해 추가적인 논증 없이 '해당 중대재해를 초래한 유해·위험요인을 확인 및 개선하기 위한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아니했다'라는 취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주장해 영장을 발부받고 있다.

    물론 수사의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한 범죄혐의는 수사기관이 수사 경험상 범죄행위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초기혐의로도 충분하고,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이행되지 아니했다는 사정(또는 그러한 내용의 의심)을 근거로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관리에 무언가 문제가 있으리라는 의심을 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관적·심리적인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집행 실무는 이미 만연한 산업재해에 대한 적대적 형사정책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고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재해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요구하는 여론에 부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기업에 대한 형사제재로 나아갈 수 있는 보다 신속하고 손쉬운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해석·운용할 것이다. 그 결과 현재 확인되는 징후들은 바뀌기보다는 그대로 굳어버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글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초해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3호에서 정한 유해·위험요인 관리에 관한 고용노동부의 접근방법에 대해 비판적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2.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체계·기능 왜곡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당시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된 내용 중 하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수범자(受範者)인 경영책임자가 부담하게 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관한 문제였다. 이에 대해 당시 관계자들은 일관되게 경영책임자가 이행할 수 있는 의무, 안전보건 운영체제의 유지·관리라든지 안전보건 계획의 수립·이행·감독, 감독기관의 지적 사항에 대한 사후 조치, 안전·보건 조직, 인력, 예산 등에 관한 전반적인 관리감독 책임과 같이 '실질적으로 경영책임자에게 의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부분'으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내용을 구성해야 한다는 논지를 개진했다. 이러한 논의들이 반영돼,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구체적·세부적인 안전보건 기준 준수 의무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성격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당시에도 언급됐듯이, 이러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설정의 타당성은 비교법적 관점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대표적인 사례로, 호주의 모델 산업안전보건법(Model Work Health and Safety Act) 제27조는 법인의 임원 등(Officer)에 대해 그가 소속돼 있는 법인으로 하여금 모델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상당한 주의(Due Diligence)를 해야 할 적극적 의무(Positive Duty)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관해 연방정부 보고서는 임원 등의 독자적인 의무 설정에 대해 한편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자기책임이나 형평의 관념에 부합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한편, 임원 등의 역할은 '법인 운영을 위한 결정권한 행사(Making decisions that provide for the governance of the entity)'로서 '작업 대상이나 특정 활동에 관해 취해야 할 조치에 관한 결정(Making decisions on action to be taken in relation to an item of work or specific activity)'과는 명확한 차이(Clear Difference)가 존재하고, 임원 등이 부담하는 의무는 임원 등을 곧바로 법인의 지위에 위치시키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있다.

    위와 같은 내용에 종합해 보면,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에서 요구하는 의무 내용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맞게 자체적으로 위험 관리가 달성될 수 있도록 이에 필요한 절차를 결정하고, 그 절차대로 이행되는지를 점검하며 점검 결과에 따라 위험 관리 실태의 개선(개별적·구체적 유해·위험요인의 개선과는 구별돼야 한다)을 위해 필요한 (운영상의) 조치를 실행하는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 이는 법인 또는 기관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권한을 보유하는 경영책임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자율적인 관리·개선 메커니즘을 정립하도록 함으로써 기존 명령·통제형 규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 즉, 부단히 발전하는 과학기술이나 다양화되는 산업 현실에 대한 신속한 반영이 어렵다는 점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도 독자적인 기능을 찾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사업주'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사정이나 이를 의심하게 할 만한 정황 자체로 경영책임자가 해당 조치와 관련된 유해·위험요인을 확인 및 개선하기 위한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경영책임자가 부담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사업주의 의무 내용과 일치시킴으로써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나 산업안전보건 관련 체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나아가 유해·위험요인 관리에 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에서 정한 의무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각종 안전·보건 기준을 준수할 의무와 동일화되는 결과 종전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제 방식에 대한 보완적 기능을 반감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3. 더욱 정치한 법리와 판단기준 설정 노력 필요

    위와 같은 입장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 업무절차나 점검 또는 후속 조치에 관한 서류만 작성해 놓은 경우에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하게 돼 중대재해처벌법이 형해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집행의 효율성을 명목으로 산업안전보건 영역에 관여하는 다양한 주체들 사이의 역할과 질서의 왜곡을 감행하는 경우 더욱 많은 난제에 봉착해 효율성을 상실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3호의 문제에 대해서만 논의의 범위를 한정한다면, 결국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 살펴본 호주 모델 산업안전보건법 제27조 제5항에서 정하고 있는 상당한 주의(Due Diligence)에 관한 정의를 참고해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나,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한국의 산업구조나 현실을 고려한 운용이 필요할 수 있어 보인다.

    한편, 사업장 위험성평가 제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에 관한 일련의 과정은 경영책임자에 의해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는 해당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관계자들(작업을 수행하는 종사자, 해당 종사자를 지휘·감독하는 자, 안전·보건 전문 인력, 기계·기구 설비 등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자 등)에 의해 진행된다. 이러한 유해·위험요인 관리 기제에 대해서도 엄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있다. 비록 법령에는 명시적으로 기술돼 있지 않으나,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3호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①경영책임자의 의무 해태로 인해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의 부실이 초래되고 ②유해·위험요인에 대한 관리의 부실로 인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는 두 가지 인과관계가 모두 충족돼야 하는 것이 아닌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경우 위 ②에 제시된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에 관한 일련의 절차 운영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형사책임의 귀속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해석론적 과제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무시한 채 집행상의 편의만을 추구한다면 당장 외형적인 성과는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능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경영책임자로서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기보다는 경영책임자로 특정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편법'을 찾는 데 골몰하거나 아예 의무 준수에의 의지를 포기한 채 요행만을 기대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중대재해처벌법은 본래 목적과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여론을 의식한 보여 주기식 집행보다 어떻게 중대재해처벌법의 체계성과 기능적 적정성을 제고할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가 차분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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