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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6-13 17:55:11

    수정 : 2024-06-13 17:55:18

중대재해 없는 세상을 위해 필요한 발걸음

2024-06-13 17:55:11



산업안전
[2024년 6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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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신성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1. 들어가며

    사람의 죽음이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비통한 일이겠으나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은 본인을 포함한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결과가 갑작스럽게 발생했다는 점, 많은 사례에서 결과 방지가 충분히 가능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산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중대재해의 발생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으나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의 확보는 노동계에서 중요한 이슈가 됐다. 또한 산업안전 관련 법령의 개정 등 여러 노력 등이 이행되던 와중 결국 기업의 최고책임자를 의무의 주체 및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시행됐다. 

    해외 사례에 비추어볼 때도 의무 및 처벌 수준이 상당한 중대재해처벌법이 각종 기대와 반발 속에서 시행된 지 벌써 2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효과 및 문제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의 수는 소폭 줄었으나 감소 폭이 중대재해처벌법 미적용 현장에서 두드러진 점에 비춰볼 때 법 시행에 따른 구체적 효과를 명확히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원인의 복합성을 전제로 규제·처벌만으로는 재해 발생의 획기적 감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2024. 5. 기준으로 15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판결이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법 시행 후 수사 대상이 된 사건 수가 500여 건이 넘음에도 판결 및 검찰 처분이 있었던 사건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양측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다만, 위와 같은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을 둘러싼 당사자들은 모두 중대재해 발생의 예방이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에 대한 절실함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수사 및 판단이 이루어지는 절차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수사 절차에서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취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성을 함께 논하도록 하겠다.

    2.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요구되는 수사기관 및 법원의 역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 중 하나는 법령의 추상성으로 인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어느 수준으로 구축해야 하는지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관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대검찰청의 해설 등 법령 구체화를 위한 다양한 해석 등이 있었고 산업안전 전문가들의 제언 등도 있었지만 결국 실제로 경영책임자 등이 법령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검찰 처분 및 법원 판결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새로운 기준으로 추후 수범자들의 대응이 이루어질 것이기에 검찰 및 법원 판단이 구체화되기를 모두가 기대했었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법 시행 후 2년 5개월가량이 흘렀음에도 검찰 처분 및 판결이 이루어진 사안은 전체 수사 사안 중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특히 법원 판결이 나온 사안의 경우 경영책임자에 의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마련이 상대적으로 미비했던 사례에 해당하기에 여전히 법령에 부합하는 의무 이행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불확실한 면이 존재한다. 

    물론, 법 자체에 해석의 여지가 넓기에 수사기관(노동청, 검찰)이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고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①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의 목적은 경영책임자 또는 법인에 대한 형사 처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 예방' 그 자체에 있는 점 ②중대재해처벌법에 부합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무엇인지 특정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 또는 법원의 판단 결과 및 그 근거가 신속히 확정될 필요가 있는 점 ③안전보건관리체계의 적절성에 대한 구체적 판단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ⅰ)적절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었음에도 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체계를 전환해 사업장 내 혼란만 증대되거나 (ⅱ)안전보건관리체계가 미흡함에도 적절한 개선을 진행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산업안전에 관해 국내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청 등 수사기관이 어느 정도 기간의 상한을 두고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일부 미흡했던 A 기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신속한 판단이 이루어졌다면, A 기업의 경영책임자는 문제 된 미흡 사항을 즉각 적정하게 변경하고자 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 A 소속 종사자들은 변경된 안전보건관리체계에 의해 종전보다 높은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수사기관 또는 법원의 판단이 적기에 내려지지 않을 경우 A 기업 경영책임자에 의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개선이 지연되고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여전히 미흡한 안전보건관리체계에 의해 장기간 부족한 보호를 받게 될 위험이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수사기관 및 법원의 역할은 단순히 법 위반에 따른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그친다고 볼 수 없으며 수사 대상 기업, 나아가 다른 기업들이 합당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수립하는 데에도 주요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A 기업과 반대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적정하게 갖춘 기업에 대해는 신속한 무혐의 처분 등을 함으로써 기존에 수립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보다 확고히 할 수 있도록 하고, 불필요한 변경 절차 등을 거치지 않도록 함으로써 종사자가 안정된 관리체계 내에서 충분한 보호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통일적· 선제적 수사의 필요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상당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단일 기업 내 다수 사업장에서 여러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례(특히, 대형 건설사의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경영책임자 및 본사가 구축하는 관리체계에 대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경영책임자가 종전에 마련한 관리체계가 특별한 이슈 발생 또는 정책 변경에 따라 달라지지 않은 이상 적어도 의무 준수에 관해 사업장별 또는 재해별로 달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경우 특정 재해의 원인이 어떠한 안전보건규칙 조항 위반에 있는지에 관해 개별적으로 컴토해야 한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의 관점에서는 다수 재해의 구체적 발현 형태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경영책임자 및 본사가 갖춘 체계는 어떤 사업장이든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단일 기업이 보유한 여러 사업장에서 발생한 2건 이상의 중대재해에 대해 수사기관 또는 법원의 판단이 모두 종결된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관할이 상이하다는 등의 사정으로 같은 기업 내 발생한 다수 사건에 대해 별개로 수사가 이루어지는 경우, 본사 주도로 갖춘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해 개별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절차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본사가 마련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의무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판단이 한 번이라도 이뤄진다면 특별한 사정 변경이 확인되지 않은 이상 유사 시기에 발생한 같은 기업 내 다른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도 기존 수사 결과가 그대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만약, 케이스별로 본사가 마련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면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안정적인 관리체계 수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과 재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 '다단계적 인과관계'의 성립을 기초로 판단하고 있는 법원의 태도에 비추어볼 때,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이 인정될 경우 해당 위반과 구체적 안전보건 조치 위반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에 대해 구체적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자체가 부정될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과는 별개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은 인정될 수 없다는 선제적 판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중대재해 수사 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적정성부터 통일적이고 선제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적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4. 나가며 

    아직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법의 도입에 따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사회 각층의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기업 내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이 주요 이슈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의 궁극적 목적은 '경영책임자 처벌'이 아닌 중대재해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기업의 가장 상단으로부터 마련된 체계 확립'에 있는바, 수사 및 판단 절차에서도 처벌만을 위한 절차 진행이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앞서 살펴본 사항들을 충분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경영책임자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사항을 형식적으로 이행하는 것에 집착해서는 안 되며 법원 판단 및 관련 기관들의 해석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처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각자 상이한 역할을 담당한 당사자들이 본인의 역할을 적정하게 이해하고 나아감으로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자가 없는 안전한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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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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