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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6-04-09 16:20:18

    수정 : 2026-04-09 16:28:59

원하청 교섭, 노동위원회의 역할과 자율적 해결의 가치

2026-04-09 16:20:18



노사관계
[2026년 4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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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법률] 안진수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들어가며


    2025년 8월,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개정 노동조합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2026년 3월 10일 시행됐다.

    원하청 교섭과 관련해 개정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①사용자 개념 및 ②노동쟁의 대상의 확대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했고(법 제2조 제2호), 노동쟁의 대상에 '근로자 지위와 관련한 근로조건 결정',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을 추가했다(법 제2조 제5호).

    입법 이후 고용노동부는 법률 해석을 둘러싼 노사 간 간극을 조율하고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행정적 노력을 기울였다. 수개월간 현장지원단을 통해 노사와 현장 논의를 이어갔고, 사용자성 판단기준과 교섭 절차 등을 구체화하기 위해 시행령 입법예고, 해석지침 행정예고 후 의견수렴을 거쳐 이를 확정했으며, 법 시행 직전인 2026년 2월 27일에는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사 양측의 견해 차이는 해소되지 못한 채 2026년 3월 10일 법 시행 첫날을 맞이했다. 법 시행 당일 407개 하청 노조가 221개 원청을 상대로 일제히 교섭을 요구했지만, 이날 즉시 자율적으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 창구 단일화 절차에 나선 원청은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CLS, 부산교통공사, 화성시 등 5곳(2.3%)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사용자는 사용자성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받는 방향을 택했고,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과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잇달아 제기했다. 이하에서는 향후 절차에서 노동위원회가 각 교섭단계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를 살펴보고, 사법 절차와 당사자 간 자율적 문제해결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1. 원하청 교섭과 노동위원회 절차

    원하청 교섭 과정에서 노동위원회는 창구 단일화 절차, 교섭단위 결정 절차, 조정 절차를 통해 노사 간 분쟁 상황에 개입하게 된다. 

    1)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노동위원회 시정 신청

    노동조합법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절차는 '교섭요구-사실 공고-교섭대표노조 지위 확보' 단계로 진행된다. 그리고 개정법에 따른 교섭에서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는 별도의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운용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거나 부당하게 진행한 경우에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원청이 공고하지 않은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시행령 제14조의3).

    2) 교섭단위 결정 절차

    노동조합 또는 사용자는 교섭요구 사실 공고 전 또는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 후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의 분리 또는 통합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시행령 제14조의11 제1항). 노동위원회는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내에 교섭단위를 결정해야 한다(시행령 제14조의11 제2항).

    교섭단위 분리·통합 결정 시 일반적 고려기준으로 임금·근무시간 등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 계약형태·정년 등 고용형태, 기존 노동조합 활동 및 기타 교섭관행 등이 규정돼 있다(시행령 제14조의11 제3항). 원하청 관계에 특유한 기준으로는 ①노동조합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또는 유사성, ②다른 노동조합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 ③교섭단위 유지 시 노동조합 간 갈등 유발 가능성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이 규정돼 있으며, 이 세 가지 기준은 앞선 일반적 기준에 우선해 고려된다(시행령 제14조의11 제4항).

    3) 노동쟁의 조정 절차

    ⑴ 노동쟁의와 조정

    노동조합법은 '노동관계 당사자 간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 상태'를 노동쟁의로 정의하고(법 제2조 제5호 본문), 노동쟁의가 발생한 경우 어느 일방 당사자가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제53조 제1항) 규정하고 있었는데, 개정법은 노동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 '근로자 지위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을 추가해 그 범위를 확대했다(제2조 제5호).

    ⑵ 조정 절차의 진행 

    노동위원회에 조정이 신청된 경우, 조정위원회는 교섭 과정과 쟁점을 확인하고 당사자 간 의견을 들어 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조정기간은 일반사업 10일, 공익사업 15일이며, 당사자 합의로 각각 10일, 15일 연장이 가능하다(법 제54조). 이 기간 동안 조정안에 당사자 쌍방이 합의하면 조정이 성립돼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고(법 제61조), 성립하지 않으면 조정중지 결정으로 이어져 쟁의행위 요건이 충족된다(법 제45조, 제60조 제2항). 노동위원회는 실질적 교섭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교섭미진의 행정지도를 발할 수도 있다.

    2. 원하청 교섭단계별 노동위원회의 역할

    1) 노동위원회 제도의 의의

    노동조합법은 헌법상 노동3권의 실현을 통해 노사 자치를 확립하고 산업평화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법 제1조). 노동위원회는 집단적 노사관계 영역에서 각종 심판 및 조정 등의 기능을 수행하며(노동위원회법 제2조의2), 이를 통해 노사자치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기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조정 절차는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당사자의 자율적 합의를 유도하는 절차로, 노동위원회의 가장 고유한 비사법적 기능에 해당한다.

    법원은 여러 판결에서 노동위원회 절차의 직권주의적 성격을 인정하고 있다. 원하청 교섭의 각 단계에서 노동위원회는 제도적 특성과 재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실질적 노사 자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2) 창구 단일화 과정에서의 역할

    원청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는 경우, 노동조합의 시정 신청에 따라 노동위원회는 '교섭의무의 존부', 즉 해당 원청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 개정 시행령이 원하청 교섭에 대해 최대 20일의 결정기간을 부여한 것은 이 판단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나아가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 여부만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금, 안전보건, 근로시간, 고용형태 등 교섭의제별로 원청이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지를 함께 검토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창구 단일화 단계에서 교섭의제의 윤곽이 어느 정도 구체화될 때, 이후 단체교섭 과정에서 반복될 의제 분쟁을 미리 줄이고 실질적 교섭을 앞당길 수 있다.

    3) 원하청 교섭단위 결정과 노동위원회의 역할

    원하청 교섭에서 교섭단위 결정은 교섭 당사자의 범위, 단체협약의 적용 대상, 쟁의행위의 주체를 결정짓는 중요한 구조적 변수다. 원청 사용자와 복수의 하청 노조가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교섭단위를 요구하는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개별 신청 취지에 구속되지 않고 법의 취지―노사자치 실현과 산업평화 유지―에 부합하는 합리적 교섭 프레임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시행령에 원하청 관계 특유의 기준이 명문화된 만큼,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재량적 결정이 제도 안착의 관건이 될 것이다.

    4) 조정 절차에서의 역할

    원하청 교섭은 사용자성 판단, 교섭단위 설정, 의제별 교섭 가능 범위에 관한 이견 등 다층적 갈등 구조로 인해 조정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조정 절차 개시 시점의 상황은 사안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당사자 간 심도 있는 교섭이 진행됐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실질적 노동쟁의 상황이라면, 이해관심사를 면밀히 분석하고 창의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자율적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의제별 교섭대상 해당성을 둘러싼 견해 대립으로 실질적 교섭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조정신청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다.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는 일부 임의적 교섭사항이 포함돼 있더라도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조정안을 제안하며 합의를 지원해 왔다. 원하청 간 조정 절차에서도 의제별 사법 판단에 치중하기보다 노사의 실질적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조정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주요 의제에 대해 사법해석 기준을 준용한 가이드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대 20일(공익사업 30일)의 조정기간에 전체 의제에 대해 합의에 이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이때 노동위원회는 지방노동관서의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 자문 신청 절차를 안내하는 등 자율적 교섭의 진전을 유도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때로는 '교섭-조정-교섭'의 순환을 통해 의견을 좁혀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노사 자치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며

    노동조합법의 취지는 헌법상 노동3권의 실현을 통해 진정한 노사 자치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 취지에 비춰 보면, 노동조합법 전체가 당사자 간 교섭을 지원하고 협상이 난항에 처할 때 조정 서비스로 뒷받침하는 비사법적 문제해결 과정의 지침이라 할 만하다. 노동위원회는 이러한 노사 자치의 취지가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단체교섭의 각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른 생각이 부딪힐 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둘로 나뉜다. 우선 사법 절차를 통해서 법원의 공식적 판단으로 권리의무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그 사이 노사 당사자들은 극단적으로 대치하며 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다. 사법 절차는 제3자가 과거의 사실에 대해 판단하는 절차이고, 당사자 중 한쪽만이 이기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반면 협상과 조정은 당사자들이 미래를 위해 자율적으로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다.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험난한 과정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노사 간 신뢰와 상호이해가 축적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원청과 하청은 이미 하나의 사업장 안에서 협력하는 관계로 존재해 왔다. 그 관계를 법적으로 재단하기에 앞서, 함께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만들어가는 것이 노사관계 뿐 아니라 상호협력의 관점에서 더 중요할 수 있다. 법 시행 첫날, 즉각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며 자율적 교섭에 나선 5개 원청의 행보가 의미 있게 주목받는 이유다.

    윈스턴 처칠은 "Meeting jaw to jaw is better than war"라는 말을 남겼다. 단순한 정치가가 아닌, 전장을 직접 경험한 군인이자 전시 지도자였던 그가 했던 말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노사관계에서 파업과 소송은 결국 이기고 지는 전쟁이다. 노동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자율적 문제해결을 지원하고 조정의 역할을 다하더라도, 결국 당사자들이 대화의 가치를 선택하지 않으면 제도는 그저 분쟁의 통로에 지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다투며 이미 존재하는 현실의 문제를 외면할 것인가. 노사 당사자들이 이 질문 앞에 한 번쯤 멈춰 서서 함께 문제를 직시하고 미래를 바라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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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진수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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