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캄보디아 내 불법취업, 납치ㆍ감금 등의 문제로 사회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문제를 놓고 '캄보디아 내부 근로감독 등 제도를 통한 사전 예방과 문제 해결은 불가능했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떠오른다. 캄보디아를 포함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개발도상국의 근로감독제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캄보디아
캄보디아에서 근로감독관이 1인당 관리ㆍ감독해야 할 근로자 수는 800명에 달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관리ㆍ감독이 불가능한 수치인데, 실제 캄보디아 근로감독관이 관리ㆍ감독 가능한 수준은 1인당 200명 내외 수준이다.
근로감독관 수도 부족하지만, 노동법상 한계도 존재한다. 캄보디아 노동법상 근로감독관은 노동법령의 준수 여부,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점검해야 한다(노동법 제343조 이하). 그런데 별도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존재하지 않아 실질적인 단속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별법으로 모자환경보호법 등이 존재하긴 하지만, 통합 산업안전 및 안전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 보니 이에 대한 근거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캄보디아는 노동법상 근로감독관 외에도 산업안전감독관이 별도로 존재한다. 산업안전감독관 배치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신고제도로 운영되고 있는데다가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 규정이 없어 이 역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번 캄보디아 사태에서 문제가 된 대규모 불법취업단지(범죄단지) 역시 산업안전감독관이 미비하고 근로감독관의 근로감독이 불가능한 구조다. 불법취업단지를 운영하는 사업주들의 경우 캄보디아 노동부와 상업부에 정식으로 신고돼 있는 업체가 아니고, 근로감독관은 신고된 업체를 중심으로 근로감독을 수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각지대'인 셈이다. 또한, 근로감독관은 경찰과 달리 진입을 위해 영장을 발급받기도 어렵고 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근로감독관에게도 근로감독을 위한 현장 통제 권한, 진입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 필요한 경우엔 강제 집행 권한까지도 함께 부여돼야 한다. 나아가 신고되지 않거나 문제가 없는 사업장을 대상으로도 근로감독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이번 캄보디아 사태는 '취업'을 빌미로 한 이주노동이 강제노동으로 이어진 사건으로, 앞서 설명한 것처럼 노동행정의 사각지대가 인신매매와 불법고용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면 다른 동남아 국가에선 강제노동에 대한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말레이시아의 근로감독제도는 동남아 국가 중 강제노동 대응체계를 제도적으로 정비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먼저, 말레이시아의 근로감독은 인적자원부(Ministry of Human Resources, MOHR) 산하 말레이시아 반도 노동국(Department of Labour Peninsular Malaysia, JTKSM)이 총괄한다.
근로감독관(Assistant Director of Labour)은 '고용법(Employment Act 1955)'과 '노동자 숙소 및 편의시설 기준법(Workers' Minimum Standards of Housing and Amenities Act 1990)' 등 주요 개별법을 병행 집행하며, 근로계약, 임금, 근로시간, 숙소, 안전 등 전반을 점검한다.
전체 노동자의 약 30%가 외국인인 말레이시아는 근로감독의 중심이 노동시장 질서 유지보다는 '이주노동자의 합법고용과 근로환경 개선'에 맞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플랜테이션, 제조업, 하청ㆍ서비스업 등 산업별 특성에 따라 다층적 감독체계(Multilayered Inspection System)를 운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강제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정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0년대 초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말레이시아산 팜오일과 장갑제품에 대한 강제노동 수입금지 조치(Withhold Release Order)를 내렸다. 이를 계기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관련 제도 개편에 착수하게 된다.
정부는 '강제노동 근절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 on Forced Labour, 2021-2025, NAPFL)'을 수립하고 ▲근로감독관 전문교육 확대 ▲피해자 보호절차 표준화 ▲산업별 리스크 평가제 도입 ▲위반 업체 명단 공개 등을 추진했다.
2022년부터는 디지털 근로감독시스템(Digital Labour Inspection System, e-Inspection)을 도입해 기업의 근로계약, 숙소 기준, 안전조치 등을 온라인으로 신고ㆍ점검ㆍ보고하도록 했다. 디지털 근로감독시스템은 국제노동기구(ILO) 협력 프로젝트(2020-2024)의 결과물로, 팜오일ㆍ전자산업 등 강제노동 취약 부문에서 데이터 기반 감독체계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감독 인력 부족, 지방행정 편차, 비공식 부문 접근성 한계 등은 말레이시아 근로감독시스템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로 지목된다.
이처럼 외부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디지털 행정체계를 갖추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 감독 기능을 강화한 말레이시아 사례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결국 강제노동 문제는 형사처벌보다는 예방적 노동행정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며 데이터 기반, 위험 기반, 국제협력형 감독체계의 확립이 향후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국
태국은 전통적으로 이주노동자가 많이 유입되는 국가다. 어업, 가공업, 서비스업 등 저임금 노동집약 산업이 발달해 있고, 이 과정에서 강제노동과 인신매매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2010년대 태국 원양어업의 노동 실태가 국제사회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받으면서, 정부는 단속 중심의 대응에서 근로감독 역량을 강화하고 이주노동자 보호 체계를 정비하는 등의 행정적 대응에 나섰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태국은 동남아 국가 중 비교적 이른 시기에 강제노동 등 취약노동 보호 제도를 갖춘 사례로 평가된다.
태국의 근로감독제도는 '태국 노동보호법[Labour Protection Act B.E. 2541(1998)]' 제14장을 근거로 한다. 이 규정은 노동부 산하 근로감독관에게 사업장 출입, 근로 관련 자료 열람, 관계자 면담, 시정조치 요구 등의 권한을 부여한다. 근로감독관은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과 산업안전 전반을 점검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여권 압수나 이동 제한, 과도한 초과근로 강요와 같은 강제노동 요소도 점검한다. 이는 노동법규 준수 여부와 인권 침해 여부를 함께 살피는 방식으로, 현장에서 강제노동이나 인신매매 위험을 조기에 포착하기 위한 구조다.
만약 현장에서 강제노동이나 인신매매 의심 정황이 포착되면 즉시 다기관 합동 방식으로 전환해 대응한다. 노동부 산하 노동착취 대응센터(Anti-Labour Trafficking Operations Centre)가 중심이 돼 왕립 경찰 산하 인신매매방지국(ATPD), 사회발전 및 인간안전보장부(MSDHS), 이민청 등이 함께 현장 기록, 근로자 진술, 체류ㆍ고용 문서 등을 종합 검토해 강제노동 또는 인신매매 여부를 판단한다.
조사 결과 범죄 및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 근로자는 국가피해자 연계체계(NRM)에 연계된다. 2022년 도입된 NRM은 피해자 식별기준과 면담 절차, 보호조치 등을 표준화한 것으로, 피해자 구조부터 쉼터 제공, 의료ㆍ법률ㆍ통역 지원, 수사 협력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체계다. 피해자 보호체계가 투명하고 강력하게 구축될수록 신고와 협조가 늘어나고, 이는 다시 감독 강화 및 예방 효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NRM은 사후조치는 물론, 예방 시스템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태국은 사업장 내부에서의 예방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10월, 태국 정부는 '사업장ㆍ공장ㆍ운송수단 내 인신매매 예방 및 근절 고시'를 통해 공장, 호텔, 엔터테인먼트 업소, 선박 등 사업장의 근로자에게 연 1회 이상 인신매매 예방ㆍ신고 교육을 의무화했다. 또한, 근로자가 외부 감독기관이나 신고센터 등에 자유롭게 제보할 수 있도록 독립된 신고 채널 마련을 규정했다. 이는 근로자 인식 제고와 내부 신고 활성화를 통해 초기단계에서 위험을 차단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최근 태국은 이른바 '사이버 인신매매'에도 대응하고 있다. 미얀마와 캄보디아 접경지대에서 온라인 사기 조직이 사람들을 강제로 감금하고 범죄에 동원한다는 사례가 보고되자, 태국은 중국과 합동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방콕과 미얀마 접경지역인 매솟 등에 합동 대응센터를 설치하고 양국 수사기관이 상시 점검과 단속, 피해자 구조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전통적인 근로감독 방식인 산업현장 중심 근로감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기반 강제노동'과 '국경지역 위험'으로까지 근로감독 대응 범위를 넓힌 조치로 평가된다.
태국의 사례는 강제노동과 인신매매 대응이 단속과 처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근로감독을 통한 상시 점검, 다기관 합동 대응, 피해자 보호 표준 체계 마련, 사업장 내 예방ㆍ신고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행정 수단을 결합한 태국의 대응 방식은 유사한 과제에 직면한 다른 국가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
베트남
베트남 노동법은 214조에서 216조에 걸쳐 근로감독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근로감독은 노동법 규정의 준수 여부가 주요 감독 대상인데, 특히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안전, 생명, 건강, 명예 및 인품을 위협하는 위기가 급박하게 발생한 경우엔 사전 통보 없는 '불시 근로감독'이 가능하다.
베트남은 인신매매 예방과 단속 강화를 위해 입법적 조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인신매매에 관한 법적체계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현재 베트남의 인신매매 방지 대책은 외국인 근로자 관리, 출입국 관리, 특정 산업별 규제 등 여러 법률에 산재해 있는데, 행정안전부와 노동감독기관은 인신매매 이슈의 예방에 관해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베트남은 외국인 근로자 관리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취업 허가서(Work Permit)를 요구하고 있으며, 예외 시에도 취업 허가 면제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Labor Code, Article 151.1(d)]. 이 허가서와 면제 증명서는 지역 인민위원회에서 발급하며, 고용주가 이를 책임지고 관리ㆍ갱신해야 한다(Decree 219/2025/ND-CP, Articles 9.1 and 22.1).
또한 고용주는 반기별로 외국인 노동자 사용 현황을 지방 행정 부서에 보고해야 한다(Decree 152/2020/ND-CP, Article 6). 내무부(Ministry of Home Affairs) 산하 감독국은 인신매매 관련 법규 위반 보고서 작성과 공안부(Ministry of Public Security)와의 협조 역할을 담당한다. 이 규정들은 불법 노동을 방지해 인신매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조치들이다. 다만 공안부가 인신매매 범죄 단속의 주된 책임을 지고 있으며, 내무부와 노동감독기관은 보조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한편, 2024년 11월 제정돼 2025년 7월 발효된 '인신매매 방지 및 처벌법(Prevention and Combat of Human Trafficking)'은 인신매매를 심각한 범죄로 보고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이때 법에서 규정한 인신매매에는 경제적 이득, 성 착취, 강제 노동, 장기 적출 등의 목적으로 사람을 모집, 운송, 은닉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인신매매에 대한 단속은 공안부 형사경찰국(C02)이 주관하며, 현지 및 국제 파트너와 협력해 인신매매 조직을 수사ㆍ단속한다. 특히 노래방, 클럽, 마사지업소, 카지노, 온라인 게임, 고용 서비스, 해외 취업 알선업체, 관광업 등 인신매매 위험이 큰 업종에 대해 엄격한 노동법 준수와 수사기관에 대한 협조 의무가 부여된다. 이는 불법고용과 인신매매를 막기 위한 가장 직접적 조치에 해당한다.
국경과 출입국 관리 당국은 출입국 시 인신매매 차단할 의무를 갖고 있으며, 국가 핫라인(111)을 통해 인신매매 의심 신고 및 긴급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이 베트남 내에서 인신매매 피해를 입었을 경우 공안부는 국제기구 및 피해국과 협조해 구조, 보호 및 송환을 책임진다.
그러나 현재 베트남은 외국인 노동 관리 위반이나 인신매매 사건에 대한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지 않아 투명성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베트남은 전반적으로 인신매매 대응을 위한 법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체계적이고 통합된 관리 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기사 도움>
- 캄보디아 : 김철웅 법무법인 영 변호사
- 태국 : 유정훈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ㆍ김윤서 법무법인 디엘지 연구원
- 말레이시아 : 장명훈 법무법인 원화 변호사
- 베트남 : 조범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 기사는 노사발전재단과 공동 기획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