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영양 균형, 위생 관리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K-푸드'와 'K-급식'이 해외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단순한 한식 열풍을 넘어, 대규모 조리 인프라와 표준화된 식단 운영 시스템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 통째로 이식되고 있다.
K-푸드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현지 생산공장과 외식 매장, 단체급식 사업장에 대한 '인력 관리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위생복 착용과 손 소독 같은 사전 절차부터 생산라인 교대제, 매장 분할근무 등 타 산업과 뚜렷이 구별되는 식품ㆍ급식업의 인력 구조가 해외 현지 법제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관리'를 둘러싼 분쟁과 혼선이 두드러진다. 위생복 탈착 시간, 교대 사이의 대기시간, 매장 중간 휴게시간 등은 겉보기에 개별적인 사안으로 보이지만, 본질은 '어디까지를 근로시간으로 보고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라는 하나의 쟁점으로 수렴한다. 결국 현지 노동법에 발맞춘 정교한 근로시간 설계와 입증 체계 마련이 K-푸드의 글로벌 확장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K-푸드가 진출한 미국ㆍ중국ㆍ베트남ㆍ필리핀ㆍ인도네시아 5개국의 사례와 법제도를 토대로 근로시간 관리 시 발생하는 쟁점을 크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위생복 착용ㆍ손소독, 근로시간에 포함되나
미국은 업무에 필요한 준비 활동을 원칙적으로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 연방대법원은 위생복ㆍ보호장비 착용과 탈의, 이동시간이 업무에 본질적이고 불가분(Integral and Indispensable)하다면 유급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고, '첫 번째 주된 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마지막 주된 활동을 종료할 때까지'를 하나의 연속된 근로일로 봐 필수 보호장비 착용 후 작업장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이후 발생하는 일정한 대기시간도 유급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봤다(IBP v. Alvarez, 2005).
다만 예외가 존재한다. 연방 공정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단체협약의 명시적 조항이나 관행으로 환복 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기로 한 경우에는 무급 처리가 가능하다(Sandifer v. U.S. Steel, 2014). 단 이는 연방법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주에서는 연방법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근로시간 기준을 적용해 준비시간을 폭넓게 인정하기 때문에 주별 법제를 따로 살펴야 한다.
중국은 실제 작업시간 외에 발생하는 준비ㆍ정리ㆍ인수인계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 장쑤성 노동사회보장청 판공실은 2000년 '기업 근로자 3교대제 근로시간 관련 질의에 대한 회신'을 통해 근로시간에는 실제 작업시간뿐 아니라 생산ㆍ업무를 위한 준비시간과 종료 전 정리ㆍ인수인계 시간 등이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생산이나 업무를 중단할 수 없는 3교대 사업장에서 근무 중 이루어지는 짧은 식사시간 역시 근로시간으로 산정된다고 봤다. 다만 이는 장쑤성 차원의 지방 행정해석이며, 위생복ㆍ보호장비 착탈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다룬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베트남은 위생ㆍ준비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법령상 명확하지 않아 사내 규정 정비가 특히 중요하다. 시행령 제145/2020/NĐ-CP호 제58조는 유급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시간을 열거하고 있지만, 위생복 착탈의와 같은 일반적인 작업 준비시간은 별도로 명시하지 않아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다만 까마우 지역 수산가공 기업 노동감독에서 사내 근로규정 미등록 등이 적발된 사례가 있어 규정 정비 자체가 노동당국의 주요 감독 대상이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필리핀은 준비활동의 필요성,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용자의 실질적 통제 여부를 기준으로 근로시간 여부를 판단한다. 노동고용부(DOLE)의 노동법 시행규정에 따르면 수행된 업무가 필요했거나 사용자에게 이익이 된 경우 또는 교대 인력이 없어 업무를 중단할 수 없었던 상황을 사용자나 직속 상급자가 알고 있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는 일반 원칙을 두고 있다. 필리핀 대법원은 30분간의 집합ㆍ점호시간에 대해 사용자의 절대적 통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근로시간에서 제외한 바 있다(Arica v. NLRC, 1989). 이는 위생 준비시간을 직접 다룬 판례는 아니지만, 식품안전을 이유로 사용자가 위생 준비활동의 내용ㆍ장소ㆍ시간을 실질적으로 통제한다면 유급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도네시아는 위생 준비시간에 관한 규정과 판례가 없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실제 현장 운영 방식이 핵심 판단기준이 된다. 노동법과 하위 규정은 조회나 체조 등 본 업무 외 부수적 활동의 근로시간 산입 여부를 명시하지 않고,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단체협약을 통해 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위생 준비시간을 직접 다룬 판례는 확인되지 않으나,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사용자가 정상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체계를 관행적으로 운영한 사실이 노동감독관 조사로 확인되고, 당국이 산정한 수당에 대해 적법한 이의제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 초과근로수당 지급 의무를 인정한 바 있다(PT Artawa Indonesia 사건, 2016).
교대ㆍ심야 근무 많은 식품업…초과근로 상한ㆍ할증률은?
교대제와 심야ㆍ휴일 근무가 잦은 식품ㆍ급식업 특성상, 국가마다 상이한 초과근로 상한과 가산수당 규정은 현지 법인들이 가장 꼼꼼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미국은 연방 공정근로기준법(FLSA)상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하도록 규정할 뿐, 1일 단위 연장근로나 야간ㆍ휴일 근무에 대한 연방 차원의 별도 할증 규정은 두지 않는다.
그러나 주(州)별 규제는 사뭇 다르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1일 8시간 초과 12시간 이하 근무, 또는 동일 근로 주 내 7일 연속 근무 시 7일째의 첫 8시간에 대해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나아가 1일 12시간 초과분과 7일째의 8시간 초과분에 대해서는 2배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중국은 엄격한 연장근로 시간 상한과 사전 협의 절차를 두고 있다.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조합 및 근로자와 협의를 거친 경우에 한해 초과근로를 명할 수 있다. 초과근로는 원칙적으로 1일 1시간을 넘을 수 없으며, 특별한 사유가 있더라도 근로자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1일 3시간, 월 누적 36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다만 자연재해나 사고에 따른 긴급 조치, 생산설비ㆍ공공시설 고장으로 인한 긴급 복구 등 법률과 행정법규가 정한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이러한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베트남은 연간 기준으로 근로시간 한도를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베트남 노동법에 따르면 초과근로는 1일 정상근로시간의 50%, 월 40시간, 연 20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정부가 지정한 특정 업종에 대해서는 연 300시간까지 허용되는데, 농ㆍ임ㆍ염업 및 수산물 가공업 등이 여기에 해당해 관련 식품기업은 한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초과근로수당은 평일 150%, 주휴일 200%, 공휴일ㆍ유급휴가일 300% 이상이다. 야간근로에는 주간근로 임금을 기준으로 30% 이상이 추가되고, 야간에 이루어진 초과근로에는 해당 일의 주간근로 임금을 기준으로 20%가 추가로 가산된다.
필리핀은 하루 8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넘어서는 초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25% 이상(25% 이상 가산)을 지급하도록 노동법전에 명시하고 있다. 야간근로(오후 10시~오전 6시)에 대해서는 별도의 야간근로수당을 얹어줘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2021년 제35호 정부령(PP 35/2021)에 따라 초과근로를 1일 4시간, 주 18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주휴일이나 공휴일에 실시한 초과근로는 이 상한 산정에서 제외되는데, 대신 5일제 사업장은 12시간까지, 6일제 사업장은 11시간까지 구간별 할증률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초과근로수당은 평시 첫 1시간 통상임금의 1.5배, 이후 매 시간 2배가 원칙이다.
브레이크 타임ㆍ대기시간은?…"온전한 자유 없다면 근로시간"
점심ㆍ저녁 피크타임에 맞춰 근무를 쪼개는 '분할근무'는 외식ㆍ급식업에서 널리 쓰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분할근무 사이의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라고 해서 당연히 근로시간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5개국 모두 분할근무 사이 대기시간을 기계적으로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는 공통 규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분할근무 사이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 것인지는 '근로자가 사업장을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는지'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에서 실질적으로 벗어나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단순히 근무표상 휴게시간으로 기재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시간을 근로시간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사업장 밖으로의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한지, 돌발적인 업무 지시나 호출에 응할 의무가 없는지, 대기 장소와 시간 활용이 온전히 보장되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매장 영업을 잠시 중단한 브레이크 타임이라도 현장 대기나 호출 대응 의무가 부과된다면 법적으로는 무급 휴게시간이 아닌 '유급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다.
부실한 근태 기록은 패소 지름길…구체적 증빙 갖춰야
근로시간 분쟁의 최종 승패는 결국 '기록'에서 갈린다. 다수 국가의 노동법제와 법원은 사용자가 근태 기록을 부실하게 관리할 경우 근로자 측의 주장을 폭넓게 수용하거나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사용자의 근태 기록이 부실한 경우 근로자가 합리적인 추정자료를 제시하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이를 반박할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고 본다(Anderson v. Mt. Clemens Pottery, 1946). 필리핀 대법원 역시 매일 동일한 출퇴근 시각이 기재된 획일적 근태 기록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Prangan v. NLRC, 1998).
중국은 임금대장을 최소 2년 이상 보존해야 하며, 근태 기록이 부실하면 분쟁에서 사용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도 임금ㆍ초과근로수당 지급을 소명할 수 있는 근태 기록과 급여대장 등을 체계적으로 보관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도 근로계약과 임금ㆍ근로시간 관련 자료를 토대로 법정 수당의 이행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사용자는 임금 지급과 근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규정 마련부터 입증까지…해외 식품업 근로시간 관리 '4대 원칙'
전문가들은 해외 식품ㆍ급식업 현장의 적법한 근로시간 관리를 위해 네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한다.
- 첫째, 준비시간 처리 기준을 사내 규정으로 명확히 정해야 한다. 사업장 내 준비와 착용을 요구하면서 그 시간을 무급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분쟁 위험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
- 둘째, 국가별 차이를 교대표 설계 단계에서 반영해야 한다. 상한과 할증률은 5개국이 모두 다르고 베트남처럼 식품ㆍ수산가공업에 예외를 두는 경우도 있는 만큼, 급여 정산 시점이 아닌 스케줄 설계 단계에서 점검하는 편이 안전하다.
- 셋째, 휴게ㆍ대기시간이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시간인지 점검해야 한다. 근무표상 휴게시간으로 구분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시간에서 제외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사업장 이탈 가능 여부와 업무 지시ㆍ호출 대응 의무 유무를 함께 살펴야 한다.
- 넷째, 기록을 사용자의 방어 수단으로 구축해야 한다. 여러 국가의 판례는 기록이 부실할 경우 사용자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린다. 기록은 행정상 의무를 넘어 분쟁 시 회사를 지키는 핵심 방어 수단이다.
결국 해외 식품ㆍ급식업 사업장 근로시간 관리의 본질은 '근로자가 실제로 일한 시간'을 회사가 투명하게 설명하고 법적으로 증명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사 도움>
- 남보라 법무법인 세종 연구위원
- 이가은 법무법인 세종 컨설턴트
*이 기사는 노사발전재단 국제협력팀과 공동 기획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노사발전재단은 "노사를 행복하게 일터를 활기차게"라는 미션 아래, 상생의 노사협력을 기반으로 노사관계 발전, 공정일터 조성, 고용문화 개선, 일터혁신 촉진, 중장년 고용지원 및 국제협력 강화를 통해 현장중심의 전문기관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성장하는 든든한 나침반으로서 고객 맞춤형 통합지원서비스를 제공하며 활기찬 일터 구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