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북한 관련 질의로 얼룩져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질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를 향해 "왜 김정일 조문을 하러 가느냐",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인가" 등 질타를 쏟아냈고 더불어민주당은 "일방적인 색깔론"이라며 반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인사청문회 주인공인 김 후보자는 철도기관사 출신으로 2004년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2010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2020년 정의당에서 노동본부장을 맡아 총선에 출마했고 지난해 총선에선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방북 김정은 조문으로 '대북관' 도마 위로
 
이날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국민의힘 측에서 김 후보자의 대북관을 문제삼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가 총 네 차례 방북한 사실을 지적하며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이 있고 불과 1년 만에 용서해 주고 김정일 조문을 다녀온 것이냐"며 "당시 우리 정부에서도 공식적으로 조문을 다녀오지 않았는데 왜 간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노동계를 대표해 민간 교류 차원에서 조문을 신청해 다녀왔다"며 "조문을 하는 것이 남북 관계를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당시엔 판단했다"고 답했다.
 
대북관 관련 질의는 계속됐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인가"를 물었고 김 후보자는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모든 세력"이라고 답했다. 조 의원이 질문을 바꿔 "북한은 대한민국의 주적인가"를 묻자 김 후보자는 "전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가 (북한이) 주적이 아니라고 한 것에 동의한다"며 "북한은 주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매우 중요한 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관, 대북관"이라며 "후보자가 주적과 관련해 분명하고 명확한 입장을 청문회 자리에서 밝혀야 한다"며 정회를 요청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고용노동부가 북한노동당 남한 지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둔했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북한을 주적이라고 한 것은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등장했고 이후 북한을 주적으로 여기는지는 정권별로 달랐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북한이 주적이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인데 마치 1980년대 전두환 시절 색깔론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건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회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했다.

"노조법 2ㆍ3조 신속 입법"
 
대북관 논란으로 이날 정작 핵심적으로 다뤄져야 했을 노동정책 관련 질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 새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특히, 김 후보자는 "장관이 된다면 당정 협의를 통해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노란봉투법 제정의 부작용, 기업의 우려를 고려해 노란봉투법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법이 아닌 불법의 근원을 제거해 실질적으로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고 원청의 생산품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상생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이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과 주4.5일제 시범 사업 실시 지원 등 실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향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고 묻자 김 후보자는 "주4.5일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도 많고 정부에서도 의지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일단 가능한 곳부터 시범 사업을 하고 지원을 하되 근로시간 단축이 양극화를 심화시켜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주4.5일제를 선도하는 기업들을 잘 지원해서 자율적으로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온 "정년 연장 필요성과 시급성에 동의하는가" 질문엔 "정년 연장은 지금 당면한 가장 큰 현안"이라며 "공적 연금 지급 시기와 퇴직 시기의 불일치를 일치시키기 위해 반드시 올해 내에 진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다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공공부문 일자리만 정년이 연장되고 실제로 중소기업에선 미스 매칭이 발생하지 않도록 청년들의 요구도 잘 살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추진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고용부 장관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김 후보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된다면 헌법을 수호하는 국무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히나 땀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이재명 정부의 노동철학을 가장 앞장서서 실천하고 지난 빛의 혁명 광장에서 수많은 시민들의 에너지를 정책으로 반영하는 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