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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8-12-17 14:07:05

    수정 : 2018-12-31 10:51:12

[이슈포커스] 채용비리의 법적 문제(1)

2018-12-17 14:07:05



채용비리의 법적 문제(1)
[2019년 1월호 vol.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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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Ⅰ. 들어가며
     
    국회는 2004.3.5. 늘어나는 청년실업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실업해소특별법'(현행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럼에도 만 15~29세의 청년층 실업률은 2012년 7.5%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는 9.8%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같은 기간 전체실업률 3.2%(2012년) 내지 3.7%(2017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청년층의 고용이 점차 악화되는 상황에서 2018년 들어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의 채용비리 사실이 연이어 밝혀지면서, '채용비리 근절'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등장하게 됐다.
     
    국회는 2018.3.27.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채용비리를 포함한 비위행위자에 대한 수사 의뢰, 채용비리로 인한 합격자의 채용취소 등에 관한 조항들(제52조의3 내지 6)을 신설했다. 정부는 2018.8. 인사혁신처 주관으로 "공정 채용 가이드북"을 발간했고, 2018.11.2. 국민권익위원회 산하에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을 출범시켜 활동을 개시했다. 우선 2019.1. 말까지 1,453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에 관한 실태조사를 마칠 예정이다.
     
    은행권은 2018.6. 은행연합회 명의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하는 등 채용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채용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 커질 것이고, 이를 둘러싼 분쟁들이 다양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하에서는 채용비리를 둘러싼 여러 법적 문제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Ⅱ. 채용담당자의 형사책임
     
    가. 개요
     
    채용비리란 일반적으로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자 또는 채용권자가 그 권한을 남용해 채용절차에 부당하게 개입해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채용비리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 가장 먼저 채용담당자에 대한 고발을 통해 수사절차가 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참고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2조의3 제2항은 기획재정부장관 또는 주무기관의 장에게, 공공기관 임원이 채용비위 등 윤리경영을 저해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수사기관과 감사기관에 수사 또는 감사를 의뢰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채용비리에 관여한 담당자는 대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로 의율되고, 금전수수가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357조의 배임수재죄 또는 배임증재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이하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처벌 조항인 업무방해죄에 한정해 살펴본다.
     
    나.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
     
    형법 제314조 제1항은 "① 제313조의 방법(허위사실 유포 또는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②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람'은 타인, 즉 범인 이외의 자연인과 법인 및 법인격 없는 단체를 가리킨다. 신규직원 채용업무는 기업 내지 단체의 업무에 해당하므로(대법원 2007.12.27. 선고 2005도6404 판결), 채용담당자에 의한 부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② 기업 내지 단체(타인)의 업무 방해'라는 구성요건은 충족된다.
     
    문제는, 채용비리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위계가 있었는가'하는 것이다. 위계는 '상대방에게 오인ㆍ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법원은 다음과 같이 '부정행위로 말미암아 채용업무와 관련해 오인ㆍ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킨 상대방이 있는지'에 따라 '위계'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채용권한 있는 사장이 채용업무 담당자들에게 부정한 지시를 해 담당자들이 그 지시에 따라 특정 지원자의 필기시험성적을 조작하고, 특정 지원자가 면접대상자에 포함되도록 응시자격 요건을 변경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대표자나 업무 담당자들의 부정행위로 말미암아 신규직원 채용업무와 관련하여 오인ㆍ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킨 상대방이 없으므로, 그들의 부정행위가 위계에 해당하지 않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위 대법원 2005도6404 판결). 또한 면접위원인 상무이사가 다른 면접위원 1인이 채점표를 작성해 제출하고 면접장소에서 퇴장한 다음 나머지 면접위원 2인을 설득해 자신이 지정한 응시자들을 최종합격자로 결정한 사례에서는, 퇴장한 면접위원의 업무는 이미 종료돼 오인ㆍ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지 않았으므로 위 상무이사에게 퇴장한 면접위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7.5. 30. 선고 2016도18858 판결).
     
    반면,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면접시험을 시행하는 회사에서 필기시험 채점에 관여한 직원들이 대표자의 지시에 따라, 면접위원 모르게, 특정인의 필기시험 답안지를 새로 작성하는 방법으로 점수를 조작해 면접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갖추도록 한 경우, 그 점수조작행위는 면접위원으로 하여금 면접시험 응시자의 정당한 자격 유무에 관해 오인ㆍ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는 위계에 해당하고, 면접위원이 점수조작행위에 관해 공모 또는 양해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위계에 의해 면접위원이 수행하는 면접업무의 적정성 또는 공정성이 저해됐다고 봐야 하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0.3.25. 선고 2009도8506 판결). 채용에 관한 사례는 아니지만 1차, 2차 선정위원회를 통해 주간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1차 선정위원회 위원들이 사전에 결정된 평가표의 배점을 특정업체에 유리하도록 임의로 수정해 평가표를 작성한 다음,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2차 선정위원회에 제출해 평가절차를 진행하게 한 경우, 1차 선정위원회 위원들에게는 2차 선정위원회 위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08.1.17. 선고 2006도1721 판결).
     
    결국 채용에 관여한 직원 전원이 채용비리를 공모 내지 양해한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이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견해가 많다), 일부 채용담당자 모르게 나머지 사람들이 채용비리를 범한 경우에는 공모한 자들에게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다. 부정행위자의 형사처벌 수위
     
    면접점수를 조작해 면접위원의 면접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된 대전도시철도 前 사장은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대법원 2018.3.13. 선고 2017도21276 판결). 서류전형 탈락자에 대한 합격처리를 지시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前 이사장과 그 지시에 따라 부적격자를 합격처리한 前 운영지원실장도 모두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대법원 2018.2.28. 선고 2017도17455 판결).
     
    서울남부지법은 심사위원들이 부여한 점수를 사후 조작해 여성 지원자를 차별한 행위가 문제 된 국민은행 前 부행장, 인사팀장, 인력지원부장에게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前 HR본부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Ⅲ. 채용비리 피해자에 대한 기업 내지 단체의 책임
     
    가. 자체적 피해자 구제
     
    채용비리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해당 채용절차에 응시한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해 적정한 구제방안이 필요하겠으나, 어느 범위의 응시자까지를 구제대상으로 할 것인지, 만약 구제를 결정한다면 재시험 기회를 부여할지, 특별채용을 할지, 금전배상을 할지 등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구제방안이 합리적인지는 개별 채용과정의 진행 경과와 응시자들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2018.5.3. 발표한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세부 가이드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채용비리의 피해자 특정이 가능한 경우(합격대상자였으나 점수조작 등으로 탈락하게 된 경우)에는 그 피해자가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시험 중 피해를 입은 단계를 통과한 것으로 보아 그 다음 단계의 응시기회를 부여하고, 최종면접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 즉시 채용한다는 것이다. ② 피해자의 구체적 특정은 불가능하지만 피해자의 범위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부정채용은 확인됐지만, 응시자 개인의 피해 여부는 확인이 곤란한 경우)에는 해당 피해자 집단을 대상으로 각 피해 단계의 채용절차를 다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의 2018.6.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제35조 제1항은 "은행은 피해자를 파악한 경우 그 피해자에게 피해 발생단계 바로 다음 전형에 응시 기회를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은행은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목적으로 전형 단계별로 일정 기간 동안 예비합격자를 관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법원을 통한 피해자 구제(손해배상책임)
     
    채용비리 피해자에 대한 자체 구제절차가 지연되는 경우 그 분쟁은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채용 절차에서 최고 득점을 받고도 자의적인 채용예정인원 감축 및 채용계획에 없던 세평조회 전형 추가로 인해 탈락하게 된 응시자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①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것 ② 채용예정일 이후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것 ③ 1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① 고용의 의사표시 청구와 ② 임금상당액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채용절차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더라도 원고가 당연히 최종합격자로 결정되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하지만 ③ 위자료 청구는 일부 인용해 금융감독원이 8,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8.10.11. 선고 2018가합100190 판결. 다만, 2018.11.28.자 언론보도에 의하면 금융감독원은 위 피해자를 2019년도 신입사원과 함께 채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위 판결에 대해 2018.12.4. 현재 금융감독원이 항소했고 응시자도 부대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유지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형사판결을 통해 피해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진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는 앞으로도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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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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