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류지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1. 들어가며

직무급이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특징(나이, 성별, 고용형태, 근속연수 등)과 관계없이 직무의 내용과 난이도 등 그 직무의 가치에 따라 기본급에 해당하는 임금을 결정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직무급제하에서는 동일가치의 직무에 대해서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임금체계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정부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직무급제의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직무급제를 도입·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쟁점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2. 직무급제의 도입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고자 할 때는 근로자집단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일부의 직원들에게는 불리하게, 일부의 직원들에게는 유리하게 취업규칙(급여규정)이 변경된 경우에는 이를 전체적으로 직원들에게 불리한 것으로 봐 불이익 변경으로 본다(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1893 판결).

직무급제는 주로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호봉제,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해 임금을 결정하는 직능급제, 전년도 업무성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연봉제 등 종래의 임금체계와는 그 설계 사상을 달리한다.

따라서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경우에 그 설계 사상의 차이로 인해 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게,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하게 임금이 변경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그러므로 종래의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것은 근로자집단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3. 직무급제하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한 직무내용을 변경(배치전환)하는 것이 가능한가

근로자에 대한 직무내용을 변경하는 인사조치인 전직(배치전환)은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갖는 것이 원칙이고(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카27389 판결), 취업규칙 등에 그 근거가 명기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 근로계약상 직무내용이 명시적·묵시적으로 한정돼 있는 경우에 배치전환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누520 판결), 직무급제하에서는 직무내용에 따라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인 임금(기본급)이 결정되므로 그 직무내용을 명시적·묵시적으로 한정한 것으로 봐 사용자의 배치전환권이 제한되는지가 문제된다.

직무급을 전제로 한 인사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배치전환에 의한 직무내용의 대폭적인 변경을 상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임금체계로서 직무급제를 운영하는 것과 직무를 한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법적으로 별개의 문제이므로 직무급제라고 해서 사용자의 배치전환권이 배제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 따라서 사용자는 직무급제하에서도 배치전환을 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단, 직무급제에서는 직무내용이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인 임금과 밀접하게 연계되므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명시적·묵시적으로 직무내용을 한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면이 보다 많을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사용자로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업무상 필요에 따라 직무내용의 변경을 포함한 배치전환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명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직무급제하에서 직무내용을 변경(배치전환)함에 따라 임금을 감액하는 것이 가능한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직무급제하에서도 사용자는 배치전환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배치전환에 따라 그 직무가치가 보다 낮은 업무로 변경된 경우에 그에 상응하여 임금을 변경(감액)하는 것이 가능한지가 문제된다.

직무급제는 직무내용이 임금 결정의 중요한 기초가 되는 임금체계지만 '직무'와 '임금'이 법적으로 반드시 상호 관련성을 갖는 것은 아니므로 배치전환으로 인해 그 직무내용이 변경되더라도 그에 따라 당연히 임금을 변경(감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직무급제하에서도 임금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근로조건이기는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직무급제하에서도 배치전환에 수반해 임금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 등에 직무내용의 변경에 따라 그 직무가치에 상응하도록 사용자가 임금을 변경할 권한을 갖고 있음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직무급제가 곧 직무내용의 변경에 따른 (사용자에 의한) 임금의 변경을 예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지만, 보다 분명하게 직무내용의 변경에 따라 임금이 변경될 수 있음을 취업규칙 등에 명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직무등급제 하에서 시용자의 인사조치로서 그 등급을 강등하는 것이 가능한가

직무등급이란 직무급제하에서 동일 계열의 직무를 그 난이도, 책임도에 따라 구분해 처우하는 경우에 그 등급을 의미하고 상위 등급일수록 임금이 높아진다. 이러한 직무등급제하에서 업무수행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그 등급을 강등함으로써 임금을 감액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직무등급의 변경을 전직(직무내용의 변경)으로 볼 경우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는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직무등급제를 도입한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그러하듯이 직무등급의 상승(승급)을 근속연수나 인사고과를 고려한 이른바 승진의 개념으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 경우 직무등급의 변경에도 실제로는 그 업무 내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이를 전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즉 직무등급의 강등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 내용에 실제로 차이가 없다면 이는 전직이 아니라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임금 삭감으로서의 실질을 가진다.

따라서 (이는 취업규칙 등에 별도의 근거가 필요 없는 전직과는 달리) 그 강등을 위해서는 취업규칙 등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하며, 나아가 이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불이익한 조치에 해당하므로 정당한 이유가 인정돼야 그 정당성이 긍정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