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안진수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들어가며

노동조합의 힘은 단결력에서 나온다. 조직으로서 노동조합이 단결을 강제하는 것을 '단결 강제' 또는 '조직 강제'라고 하는데, 이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 미가입이나 탈퇴를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겨져 금지된다. 하지만 현행법은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했을 경우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는 협약인 '유니온 숍 협정' 방식의 단결 강제 제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은 특정 노동조합이 당해 사업장 종사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고 있을 때, 근로자가 그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유니온 숍 협정이 있는 경우엔 근로자가 입사 후 일정 기간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에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를 해고해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제명된 경우에는 해당 조항의 적용이 배제되며, 복수노조 시행에 따라 '노동조합을 탈퇴해 새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2호).

유니온 숍 제도는 오랜 기간 동안 다수노조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기능했고, 법원과 헌법재판소도 집단적 단결권을 근로자의 단결선택권이나 소극적 단결권(단결하지 않을 권리)에 우선해 인정해 온 바 있다. 그런데 복수노조 시행 이후 노동조합 간 경쟁구도에서 유니온 숍 제도의 적용에도 논란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과거보다 다수노조의 집단적 단결권은 약화돼 왔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 간 경쟁과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글에서는 법 개정 연혁과 주요 논의의 경과를 짚어보고, 최근 사례의 내용과 의의를 살펴보겠다.


1. 복수노조 시행 이전

유니온 숍과 관련된 분쟁은 주로 ①다수노조가 유니온 숍 협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②소수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들에 대해 사용자가 해고처분을 하고 ③이 처분의 정당성과 관련해 유니온 숍 규정의 유효성을 다투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복수노조 시행 이전 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2호 단서규정은 유니온 숍 협정의 배제 요건으로 노동조합에서 '제명'된 때만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이 다수노조를 탈퇴하고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 사용자는 유니온 숍 협정에 따라 해고처분을 하게 되는데, 법원은 이러한 해고처분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했다.

2002년 대법원은 유니온 숍 협정이 체결됐음에도 일부 근로자들이 노조를 탈퇴하고 타 노동조합에 가입해 해고된 사건에서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사실상 피고 회사 내에는 단체교섭권을 가지는 노동조합이 복수로 존재하게 되어 위 유니언 숍 협정의 근본이 와해되어 위 유니언 숍 협정은 유명무실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법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며 근로자의 단결선택권보다 다수노조의 집단적 단결권을 우선시하는 입장을 보였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23815 판결). 다만 법원은 "복수노조 전면 허용 이후에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라고 부언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이후 헌법소원심판으로 다투게 됐는데,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근로자에게 보장되는 적극적 단결권(조직강제권)이 단결하지 않을 자유보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노조의 적극적 단결권은 근로자 개인의 단결하지 않을 자유보다 중시된다"고 설시하며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05. 11. 24. 선고 2002헌바95·96, 2003헌바9(병합) 결정].

이처럼 복수노조 시행 이전 유니온 숍 조항이 보장하는 집단적 단결권은 소수노조의 단결권이나 근로자의 단결선택권, 단결하지 않을 자유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인정됐다.

2. 복수노조 시행 이후

2006년 노동조합법의 해당규정은 '탈퇴하여 새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경우에도 유니온 숍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개정됐다. 개정법은 복수노조의 전면 허용과 함께 2011. 7. 1. 시행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조항은 여전히 '탈퇴하여'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석상 근로자가 다수노조가 아닌 다른 노조에 가입하려면 입사 시에 우선 다수노조에 가입했다가 탈퇴하는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는 곧 소수노조의 단결권, 근로자의 단결선택권을 구체적·실질적으로 제한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후 유니언 숍 협정이 체결된 사업장에서 지배적 노동조합에 가입·탈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수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를 해고한 사건이 소송으로 진행됐다. 문언적 해석과 단결선택권 보장의 사이에서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 엇갈렸고, 결국 2019년 대법원 판결로 사건이 종결됐다.

해당 사건에서 대법원은 "유니온 숍 협정이 체결되었더라도 지배적 노동조합이 가진 단결권과 마찬가지로 유니온 숍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다른 노동조합의 단결권도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며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은 근로자의 노동조합 선택의 자유 및 지배적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의 단결권이 영향을 받지 않은 근로자, 즉 어느 노동조합에도 가입하지 아니한 근로자에게만 미친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지배적 노동조합에 대한 가입 및 탈퇴 절차를 별도로 경유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사용자가 유니온 숍 협정을 들어 신규 입사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로서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두47377 판결). 과도한 사법 해석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복수노조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소수노조의 단결권, 개인의 단결선택권이 보장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3. 최근 사례 - 유니온 숍과 부당노동행위

유니온 숍 관련 소송은 통상 소수노조 조직·가입 후 해고된 근로자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형태로 진행돼 왔는데, 최근에는 다수노조가 유니온 숍 협정을 체결한 것 자체에 대해 소수노조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한 사례가 있다.

해당 회사에는 소속 근로자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는 제1노조(다수노조)가 존재해 왔고, 2017년에는 제2노조(소수노조)가 설립됐다. 개별교섭 진행 후 사용자와 다수노조는 아래와 같은 유니온 숍 조항을 포함해 2022년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소수노조는 이러한 협약 체결이 '소수노조의 단결권을 제약,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며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했다.



동 사건에서 법원은 2005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2019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면서 소수노조의 청구를 기각했다. 소수노조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사실 해당 사업장에서 다수노조가 유니온 숍 협약을 체결한 것은 2022년이 최초가 아니었다. 과거부터 동일한 내용으로 협약을 체결해 왔고, 2022년 단체교섭 이후 해당 조항을 갱신해 동일한 내용으로 협약을 체결한 것이었지만, 신설된 소수노조는 이를 차별 및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유니온 숍 제도는 여전히 복수노조 사회에서 정립되지 않은 규율이며, 조직화 경쟁 상황에서 언제든 분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마치며

현행법 규정에 따라 복수노조 상황에서도 특정 노조가 3분의 2 이상이라면 유니온 숍 규정을 단체협약으로 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해석에 따라 입사 시 무조건 다수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노동조합을 선택해서 가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특정 노동조합에 대한 제한적 조직 강제 협약이 실제로는 일반적 조직 강제 협약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다만, 어떤 노동조합에도 가입하지 않는 경우에는 유니온 숍 조항에 의해 고용관계가 유지될 수 없으며, 이러한 경우에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를 해고해야 한다.

복수노조 시대에선 부당노동행위, 공정대표의무의 적용에 있어 다른 시각이 대립하거나 분쟁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앞서 살펴본 사례의 경우처럼 기존에 있던 단체협약 조항을 갱신하는 경우에도 그 내용이 소수노조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새로운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사례에서처럼 다수노조가 단체협약의 조항을 구성한다면 실질적 차별 여부와 무관하게 소수노조 입장에서 부당하다고 인식할 만한 것이다. 만약 교섭대표노조가 이렇게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볼 소지도 있다는 것도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2019년 대법원 판결 이후 유니온 숍 논란은 재점화됐고, 학자들은 복수노조 시대에 발맞춰 일반적 조직 강제 방식으로의 법 개정이나 유니온 숍 제도의 폐지까지도 주장하고 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재의 미비한 법 내용을 개정하여 구체적·객관적인 기준을 확립하고, 노동조합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곧 복수노조 시대에 걸맞게 단결권을 민주적 방식으로 보장하는 것이며, 이러한 제도개선을 통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