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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권오상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1. 들어가며
기업이 계속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수급을 조절하는 것은 필요불가결하고, 조직을 재편하고 인력을 배치 전환하는 등 일련의 기업활동은 본질적으로 경영에 관한 기업의 고유권에 속한다. 기업조직 내에서 생산력의 극대화, 업무 능률의 증진, 근로자의 자기 계발을 통한 근로의욕의 증대, 부서 간 인사 교류를 통한 업무 협조의 증진, 기술 혁신과 자동화에의 대처, 조직의 축소 또는 확대, 직장 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을 위해 전보 또는 전직 인사발령이 행해지고 있다.
같은 사업장 내에서 근무 부서가 변경되는 것을 '배치전환', 사업장을 다르게 해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것을 '전근', 직무 내용을 변경하는 것을 '전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배치전환 내지 전보, 전직을 포괄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는 전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사노무 관리 실무에서는 전보와 전근, 전직의 개념들을 혼용해 사용하는 등 그 구별의 실익은 없어 보인다. 이에 이 글에서는 전보 또는 전직을 혼용해 사용하기로 한다.
그런데 최근 근로자의 직무 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상당한 기간 동안 변경하는 인사발령인 전보 또는 전직의 정당성과 관련해 근로자의 권리 의식 향상과 맞물려 법적 분쟁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근로의 종류, 형태 및 장소는 근로자의 생활에 있어 중요한 의의가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원칙에 입각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취업의 장소와 종사해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을 명시토록 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17조, 동법 시행령 제8조). 아울러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전직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전보 또는 전직 인사발령의 정당성에 있어 신의칙(信義則) 또는 권리남용(權利濫用)의 금지 원칙을 입법론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은 제23조 제1항에서 해고, 휴직, 정직, 감봉, 그 밖의 징벌과 묶어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전보 또는 전직발령의 '정당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2. 전보 또는 전직발령의 정당성 판단기준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 인사발령은 근로자가 제공해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을 변경한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두11566 판결 등 참조).
대법원 판례는 일관되게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앞서 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직처분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전직처분 등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판결하고 있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52928 판결,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5374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사용자가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 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 능률의 증진, 직장 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두20447 판결 참조).
한편,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7다18165·18172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전보나 전직발령은 사용자(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해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할 것이며, 전보나 전직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①업무상 필요성, ②전보나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 비교형량, ③근로자와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에 의해 판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보나 전직발령이 정당한지는 우선 첫째, 실적 개선 및 성과 향상, 업무 효율성 강화, 업무능률의 증진, 근로자의 자기개발을 통한 근로의욕의 증대, 부서 간 인사 교류를 통한 업무 협조의 증진, 기술 혁신과 자동화에의 대처, 조직의 축소 또는 확대, 직장 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업무상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둘째, 전보나 전직발령에 따라 입게 될 생활상의 불이익이 통상 예측할 수 있으며 감수할 만한 정도의 것인지 여부다. 생활상의 불이익이란 경제적 이익에 한정되지 않고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이익 나아가 조합활동상의 이익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인데, 사용자의 전보 또는 전직발령이 업무상 필요 없이 이루어졌거나 업무상 필요가 있더라도 근로자에게 통상 감내할 수 없는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가진 인사권을 남용한 처분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 셋째,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전보나 전직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도 정당성 판단의 요소지만, 생활상의 불이익이 크지 않다면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전보나 전직발령을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3. 실무상 쟁점
(1) 전보 또는 전직발령 시 근로자의 동의 필요 여부
근로계약상 근로자의 근무내용이나 근무장소가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고 해당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근로계약상 주차지도 업무로 제공할 근로의 내용을 한정하였음에도 주차사업 업무로 전보발령을 하면서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그 전보발령에 응하지 않았다 하여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이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13. 9. 13. 선고 2013구합52346 판결 참조). 다만,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업무상 필요에 의해 근로자의 근무내용이나 근무장소가 변경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고, 노동력의 적정 배치로 인한 업무의 능률 증진, 근로자의 능력 개발과 근로의욕의 고양, 효율적인 인력 관리 등의 업무상 필요가 있다면 전보 또는 전직발령 시 근로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2)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 비교형량
전보 또는 전직발령과 관련한 분쟁에서 근로자는 전보 또는 전직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없다는 점과 함께 담당 업무 및 근무장소 변경에 따른 업무 수행상의 어려움, 출퇴근의 어려움, 자녀양육 및 가정생활의 어려움, 급여 및 수당의 감소, 전문성이나 경력(커리어) 상실 등 생활상의 불이익이 현저함을 이유로 무효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실무적으로 전보 또는 전직발령 정당성 판단 시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을 저울에 달아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법원은 ①노동 강도의 증가 등 직무내용의 변경으로 인한 업무 수행상 어려움이 막대한 경우(서울고등법원 2008. 5. 27. 선고 2007누30187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1. 3. 31. 선고 2010누16501 판결 참조), ②상당한 수준(약 27%)의 임금 감소가 있는 경우(서울고등법원 2013. 10. 24. 선고 2013누21689 판결 참조), ③근거리 근무지에 수요가 있음에도 급여·교통비 보전 없이 원격지로 전보돼 통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증가한 경우(서울고등법원 2011. 10. 19. 선고 2011누11879 판결 참조), ④장애인인 부모(내지 병환 중인 부모)와 자녀 등 가족부양의 곤란함이 인정된 경우(대법원 2012. 11. 29. 2011두30069 판결 참조) 등에 있어 전직·전보로 인해 근로자가 받는 생활상 불이익이 업무상 필요성보다 큰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법원은 "근로자의 근무장소를 춘천에서 서울로 변경한 전보처분의 정당성이 다투어진 사건에서 전보지인 서울 본사에 단신 부임하거나 가족을 대동하여 이사를 하여야 하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불이익은 전보나 전직에 따라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범위 내의 불이익에 불과하고 그것이 현저하게 그러한 범위를 벗어난 생활상의 불이익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도 있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52928 판결 참조).
만약 전보 또는 전직발령으로 임금 등의 변화가 크지 않고, 사용자가 사택 또는 숙소 제공, 주거비(임차료) 지원, 교통비 지원 등 기타 금전적·비금전적 지원 등을 통해 생활상 불이익을 상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지원했다면 전보 또는 전직발령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거나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3) 육아휴직 종료 후 복귀 시 업무 부여 및 인사발령 이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에서는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해 제도적으로 육아휴직 종료 후 복귀한 근로자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육아휴직 종료 후 휴직 전과 같은 업무를 부여한다면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지만, 기존 업무를 다른 직원이 하고 있거나 대체인력이 채용돼 있거나 조직개편 등에 따라 기존 업무가 없어졌거나 업무가 통합돼 변경된 경우 등 육아휴직 종료 후 복귀 직원에게 종전의 직무를 부여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또는 육아휴직 종료 후 복귀 직원에 대한 인사발령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은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에 따라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를 복귀시키면서 부여한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려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내용뿐만 아니라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도 아울러 고려하여, 휴직 전 담당 업무와 복귀 후의 담당 업무를 비교할 때 그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 만약 휴직기간 중 발생한 조직체계나 근로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사업주가 '같은 업무'로 복귀시키는 대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사업주가 위와 같은 책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는 근로환경의 변화나 조직의 재편 등으로 인하여 다른 직무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 여부 및 정도,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이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인지,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 불이익이 있는지 여부 및 정도, 대체 직무를 수행하게 됨에 따라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박탈되는지 여부 및 정도, 동등하거나 더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하여 휴직 또는 복직 전에 사전 협의 기타 필요한 노력을 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7두76005 판결, 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9두38571 판결 참조).
대법원 판례 법리에 비춰 보면 육아휴직 종료 후 복귀 직원에 대해 육아휴직 전과 같은 수준의 임금에 해당하는 직무를 부여했다고 해서 인사발령이 정당한 것은 아니고, 복귀 시 다른 직무를 부여해야 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고, 육아휴직 전에 담당했던 업무와 복귀 후 담당하게 된 업무를 비교해 실질적으로 불이익이 없어야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