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주5일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다. 주5일제는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주5일제가 처음 시행되던 2002년을 떠올려보자.
 
당시 경영계는 "'삶의 질' 높이려다 '삶의 터전' 잃습니다"라는 신문광고까지 내며 강경하게 반대했다. "경제가 죽는다", "나라 망한다"고 여론을 호도하던 경영계의 입장은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한낱 헤프닝으로 느껴진다.
 
주4일제 도입에도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경영계는 '시기상조', '기업 경쟁력 저하'라며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정부와 경영계에 묻고 싶다. 합계출생률 0.72명, '국가소멸'에 진입한 대한민국 저출생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주4일제 도입과 같은 노동시간 단축은 수백조의 막대한 국가 예산 투입에도 해결되지 않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다.
 
주4일제와 관련된 논의와 성과는 이미 충분히 나왔다. 해외 다수의 국가가 몇 해에 걸쳐 주4일제 도입을 실험했고, 경제성장, 국민건강증진, 출생률 제고 등 수많은 성과를 거뒀다. 세브란스 병원, 휴넷 등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주4일제를 도입한 기업들도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 정선군 등 지자체도 주4일제 시행을 위한 시범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국민여론조사에서도 3분의 2가 주4일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성차별을 해소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4일제를 주목하기도 한다. 더 이상 주4일제를 반대할 명분은 없다.
 
이제 주4일제 도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실현해야 할 당면 과제가 됐다. 지금 당장 전 산업 주4일제 도입을 위한 절차와 법률 마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저출생 문제 극복이라는 국가적인 목표를 가지고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주4일제는 시기상조'라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국가소멸 과정을 이대로 지켜볼 참인가?
 
금융노조는 주4.5일제 도입과 오전 영업시간 단축을 주요 요구안으로 9월 25일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시중은행 출생아 수가 3분의 1로 줄어들고 있는 참혹한 현실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원들이 오전 9시 영업시작 시간을 맞추기 위해 30분에서 1시간씩 일찍 출근해야 하는 것도 아이를 돌보기 힘든 상황으로 만들었다. 2002년 금융산업부터 주5일제를 도입했던 것처럼 지금 당장 주4일제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한시라도 지체할 이유가 없다.
 
저출생, 집값 문제, 지방 소멸 등 위기에 처한 2024년 대한민국에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1930년대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주5일제가 미국을 대공황으로부터 구해낸 것처럼 주4일제 도입은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