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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남찬영 법무법인 이제 변호사

1. 들어가며 

여름 혹서기 기간이나 휴일과 휴일 사이에 평일이 끼어 있는 징검다리 연휴 기간 등, 특정일을 대상으로 전 직원들에게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회사들이 있다. 실무상으로 일명 '공통연차(공동연차) 제도'라고 불리고 있다. 공통연차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들은 어차피 이 시기는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시기이므로, 직원들이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출근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산성 도모, 연차휴가 사용 장려, 일과 가정의 균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에 있다.

공통연차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 중에는 연말연시 또는 연중 특정 시기에 공통 휴무일을 직원들에게 공지하고 그에 해당하는 일수만큼을 직원들의 잔여 연차휴가 일수에서 미리 공제해 두는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이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 자문을 구하는 요청이나 이와 관련된 법적 분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공통연차 제도와 관련된 법적 쟁점에 대해 과거에 비해 구체적으로 판시한 하급심 판결이 선고됐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4. 4. 25. 선고 2021가합107372, 2021가합116468(병합) 판결, 이하 '대상판결']. 이에 본 글에서는 위 대상판결을 바탕으로 공통연차 제도와 관련된 법적 쟁점 및 공통연차 제도의 적절한 운영을 위해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공통연차 제도와 관련된 법적 쟁점  

근로기준법 제62조는 "사용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대한 예외 조항으로서,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조건으로 임의로 특정 근로일을 휴무일(대체휴가일)로 지정하고 그날의 휴무를 연차휴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쉽게 말하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대체휴가일에 무조건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만약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 없이 대체휴가일에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할 경우에는 근로자들에게 그 일수에 상당하는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지급해 줘야 하고,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110조 제1호, 제43조, 제60조 제5항) 대상이 될 수 있다(수원지방법원 2022. 11. 11. 선고 2022노3607 판결 등 참조). 또한, 근로기준법 제62조는 대체휴가일로 정할 수 있는 날을 '특정한 근로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만약 회사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또는 근로계약상에서 정한 휴일을 대체휴가일로 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8다239110 판결 등 참조).

공통연차 제도는 대개 근로기준법 제62조의 유급휴가 대체제도로 이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없는 공통연차 제도는 위법이라는 입장이 통설적인 견해로 보인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따른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은 특정일의 휴무에 대한 사용자ㆍ근로자간 묵시적 합의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공통휴무일에의 연차휴가 사용을 권장 내지 장려하는 수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60조 제5항에 따른 연차휴가의 사용으로 평가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다(근로조건지도과-2364, 2008. 12. 29. 등 참조). 결국 사용자가 공통휴무일에의 연차휴가 사용을 단순히 권장 내지 장려하는 경우와 이를 넘어 강제에 이르는 경우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3. 대상판결의 내용 

가. 사실관계
 
대상판결에서의 피고는 매년 12월경 다음 연도의 연차휴가 제도 및 운영기준을 수립하면서 하기휴가일(연속 5일) 및 징검다리 연휴 중 등의 평일(약 2~5일)을 공통휴무일로 지정하고 다음 연도에 근로자들에게 발생하는 연차휴가 일수에서 공통휴무 일수만큼을 미리 공제했다. 이에 대해 원고들은 피고가 근로기준법 제62조를 위반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 없는 유급휴가 대체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원고들의 연차휴가 사용권(시기지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해 공제된 연차휴가 일수에 상당하는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의 지급을 청구했다.
 
나. 판시 내용
 
대상판결은 피고의 공통연차 제도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 절차를 요하는 근로기준법 제62조의 유급휴가 대체제도에 해당한다거나 공통휴무 일수만큼 원고들의 연차휴가 일수를 강제로 차감하는 제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대상판결은 그 판단의 근거로 6가지를 들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피고가 지정한 공통휴무일이 7월 말 내지 8월 초의 하기휴가일 및 징검다리 휴일로 다수의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자에 해당한 점.

② 피고가 공통휴무일을 근로자에게 안내할 때 '지정휴무일 근무 시는 대휴로 운영'이라고 기재해 공통휴무일에 정상 근무를 희망하는 경우 휴가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는 취지를 공지했던 점.

③ 실제로 공통휴무일 중 하나인 하기휴가일에 정상 근무를 희망해 휴가 일정을 변경한 사례가 있었고, 원고들 중에도 그러한 사례가 있었으며, 달리 피고가 소속 근로자들의 공통휴가일 변경 신청을 거절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점.

④ 별도의 연차휴가 신청 없이 공통휴무일에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사무기기 등의 제조업을 영위하는 피고가 생산직 근로자 등의 편의를 위해 별도의 연차휴가 신청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⑤ 근로자의 연차휴가 신청에 대한 사용자의 승인은 근로자들의 연차휴가 시기지정권을 박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유보된 휴가시기 변경권의 적절한 행사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다7542 판결 참조), 비록 피고가 업무상 사유를 정상근무 희망사유로 접수한 측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근로자의 휴가 시기지정권을 박탈하기 위한 목적의 행위로 볼 수 없는 점.

⑥ 근로기준법은 연차휴가 사용 촉진 제도를 허용하는 등 연차휴가를 대신하는 금전적 보상보다는 연차휴가의 실제 사용을 통한 근로자의 실질적인 휴양권 보장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바, 설령 피고의 공통연차 제도 시행으로 인해 원고들이 공통휴무 일수만큼의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연차휴가권이 제한되거나 박탈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피고의 공통연차 제도에 관한 사실적 측면(위 ①, ④)과 연차휴가에 관한 법리적 측면(위 ⑤, ⑥)을 골고루 고려해, 공통연차 제도가 근로기준법 제62조의 유급휴가 대체제도에 해당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즉 사용자가 특정한 공통휴무일에의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하는 경우와 그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 대한 일응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대상판결은 근로자의 입장에서 사용자가 지정한 공통휴무일이 아닌 다른 날에 연차휴가를 사용할 가능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는지를 가장 핵심적인 판단 요소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상판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상판결이 법리적 측면에서 사용자에게 유보된 연차휴가 시기변경권의 범위를 재확인한 점과,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와 연차휴가를 임의로 사용하지 않고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지급받을 권리 사이의 비교형량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에 있다.

전자와 관련해 보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연차휴가 일수 중 일부에 대해 신청 가능 일수에서 공제하고 그 공제된 일수에 대해서는 연차휴가를 반드시 사용하게 유도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를 근로자의 연차휴가 시기지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조는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라고 정해 연차휴가 제도 운영의 기본 원칙을 정하고 있을 뿐, 연차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연차휴가 신청에 있어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묵시적인 합의도 가능하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와 연차휴가를 임의로 사용하지 않고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지급받을 권리 중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더 우선시되는 권리라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근로기준법은 제60조 제5항에 따른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제61조에서 사용자의 다소 강제성 있는 연차휴가 사용 촉진 조치도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반면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청구권은 근로기준법이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으며,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했거나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에 파생돼 발생하는 권리이다(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8다239110 판결 참조).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보면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것을 직접적ㆍ구체적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대상판결 원고들의 주장이 사용자에 의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청구한다는 취지인지 분명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대상판결은 근로자대표가 선출돼 있지 않거나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용자로서도 근로기준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법으로 공통연차 제도를 운영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공통휴무일이 아닌 다른 근로일에 연차휴가를 사용할 가능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는 이상, 사용자가 공통휴무일에 상응하는 일수만큼의 연차휴가 신청 절차를 생략하거나, 공통휴무일에 정상근무를 희망할 경우 정상근무가 필요한 사유 및 연차휴가를 실시하고자 하는 다른 일자를 사용자에게 알려주게 하는 정도로는 공통휴무일에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공통연차 제도와 더불어 근로기준법 제61조의 연차휴가 사용 촉진제도를 보완적으로 운영하면 공통연차 제도의 실효성이 더욱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5. 마치며
 
연차휴가 관련 제도의 적절한 운영은 근로자들의 복지, 근무만족도를 제고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공통연차 제도를 운영하는 사용자로서는 근로자들의 연차휴가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근로기준법 및 관련 법리의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고, 공통연차 제도가 근로자들의 권익에 반하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각별히 유의하며 근로자들과의 소통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회사의 정책상 필요와 근로자의 권익 실현이 잘 조화돼 일과 가정의 양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공통연차 제도가 운영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