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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11-17 17:28:39

    수정 : 2023-12-04 09:59:35

“민자고속도로 요금수납원 불법파견 인정” 법원 판단 또 나와

2023-11-17 17:28:39



“서울고속도로, 영업소에 상당한 지휘ㆍ명령”…임금차액 손해배상청구는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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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호 vol.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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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울톨게이트를 지나가는 차량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다. (사진=뉴시스)
     
    법원이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통행료 수납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지난 4월 대법원이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요금수납원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후 같은 판단을 한 판례가 쌓이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법원은 서울고속도로에 직접고용의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임금차액 손해배상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동종ㆍ유사 업무를 하는 비교대상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17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권희)는 지난달 20일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 요금수납원 171명이 서울고속도로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서울고속도로, 요금수납원 불법파견 사용" 근로자 측에 손
     
    서울고속도로는 수도권 제1순환(일산~퇴계원) 고속도로를 건설 및 운영하기 위해 2000년 설립됐다. 서울고속도로는 정부와 체결한 실시협약에 따라 고속도로 영업소 운영을 제3자에게 맡길 수 있는데, 서울고속도로는 2006년부터 고속도로의 통행료 수납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해 운영해 왔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용역업체에 고용돼 서울고속도로의 영업소에서 통행료 수납업무를 한 요금수납원들이다. 요금수납원들은 용역업체가 변경돼도 변경된 용역업체와 새롭게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계속 서울고속도로 영업소에서 일했다.
     
    요금수납원들은 서울고속도로가 불법으로 근로자들을 파견 사용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요금수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 사건 용역계약은 외주업체가 요급수납원들을 고용한 후 서울고속도로의 사업장에 파견해 서울고속도로의 지휘ㆍ명령에 따라 서울고속도로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며 "요급수납원들은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한 파견근로자, 서울고속도로는 사용사업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서울고속도로가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했다고 봤다. 서울고속도로는 업무매뉴얼, 업무지침, 서비스교육 교재 등을 마련해 용역업체에 배포했다. 영업소에선 이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
     
    업무매뉴얼은 과거 서울고속도로의 영업팀장이 작성했던 것으로, 근무방법과 직급별 업무처리방법이 구체적이고 상세히 규정돼 있었다. 서비스교육 교재엔 고객 응대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열거돼 있고 각 상황에 따른 처리 절차와 고객에게 건넬 대화 내용까지 명시해 놨다.
     
    2014년까지만 해도 서울고속도로 소속 영업소장이 영업소에 상주해 영업소를 관리했지만, 2015년부터는 영업소엔 용역업체 소속 직원들만 근무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업무지침 전달과 업무 지시가 이루어졌다. 용역업체 소속 영업소장은 서울고속도로 직원에게 직원의 퇴사 및 인사이동 상황 등을 수시로 보고했다.
     
    재판부는 "통행료 수납업무는 서울고속도로의 주된 업무 중 하나로서 통행량 변동, 사고 발생 등 유동적인 상황 변화에 대처할 필요가 있어 영업소 직원들과 서울고속도로 직원은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며 "서울고속도로의 지휘ㆍ명령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요금수납원들이 서울고속도로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단했다. 요금수납원들은 서울고속도로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했으며 서울고속도로 명의로 발행된 근무 카드를 소지했다.
     
    재판부는 "영업소 근무자들과 서울고속도로의 직원들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서울고속도로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영업소 근무자들은 서울고속도로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한, 법원은 용역업체가 요금수납원들의 근로조건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고속도로가 근로자의 수, 근로자의 고용 또는 교체, 근무 또는 휴게시간,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용역업체는 서울고속도로가 결정한 투입 근로자의 수와 직책별 과업인원에 따라 근무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 외의 근로조건과 관련해서도 독자적인 결정권한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금차액 손해배상청구 기각…항소심서 다툰다
     
    그러나 재판부는 서울고속도로에 직접고용의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임금차액 손해배상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요금수납원들은 만약 서울고속도로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서울고속도로 정규직 근로자와 임금차액이 발생했다며 임금차액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손해가 발생했다는 증명이 없어 임금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고속도로엔 통행료 수납업무를 하는 직원이 없어 비교대상 근로자가 없다는 것이 손해배상청구 불인정에 힘을 실었다. 서울고속도로는 처음부터 총괄관리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외주화해 동종ㆍ유사 업무를 하는 비교대상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요금수납원들은 서울고속도로 4급 사무기술직 근로자를 동종ㆍ유사 근로자로 보고 이들과 같은 임금과 경영성과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금차액 손해배상청구를 둘러싼 분쟁은 근로자 측이 항소하면서 항소심에서 다시 한번 다퉈질 예정이다.
     
    정태호 공공산업희망노조 위원장은 "법원의 판단대로 불법파견이 발생했다면 애초 요금수납원들은 원청 기업에 정규직으로 고용됐어야 한다는 것인데, 비교대상 근로자가 없다는 법리만으로 임금차액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이번 판결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원청 정규직과 비슷한 처우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항소심에서는 전향적인 판결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민자고속도로 요금수납원들의 불법파견 인정 판례가 또 늘었다. 앞서 지난 4월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요금수납원의 불법파견을 최초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바 있다. 대법원은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주식회사가 용역업체에 업무 매뉴얼을 하달하는 방식으로 지휘ㆍ명령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2월엔 천안논산고속도로의 통행료 수납업무를 하는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눈여겨볼 점은 이들 사건 모두 이번 판결과 마찬가지로 '동종ㆍ유사 근로자의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사건에서도 동종ㆍ유사 근로자가 없다는 이유로 근로자 측 처우 문제가 과제로 남았다. 근로자 측은 대법원 판결을 앞당기기 위해 이 문제를 더 이상 다투지 않기로 결정,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는 전략을 선택했다. 결국 근로자 처우에 관한 쟁점을 불씨로 남겼다.
     
    천안논산고속도로 사건에서도 법원은 원청에 동종ㆍ유사 근로자가 없다는 이유로 임금차액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천안논산고속도로 항소심에선 임금차액 손해배상청구를 둘러싼 분쟁이 계속될 예정이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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