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디엔솔루션즈 홈페이지 갈무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개시된 후 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으로 단일노조가 된 동시에 신생노조가 설립된다면, 회사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할까? 이 물음에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조직형태 변경에 신생노조까지…교섭창구 단일화도 다시?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은 주식회사 디엔솔루션즈(구 두산공작기계)다. 올해 1월 두산공작기계 노조는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했고, 회사는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이에 사업장 내 또 다른 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도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했다.
 
이후 두산공작기계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 6월 두산공작기계 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해 '금속노조 경남지부 두산공작기계지회'로 조직형태를 변경한 것이다. 또, 조직형태를 변경한 다음 날 신생노조인 '디엔솔루션즈 노조'가 설립됐다.
 
신생노조는 곧바로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신생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고 두산공작기계지회가 과반수노동조합이라는 확정 공고를 게시했다.
 
디엔솔루션즈 노조는 "두산공작기계지회가 조직형태 변경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확정되기 전에 단수노조(사업장 내 유일하게 존재하는 노동조합)가 됐으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산공작기계지회는 "회사가 과반수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지연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두산공작기계 노조(현 두산공작기계지회)는 이미 3월에 과반수노동조합으로서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를 확보했다"고 반박했다.
 
결국 디엔솔루션즈 노조는 회사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위반해 자신들의 교섭요구를 공고하지 않았다며 경남지노위에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을 제기했다.
 
경남지노위, 신청 각하 "신생노조는 내년 임금협약에"
 
경남지노위는 지난달 7일 시정 신청을 각하했다. 경남지노위는 "디엔솔루션즈 노조가 교섭요구 시기가 아닌 기간에 교섭을 요구한 후 시정 신청을 했기 때문에 각하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두산공작기계 노조(현 두산공작기계지회)가 회사에 교섭을 요구한 건 지난 1월로, 회사는 1월 26일부터 2월 2일까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그러나 디엔솔루션즈 노조가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건 지난 7월 3일이었다. 즉, 회사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지 한참 지나서 교섭을 요구했기 때문에 신청을 각하한다는 게 경남지노위의 입장이다.
 
애초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상 회사는 디엔솔루션즈 노조가 요구하기 전 교섭대표노동조합 공고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회사는 공고 시기를 놓쳤다. 이를 두고 경남지노위는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남지노위는 "사용자가 절차를 규정대로 진행했으면 두산공작기계지회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지위를 당연히 취득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두산공작기계지회에게 단체교섭과 관련해 보호받아야 하는 기득의 권리가 있었다고 보이는 등 기존의 교섭 실태와 과정을 배려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디엔솔루션즈 노조는 2025년 임금협약을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는 게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노위 판단,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취지 반영한 판단"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절차가 복잡하고 사업장마다 복수노조 형태가 다양해 그만큼 분쟁이 발생하기 쉽다. 이 사건은 교섭창구 단일화에서 절차적 쟁점이 문제된 사례로, 그중에서도 드물고 특이한 사례로 꼽힌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진다. 먼저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된 두산공작기계 노조가 조직형태 변경으로 소수노조인 금속노조에 가입해 단일노조가 됐을 때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가 유지되는가다.
 
두 번째는 ▲회사의 불성실한 협조로 과반수노동조합 공고가 늦어진 상황에서 두산공작기계 노조는 회사의 공고 유무와 상관없이 앞서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를 획득했는가다. 마지막으로, ▲조직형태 변경으로 단일노조가 된 상황에서 신설노조가 설립됐을 때 교섭창구 단일화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영주 금속노조법률원 공인노무사는 "금속노조 측에선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를 획득한 이후 금속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법리에 의해 기존 노조의 동일성이 유지된다면 권리가 그대로 유지돼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도 승계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와 목적이 교섭 질서의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인데, 신생노조 주장처럼 교섭창구 단일화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제도 목적에서 벗어난 판단이라고 판단했다"며 "경남지노위도 우리와 같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신생노조가 두산공작기계 노조(현 두산공작기계지회)에서 나온 조합원 30여 명이 만든 노조라는 점이다.
 
최 노무사는 "신생노조는 회사가 합병하거나 해서 새로운 노조가 만들어진 게 아니고 기존 노조의 조합원이었던 사람들이 새롭게 만든 노조"라며 "다시 말하면 신생노조 조합원들도 결국 이번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 당시 두산공작기계 노조의 조합원이었던 사람들이고, 이들이 두산공작기계 노조의 조합원이었을 당시 노조에 이들의 요구가 반영이 안 됐을 거라고 볼 수 없는데 신생노조를 만들었으니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새로 해야 한다고 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