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레미콘 공장에 있는 레미콘 차량(사진=뉴시스)
 
시멘트 제조ㆍ유통사 삼표시멘트의 임금피크제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삼표시멘트가 시행한 임금피크제와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선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라며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6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민사5단독 정원석 판사는 삼표시멘트에서 일하다 퇴직한 A 씨 등 1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삼표시멘트는 2006년 노사 합의로 정년을 55세에서 58세로 연장하고 56세 이상 근로자의 기본급을 30%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이어 2016년 노사 합의로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57세 이상 근로자의 기본급을 30%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A 씨 등은 삼표시멘트에서 2018년까지 일하다 퇴직했다. 이들은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A 씨 등은 회사의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줄어든 임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정 판사는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57~60세까지 4년간 임금지급률이 감소하지만 기존 55세였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기존에 없던 연령 구간에 대해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그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임금을 조정한 경우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서 "A 씨 등은 55세부터 60세까지 기본급을 480%(100%+100%+70%+70%+70%+70%) 지급받은 셈이고, 기본급 외 수당 및 기타 복리후생 등은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원고들이 오로지 불합리한 차별을 받거나 실질적인 임금 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입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 씨 등은 정부의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수령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 지원금이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라고 봤다.
 
A 씨 등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을 때 업무량이나 업무강도에 대한 저감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판사는 "임금피크제로 A 씨 등의 업무량이나 업무강도가 과도하게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선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라고 판단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