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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09-21 10:41:21

    수정 : 2023-09-26 11:18:49

“건보 종합계획, 의료산업 지원보다 보장성 우선돼야”

2023-09-21 10:41:21



노동계 배제한 건보 종합계획에 “과정 불투명한 깜깜이” 비판 나와
[2023년 10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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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재헌 기자 jh59@)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정부가 추진 중인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보장성 강화, 지속가능성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양대 노총이 제외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참여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 주최로 열렸다.
     
    지난 2016년 국민건강보험법의 개정으로 5년마다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올해 6월까지 기초 연구를 마무리한 뒤, 올해 하반기에 향후 5년간 건강보험 정책의 방향을 담은 제2차 국민건강 종합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종합계획의 초안도 발표되지 않았고 공청회, 토론회 등 공론화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차 종합계획 수립 당시에는 사전간담회가 20여 회, 연구자문단이 4회 운영됐으나, 2차 종합계획은 지난달까지 추진단 3회, 자문단 3회에 그치고 있다"면서 "향후 5년간의 국민 건강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 이렇게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신승일 한국노총 부위원장도 "내년부터 적용되는 2차 운영계획이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전 정권의 업적을 지우는 데만 애쓰지 말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제대로 평가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 2차 운영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신현호 경실련 중앙위 부의장이 좌장을 맡고, 정형선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 소장과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이 발제를 담당했다.
     
    지속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의료비 증가 억제'
     
    정형선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장은 발제에서 "모든 정권에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 내지 80%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했지만 이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수치"라면서 "보장률 강화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비 증가 억제"라고 주장했다.
     
    정 소장의 발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료비의 규모는 2000년 25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에 그쳤던 것이 지난 2022년 기준 209조 원으로 9.7%까지 급증했다. 정 소장은 "이러한 증가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에는 400조 원을 돌파해 GDP의 16%에 달하게 된다"면서 "증가율을 5% 미만으로 억제해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를 위해 ▲지불보상 결정 기전의 개편 ▲실손보험 구조 개편 ▲의료인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소장은 지난 2001년부터 도입된 상대가치점수 환산지수계약에 대해 "제도 도입 후 매년 2~3%씩 복리로 건보진료비가 폭등했다"면서 "재정중립적 환산지수 인상률의 자동산출 기전을 도입하거나 환산지수계약 대신 고시가 수정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소장은 현행 실손보험 구조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 소장은 "현행 실손보험 제도는 건강보험이 급여하는 항목에 대해서도 민영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이는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높이고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법정본인부담액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최소한 절반 이하에 대해서만 보상하도록 해야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정 소장은 의료인력의 충분한 공급을 촉구했다. 정 소장은 "지난 2003년부터 2007년 사이에 진행된 의과대학 정원 축소로 인해 의사 고용계약 단가가 상승하고, 이는 수가 인상으로 이어져 보험료 인상이 초래됐다"고 주장하며 "수가 인상을 억제하고 국민의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의료인력정책부터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건보 재정 긴축해서 의료 산업에?" 모순된 정책 비판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윤 정부는 '2040년이면 건강보험 누적 적자가 678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정 내 엄청난 낭비가 있는 것처럼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진짜 발생하고 있는 낭비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도대체 건강보험 재정 긴축으로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발제에서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은 9.7%로 9%인 이탈리아와 9.5%인 덴마크보다 높다"면서 "이탈리아와 덴마크가 우리나라보다 건강보장 수준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 재정 집행에 낭비적 요소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정부의 재정 낭비 정책으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인증제 ▲건보 재정 내 혁신 의료계정 신설 ▲비대면 진료 지원사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1일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인증 사업을 발표했다. 해당 사업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에 대해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건강관리서비스를 말한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왜 만성질환 관리사업이 '비의료'로 지정돼 서비스 제공자가 민간으로 설정됐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3월 2일 제3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마련된 건보 재정 내 혁신 계정 신설에 대한 비판도 이어 나갔다. 정 위원장은 "국민에게는 건보 재정이 파탄이라고 말하면서 혁신 의료기기 산업에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며 "건강보험은 산업의 밑밥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비대면 진료에 건강보험 재정으로 관리료가 투입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비대면 진료 지원사업으로 의료기관과 약국에 진찰료, 조제료의 30% 수준의 관리료가 지원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한 민영보험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면 보험회사가 개인건강정보를 취득해 갈 수 있는데 이는 자본의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장사"라면서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민영의료 보험사의 보험료 차등 부과와 가입 거절을 만연하게 만들어 부자들은 민영보험으로 보장받고, 중산층 이하는 건강보험으로 보장받는 남미식 이중구조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혼합진료 금지 법제화 필요" 한 목소리
     
    보장성 강화를 위해 혼합진료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혼합진료란 비급여 진료를 하면서 관련된 급여 진료를 유도해 제반 검사나 입원료를 건강보험에 청구하는 행위를 뜻한다. 예를 들어 비만 수술 등 비급여 수술을 하면서 사전 검사 비용을 건강보험에 청구하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혼합진료를 막아야 필수적 의료서비스만 건강보험에서 제공해 적정 수가가 만들어질 수 있고, 건강보험만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의 내실화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비급여 진료는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 공적 재원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장성 강화를 위한 가장 시급한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은 이미 혼합진료를 금지해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민간 의료공급자의 힘이 강한 환경이기 때문에 지불제도를 개편하고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혼합진료 금지"라고 주장했다.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와 이성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도 혼합진료 금지 법제화를 찬성했다. 이 실장은 "혼합진료 금지 법제화는 우리나라 진료 현실을 고려했을 때 비급여 부문을 축소시켜 보장성 비율을 확연히 증가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이와 함께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도 금지한다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준현 건강정책연구소 소장도 "건강보험 보장성 향상과 지불제도 개편이 이뤄지기 위해 혼합진료 금지는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면서 "혼합진료를 금지하지 못하면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를 통해 비용을 전가하는 행태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깜깜이' 종합계획에 "수립 과정 불투명"
     
    토론에서는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 과정을 불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 쏟아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12일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노조의 회계장부 제출 여부가 위원 추천권과 연결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이는 정부의 반노동정책에 보건복지부가 부화뇌동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은미 한국노총 정책국장도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에 양대 노총이 배제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해 양대 노총은 지난 9월 5일 소송을 제기해 법률적으로 대응했으며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재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이번 2차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사회적 합의에 의해 중장기 보건의료정책 방향이 결정돼야 하는데 가입자를 대표하는 노동시민사회가 이에 대해 발언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 실장은 "정부의 노조 무력화 시도가 보건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 양대 노총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에 이르고 있다"며 2차 종합계획 수립이 폐쇄적인 논의로 그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손호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과장은 "종합계획 수립을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내부적으로 연구 중"이라면서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 보니 아직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지 못했는데, 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논의가 끝나면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구 고령화로 건강보험 재정에 문제가 생기고 있기에 토론회에서 제시된 환산지수 변경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종합계획에 실제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대한의사협회 등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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