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7회 베페 베이비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육아용품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림의 떡'으로만 여겨졌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중 남성 수급자 비율은 2020년 24.5%, 2021년 26.3%, 2022년 28.9%, 2023년 28.0%를 기록하고 2024년 31.6%로 처음 30%를 돌파했다. 여전히 여성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평가받지만,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저출산ㆍ고령화가 전 세계 공통의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각국의 육아휴직 제도는 단순히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부모의 육아휴직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부모가 각각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했으며, 남성이 사용하는 배우자 출산휴가(유급)도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렸다.
 
1. 일본
 
2020년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 정사원 중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비율이 3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육아휴직에 따른 수입 감소 우려,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직장 내 분위기 등이 꼽혔다. 결국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 최근 '육아ㆍ간병휴직법'을 개정했다. 육아ㆍ간병휴직법은 자녀 양육이나 간병 등으로 인해 시간적 제약을 가지는 시기에 근로자가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률이다.

이 법엔 육아ㆍ간병을 위한 휴직, 노동시간 단축 제도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 남성의 육아휴직 자체가 기업의 의무는 아니다. 대신 후생노동성은 남성의 육아휴직 및 육아휴업취득 과 관련해 여러 제도를 각 기업에 의무로 명시했다.

지난해 5월 이 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4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여러 조치가 시행됐는데, 구체적으로는 ▲자녀 간호 휴가의 대상자 및 사유 확대 ▲연장근로(잔업) 면제 대상 확대 ▲육아와 직장생활의 양립을 위한 재택근무(텔레워크) 도입의 노력 의무화 ▲일과 육아의 양립에 관한 개별 의견 청취 및 배려 의무화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여러 조치 중 특히 주목할 점은 육아휴직 이용 현황을 공표해야 하는 의무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전엔 1000인 초과 기업을 대상으로만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이용 현황을 연 1회 공표할 의무가 있었지만, 그 대상이 확대돼 상시근로자 300인 초과 기업에도 공표 의무가 적용된다. 공표해야 하는 육아휴직 이용 현황은 '남성의 육아휴직 등 이용률'과 '남성의 육아휴직 등+육아 목적의 휴가 이용률' 중 하나를 선택하여 공개해야 한다. 여기서 '육아 목적의 휴가'란 사내 취업규칙 등에서 휴가 목적이 육아라고 명확히 정해진 휴가 제도를 말한다. 법정 휴가인 육아휴직이나 자녀 간호휴가는 제외된다.
 
▶남성의 육아휴직 등 이용률
: 배우자가 출산한 남성 근로자 중 육아휴직 등을 이용한 근로자의 비율
= 육아휴직 등을 이용한 남성 근로자 수÷배우자가 출산한 남성 근로자 수
 
▶육아휴직 등+육아 목적의 휴가 이용률
= (육아휴직 등을 이용한 남성 근로자 수 + 육아 목적 휴가를 이용한 남성 근로자 수)÷배우자가 출산한 남성 근로자 수
 
법 개정으로 올해 10월부터 시행을 앞둔 제도들도 있다. 기업은 유연한 노동형태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개시시각 등의 변경 ▲재택근무 등 ▲보육시설 설치 운영 등 ▲단시간 근무 제도 중 2개 이상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일과 육아 양립에 관한 개별 의향 청취와 배려를 의무화했다. 기업은 근로자의 자녀가 3세가 될 때까지 근로자에게 개별적으로 일과 육아 양립에 대한 의향을 확인해야 한다.
 
2. 유럽
 
유럽 국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성평등 및 가정 내 역할 분담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스웨덴은 각 부모에게 240일씩(총 480일)의 육아휴직 기간이 주어진다. 이 중 90일은 각 부모가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처음 390일은 급여의 약 80%를 지급하며, 이후 90일은 고정 금액을 지급한다.

노르웨이는 부모에게 육아휴직기간으로 49주와 59주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간은 부모가 분할 사용할 수 있다. 49주 선택 시 100%, 59주 선택 시 80%의 급여가 보장된다. 2023년 기준으로 아버지의 약 65.1%가 전체 아버지 할당량 또는 그 이상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핀란드는 부모 각각에게 160일의 육아휴직(유급)을 준다. 이 중 63일은 부모 상호 간에 양도할 수 있다. 육아휴직기간의 급여는 연간 소득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소득의 약 70%가 지급된다. 2023년 기준 남성은 지급된 육아휴직일수의 15.2%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은 부모가 최대 14개월의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부모 간에 분할해 사용할 수 있다. 급여는 육아휴직 이전 순소득의 65%에서 100%가 지급되며, 정부에서 최소 300유로에서 최대 1800유로까지 지원한다. 2021년 기준으로 약 42%의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아버지가 총 28일의 출산 휴가를 받을 수 있으며 첫 3일은 고용주가 급여를 지급하고 나머지 25일은 사회 보장 제도가 지원한다. 지급되는 일일 최대 수당은 100.36유로이며, 이는 사회 보장 상한선에 따라 결정된다. 2021년 기준으로 첫 자녀의 경우 아버지의 약 1%만이 전일제 부모 휴직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사 도움>
- 일본 : 김홍영 법무법인 DLG 수석고문
- 유럽 : 민승현 법무법인 DLG 변호사
 
*이 기사는 노사발전재단과 공동 기획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