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1-03-04 16:33:31 수정 : 2021-03-29 20:35:22

[대법원] 대법원, “저성과자 해고시 통지서에 ‘사유기재’ 없다면 위법”…현대중공업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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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호 vol.359]


 
[월간노동법률] 곽용희 기자
 
5년 연속 근무평가 최하위로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사유를 잘 알고 있었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해도, 회사가 교부한 해고 통지서에 사유가 기재되지 않았다면 해고는 근로기준법 27조를 위반한 부당해고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는 지난 2월 25일, 근로자 A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2017다226605).
 
근로자 A는 미국의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2009년부터 현대중공업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국제법무팀에서 근무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매년 근무평가를 했는데, 2012년 근무평가에서 국제법무팀 한 임원은 A에게 "법률 분석력이 부족하고, 조직 적응도와 팀워크가 미흡하다"며 계약 해지가 고려될 수 있는 낮은 평가 점수를 줬다. 국제법무팀의 다른 임원은 A와 협상 끝에 근무 성적 개선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후 A는 2013년 평가에서도 전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2015년 1월, A에게 계약 종료 통지서를 교부하면서 해고수당 1,500여만원을 포함한 5,600여만원을 지급했다.
 
해당 통지서에는 "상호 체결한 '고용계약 규정' 제2조에 의거해 2015년 1월자로 고용계약이 종료함을 통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고용계약 규정은 "회사가 원고를 해고하려면 2개월 전에 통보하거나 2개월분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이었다. 결국 해고 사유는 통지서에 기재되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원고 A는 자신이 부당 해고를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는 "이번 해고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징계해고"라며 "그럼에도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아무런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해고 사유와 시기에 대한 서면통보 의무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27조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사유도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임원이 근무평점을 낮게 준 것은, 임원이 전에 근무했던 법률사무소를 회사 대리인으로 무리하게 선임하려다 A의 반대에 부딪히자 사이가 나빠져 낮은 근무평가를 준 것이라며 부당함을 주장했다.
 
1심과 원심 부산고등법원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원심 법원은 먼저 "이 사건 해고는 징계해고가 아니라 통상해고"라고 전제했다. 그 근거로 "단체협약 등에 '인사'와 '징계'의 장이 구별돼 있고, 특정한 행위를 문제 삼아 해고한 것이 아니라 근무성적 불량을 이유로 해고한 것"이라는 사실을 들었다.
 
또 해고 사유가 기재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가 계속 낮은 평점이 나오자 임원들이 5개월 분 급여 지급 조건으로 사직 권고도 했고, 인력개발팀 부장도 사직을 권유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A가 사직을 거부하자 인사팀에서 회사에서 조만간 조치사항이 통보될 것을 고지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실을 근거로 "A도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며 "계약통지서에 구체적인 해고사유가 기재돼 있지 않다고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고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근무한 5년 동안 연속해서 최하위 근무평점을 받았고 다른 변호사들과 점수 차도 상당했다"며 "1년간 근무능력을 향상시킬 기회를 줬지만 다시 최저 수준의 근무평점을 받았고, 다른 계열사로 옮기라는 권유도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로서는 국제법무팀 소속 변호사의 역량은 필수적"이라며 "지속적이고 현저한 근무성적 불량은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라고 판단해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을 달랐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규정 내용과 취지를 고려하면, 원고가 해고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서면통지 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위반한 것"이라며 "이를 다르게 판단한 원심의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한편 이번 판결 1심과 2심은 고등법원은 징계해고와 통상해고를 명백히 구별하고, 저성과자 통상해고의 적법성을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절차적 위법성만 판단하고 다른 상고 이유는 다루지 않아, 통상 해고인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절차 위반이 명백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파기 환송심에서도 부당해고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절차적 문제로 부당해고 판단이 나온 경우, 기업이 그 절차를 보완해서 다시 해고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이 경우 대법원에서 저성과자 해고가 적법한지라는 실체 판단이 없었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기존 저성과자 통상해고 유효 법리를 계속 주장해서 이길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당사자가 화해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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