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3-01-17 19:29:00 수정 : 2023-02-01 14:26:47

카카오노조, ‘카카오가 직면한 문제’에 입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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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호 vol.381]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17일 오전 성남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크루유니언 책임과 약속 2023'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서승욱 카카오지회 지회장이 발표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dhlee@)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가 최근 카카오의 재택근무 폐지 방침에 반발해 노조 가입률이 50% 급증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서승욱 카카오지회 지회장은 "최근 조합원이 증가하긴 했으나 10%에서 50% 급증은 사실이 아니"라며 "최근 재택근무를 요구하며 노조 가입이 급증했다는 내용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카카오지회는 17일 오전 성남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크루유니언 책임과 약속 2023'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카카오지회는 전날 카카오가 재택근무 폐지를 결정하면서 노조 가입률이 급증해 노사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 내용에 관해 입장을 밝히고, 지난 4년여 간의 성장과 향후 노조 운영 방향 등을 발표했다.
 
4년여 '껑충' 성장…공동체 가입 30% 기록
 
카카오지회가 출범한 건 IT업계에 노조 설립 바람이 한창이던 2018년 10월 24일이다.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업계 대표 사업장에 노조가 설립된 데 이어 카카오에도 노조 깃발이 올랐다.
 
카카오지회의 특징은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직원 모두가 가입할 수 있는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Krew Union)'과 함께 성장하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가입률로 봤을 때 카카오지회와 크루유니언의 성장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19년 카카오지회가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포괄임금제 폐지, 육아휴직 확대를 얻어내자 조합원이 증가했고, 이어 2020년 임금협약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조합원이 또 증가했다.
 
가시적인 성장은 2021년 말 카카오페이 블록딜 사태와 2022년 6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사태 때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부터는 근무제도 문제와 경영진 교체가 뇌관으로 떠올라 조합원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 2019년 400명이었던 크루유니언 조합원 수는 2020년, 2021년을 거치며 1000명으로 늘어났고, 현재는 4000명까지 늘었다. 주요 공동체 가입률은 30% 이상을 기록했다.
 
크루유니언을 통한 공동체 교섭 역시 확대돼 현재는 ▲카카오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뱅크 ▲케이앤웍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9개 사업장이 공동체 교섭에 함께하고 있다. 공동체 교섭은 9개 사업장 노조가 같은 카카오 구성원이라는 공감 아래 큰 틀에서 교섭 목표와 방향을 함께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공동체 교섭에서 결정한 의제를 기본 가이드라인으로 가져가되 실제 교섭은 각 사업장 사정에 맞게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공동체 교섭은 카카오지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카카오지회의 대표적인 성과는 첫 단체협약에서 체결한 포괄임금제 폐지와 육아휴직 2년 확대다. 포괄임금제는 IT업계의 고질병으로 꼽히는데, 크루유니언에선 아직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는 사업장이 존재해 점진적으로 카카오 공동체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게 목표다.
 
최저임금 인상은 계열사 공동교섭을 통해 이룬 대표적 성과다. 최저임금 인상은 크루유니언 안에서 발생하는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으로, 서울시ㆍ성남시 생활임금을 기반해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카카오페이에서 '주식 먹튀 논란'이 발생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스톡옵션 매도제한 규정을 마련해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신규 상장 시 CEO는 2년, 다른 주요 임원은 1년 동안 스톡옵션으로 얻은 주식 매도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사태가 벌어졌을 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매각 철회를 요구했다. 당시 크루유니언은 카카오를 향해 "이윤만이 아닌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근로자 권익 향상과 시민 안전, 편의를 위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후 카카오는 상생안을 마련하고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을 중단했다.
 
"전면 출근이 문제? 진짜 문제는…"
 
서승욱 지회장은 카카오지회와 크루유니언이 걸어온 지난 시간을 바탕으로 전날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한 팩트 체크에 나섰다.
 
먼저, 최근 노조 가입률이 10%에서 50%로 급증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최근 조합원이 증가하긴 했으나 10%에서 50% 급증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최근 노조 가입률이 눈에 띄게 증가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50%나 급증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근 노조 가입률 증가에 재택근무 폐지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언론 보도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서승욱 지회장은 "최근 재택근무를 요구하며 노조 가입이 급증했다는 내용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근의 조합원 증가세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카카오지회는 카카오 공동체가 직면한 불안한 환경, 리더십 부재, 신뢰 부족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지회는 반복되는 인수합병이 불안한 환경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카카오커머스 사례를 꼽았다. 서승욱 지회장은 "카카오커머스만 봐도 분사되고 다시 합병하는 데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며 "합병 이후 커머스 조직은 해체와 편입, 재분리 과정을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카카오커머스 외에도 반복되는 인수합병으로 인해 경영진이 조직 구조나 사업 영역에 대해 장기적인 전망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인수합병이 다 문제라고 보진 않지만 이렇게 한 조직이 해체됐다가 부활하는 건 구성원들이 보기에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지회는 과도한 조직개편도 불안한 환경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밝혔다. 서승욱 지회장은 "과도한 조직개편으로 박스에 넣은 짐을 풀 시간도 없이 조직 발령에 따라 옮겨 다녀야 한다"며 "짧게는 매주 단위로 발령이 나 1년간 8번 넘게 발령을 받은 직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근무제도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다만,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재택근무 폐지가 근무제도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지회는 카카오가 지난 2021년 11월 이후 현재까지 1년여 동안 근무제도를 네 번이나 변경한 게 근무제도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2021년 11월엔 CXO 조직단위에서 온사이트(사무실) 근무와 리모트(원격) 근무 중 하나를 선택해 3개월마다 변경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2.0' 제도를 발표하고 이듬해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모든 조직단위에서 온사이트 근무를 하겠다고 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이 거세지자 카카오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메타버스 근무제는 장소에 제한 없이 일하는 방식으로, 동시에 코어타임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식 시행을 앞두고 경영진이 교체되자 무산되고 카카오판교아지트(원격을 기본으로 설계된 오피스)를 중심으로 한 파일럿 근무제가 발표됐다.
 
그러나 파일럿 근무제 역시 무산되고 가장 최근엔 '카카오ON 근무제'가 발표됐다. 최소 조직단위에서 최적화된 근무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중단한 '전면 출근'으로 볼 순 없다. 카카오지회는 "실제로 재택근무도 가능한 제도지만, 사실상 전면 출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을 받았다"며 "회사에 해명을 요구하면서 어느 정도 해명이 됐지만 여전히 카카오는 카카오ON 근무제를 전면 출근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근무제도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카카오지회는 카카오가 원칙 없는 근무제도 변경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승욱 지회장은 "지난 1년 동안 근무제도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에 대한 방향성이 수시로 바뀌었다"며 "시행을 얼마 안 남긴 상황에서 실질적인 논의 없이 자신들이 결정한 최종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소통의 부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참여뿐만 아니라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의 실질적인 논의 참여도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최근 잦은 경영진 교체로 리더십이 부재한 것도 문제로 꼽았다. CEO 선임 과정이나 역량 검증 절차도 명확하지 않고, CEO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카카오가 정책 일관성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게 카카오지회의 입장이다.
 
산적한 과제들…"공동체통합논의 필요해"
 
카카오지회는 문제 해결을 위한 노조 활동 방향으로 ▲근무제도 안정화 ▲대규모 조직개편 리스크 감소 ▲공동체 내 법인 간 통합 교섭 확대 ▲임원 책임 및 권한 명확화를 통한 리더십 재정립 ▲공동체 통합논의기구 설치 등을 제시했다.
 
근무제도와 관련해서는 구성원들의 직접적인 동의절차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조직단위 효율적 결정을 보장할 수 있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나아가 재택근무 등 더 나은 일하는 방식을 찾기 위한 연구과제도 진행한다. 연구과제는 3월 초 발표를 앞두고 있다.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전환배치가 노사 합의를 통해 가능하도록 제도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카카오에 내부 이동 조치가 부재하다며 관련 규정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동체 교섭을 미교섭법인까지 확대해 보편적인 공동체 복지 확대와 카카오 내 이중구조 격차 해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체통합논의기구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직면한 문제가 카카오지회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카카오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협의 테이블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컨트롤타워 기구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언급하며 CAC가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과 더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승욱 지회장은 "센터장, 대주주와 공식적인 대화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공동체통합논의기구를 통해 전환배치, 근무제도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 CAC, 센터장, 대주주 등에 공개적으로 대화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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