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법률

  • 등록 : 2020-08-18 16:19:54

    수정 : 2020-09-03 14:21:06

[피플] 정윤택 마트노조 이케아지회장, "워라밸 소망이 노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죠"

2020-08-18 16:19:54



정윤택 마트노조 이케아지회장, "워라밸 소망이 노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죠"
[2020년 9월호 vol.352]
  • PDF
  • 장바구니에 담기
  • 프린트
  • 작은글씨
  • 큰글씨


  •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구업체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지 6년, 노동조합이 들어섰다. 최근 마트 같은 리테일 분야 노동조합 조직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 이 가운데 특히 이케아에 이어 코스트코에도 노조가 들어서면서 외국계 기업에도 예외 없는 현상임이 입증됐다.

    지난 2월 출범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마트산업노동조합 이케아코리아지회는 짧은 시간 안에 조합원이 500명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는 평가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정윤택 지회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녹취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뒤늦게 해결돼 인터뷰 시점과 기사 작성에 한달여간 차이가 있음을 양해구합니다.


    노조 설립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사회도 보이지 않는 압력에 알아서 복종한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 막상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스스로 기존에 가졌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때문에 편견을 갖는 경우가 있다. 또 간혹 중간관리자들이 스스로 사측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광명점 같은 경우는 본사가 같이 붙어 있는 탓인지, 본사 관리직 직원들은 일반 직원임에도 스스로 노조를 할 수 없는 줄 아는 경우도 있다.

    조합원 숫자는 많이 늘었나.
     
    초반에는 폭발적으로 늘다 다소 소강상태였지만, 기흥이나 고양점에서 다시 늘고 있다. 광명점은 과반수를 넘긴 상황이다. 기흥 쪽은 삼성 등 많은 회사가 위치해 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가입 속도가 빠른 편이다. 반면 부산 이케아 같은 경우에는 부산 지역에서 이케아 임금이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지역에서 갖는 업계의 위상과 직원 평균 연령이 낮기 때문인지 가입률이 저조한 편이다. 지역별로 격차가 있음을 느꼈다. (상급단체 가입을 하게 된 이유는) 우리 말고도 조합을 만들려는 시도가 예전에도 있었다. 그분들은 기업 노조를 목표로 했는데, 준비과정에서 해야 할 절차가 너무 많아 진행이 잘 안됐다. 상급단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조합원 확대는 잘 진행되고 있나.
     
    중앙위원이나 지부분회분들이 근무 끝나고 시간이 나면 최대한 매장을 돌면서 직원들을 만나 얘기한다. 결국은 맨투맨이 답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만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서로 파트타임 근무다 보니 시간이 안 맞는다. 같은 팀 부서원도 만나기가 어려운 상황이니, 서로 만날 스케줄을 한번 잡으려면 두달, 세달까지 놓고 맞춰야 된다. 본의 아니게 고립돼 서로 (안부를) 체크하기가 쉽지 않다. 외부와 격리된 팀일수록 더 힘들다. 예를 들어 푸드팀은 보건증도 있어야 해 부서 접근이 어렵다.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인 게시판도 광명점에는 하나뿐이다.

    직원들의 거부감은 없나.
     
    설득을 많이 한다. 아시다시피 젊은 직원들은 성향이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롭다. 이런 점은 존중하고 있다. 언제든 열려 있으니 가입하라고 얘기한다. 앞으로 조합원들끼리 활동을 늘리려고 한다. 설명회를 계속 하고 접촉할 수 있는 자리를 늘리려고 한다. 조합원끼리 얘기할 수 있는 채널을 확대하는 수밖에.
     

    노사 간 어떤 쟁점이 있나.
     
    노사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코워커(이케아에서 일반 직원들을 일컫는 용어)를 많이 접할수록 각 부서의 불만사항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결국 일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임금이고, 근무스케줄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다. 특히 이케아에는 파트타임 정규직이라는 제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근무스케줄이 매우 복잡하게 나올 수 밖에 없어 스케줄 문제가 상존한다.
    처음에 이케아가 직원 채용을 홍보할 때도 경력단절여성들을 위한 제도가 잘 갖춰졌음을 강조했다. 이게 좋아서 온 근로자도 많다. 그렇게 워라밸을 희망하며 회사에 들어왔는데, 첫 한 두해를 제외하고는 회사에서 스케줄 조정을 막는 일이 발생한다.
    코워커가 특정 날짜에는 무조건 쉬겠다고 정하는 것을 '락을 건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락을 풀어달라고 요청한다. 그렇게 하나, 둘 풀어주다 보니 다른 직원들도 그렇게 풀어주는 분위기로 번지게 된다. 그러면 정작 투잡을 하던 분과 회사 사이에 마찰이 불거지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이 전혀 안됐고, 중간관리자들도 해결보다는 오히려 코워커를 설득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끝에 조합이 있어야 된다는 얘기를 들었고 마트노조와 민주노총에 연락하면서 노조 설립이 진행됐다.
     

    스케줄 문제가 이슈가 된 이유는.
     
    보통 회사는 오픈 근무 일주일 하고, 마감 근무 일주일 하는 식으로 스케줄이 나오지만 우리는 다르다. 예를 들어 이틀은 오전 근무하고 마감을 이틀한 후 하루 쉬는, 이런 스케줄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피로도가 매우 높다. 코스트코나 이마트에서 근무했던 분들에게 물어보면, 스케줄 때문에 이케아가 제일 힘들다고 한다. 일과 삶의 밸런스를 붕괴시킨다는 의미다. 삶을 일에 맞추도록 스케줄이 나온다. 특히 한국 노동기준이 유리하면 한국 기준을 따르고, 글로벌 기준이 유리하면 글로벌 기준에 따르는 변칙이 많다. 이런 부분을 많이 얘기하고 있다.
     

    해외 이케아에서는 문제가 안되나.
     
    이케아 시스템은 정말 좋다. 한국에서는 업무별로 전문가를 양성하는 구조라면, 여기는 최대한 누구나 일을 할 수 있게끔 만든다. 관리자가 나오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놔 누가 빠져도 일이 돌아가게끔 시스템화 해 놨다.
    유럽에서 다른 기업보다 이케아가 임금이 낮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일 부담을 줄이고 워라밸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짜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아시아로 넘어오면서 변질이 됐다. 특히 이케아 한국 관리자 일부는 경쟁을 통해 그 자리까지 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는 이케아의 가치와 상반된 것이다.

     
    회사와 대화 시도는 안했나.
     
    회사에 계속 리포트를 해도, 본사 지침에 따른다는 얘기만 나온다. 본사도 한국 관계법령에 맞췄다고 주장한다. 결국은 이케아가 어떤 다른 리테일 보다 가장 한국적으로 변한 셈이다. 탄력근로제도 법이 허용하는 끝선에서 스케줄을 짠다. 사실 이케아의 정신은 사람중심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케아 코리아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건, 오히려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관념이 약해져 있다는 점이다.

     
    관리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는 듯하다.
     
    40대 직원들이 많지 않고 30대 분들이 많다. 더군다나 외국계 회사다 보니 영어 비중이 높다. 젊고 영어를 잘하는 관리자들은 많지만, 그러다 보니 사회경험이나 경력이 상대적으로 일천한 관리자들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중간관리자가 취업규칙 해석을 잘못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물류나 세일즈 부서처럼 교류를 하고 얼굴을 마주하면 정보 격차가 좁혀질 텐데, 일부 팀은 그 안에서 고립돼 있다 보니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매우 크다. 즉 팀리더나 매니저가 잘못 판단하면 인권이 무시될 정도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중간관리자가 갑질이 갑질인지 모르는 거다.

    중간관리자가 자의적 해석을 해서 일을 시키는데도 말한마디 못하고 5년씩 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부서 내에 카르텔이 형성되고 분위기가 망가진다. 당연히 이직률도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세계 매장 중 이직률이 가장 높은 부서가 광명점이라고 들었다. 반대로 중간관리자가 좋은 부서는 잘 운영된다.
     

    한국에서 이케아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케아는 사람을 '돕는다'는 게 중심 가치다. '코워커'라는 명칭도 거기서 나왔다. 그런데 회사 가치에 대한 교육과 달리, 우리가 느끼는 건 전혀 그렇지 않다. 노사협의회를 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 정보를 얻다 보니, 한국 이케아가 OECD 국가 소속 이케아 중 근무조건이나 임금은 최하 수준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한국이케아 매출은 전세계 이케아 중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는 중국 일부 매장과 한국 이케아가 전세계 이케아를 먹여 살렸다고 한다. 그런데도 회사는 자꾸 임금수준을 국내 마트3사 같은 동종업계와 비교한다. 회사가 얘기하는 비교 대상 동종업계가 유럽이 아니고, 한국 동종업계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글로벌 이케아와 비교할 때 차이점이 궁금하다.
     
    한국 기업은 기본적으로 본사는 많이 받고 스토어(매장)는 적게 받는 체계다. 유럽은 서비스오피스, 즉 본사가 스토어보다 많이 받지 않고 비슷하다. 사무직이나 현장직이나 급여차가 나지 않는다. 글로벌 이케아와 임금 차이도 크다. 유럽 이케아는 1시간에 15불이지만 한국은 10불도 안 된다.

    우리나라는 스토어 영업시간도 1일 12시간이다. 가구 동종업계 중 영업시간이 제일 길다. 그런데 얼마 전 코로나가 터지고 1시간 단축 운영을 했지만, 매출은 전혀 줄지 않았다. 가구라는 상품의 특수성 때문에 그랬던 거다. 이걸 알아내는 과정에서 본사와 관리자, 운영방식에 대한 의심이 들고 불만도 쌓인 것으로 보인다.
     

    주요 요구사항과 제기하고 있는 이슈는.
     
    간단하게 말하면 임금과 스케줄이다. 임금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고, 스케줄은 이케아가 말하는 워라밸에 부합시키는 것이다. 이 두가지가 주요 요구사항이다. 물론 그 안에 미묘한 문제가 있다. 그 외에 구조조정에 대한 이슈도 중요하다.
     

    구조조정은 이슈는 뭔가.
     
    이케아에 새 회장이 들어서면서 글로벌 구조조정이 있었다. 내부에서 통폐합을 하거나 효율화하는 작업이다. (작년에) 본사와 스토어에서도 관리자그룹에서만 구조조정이 이뤄질 거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중국에서 직원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단은 정지 상태다. 구조조정은 코워커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고, 관리자는 대상이 아니다. 재작년에 비해 우리 부서는 근로자가 30% 이상 줄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 대놓고 나가라고는 안한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도 있고 다양하다. 투잡을 하던 분이 스케줄 상 목금토를 비워야 된다고 말했는데, 갑자기 안 된다, 허락 못해 준다고 하면 일을 하지 말라는 의미 아닌가. 조율을 하자고 해도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하면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다. 부랴부랴 노조를 만든 데는 그런 이유도 있다.

     
    노조가 생기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을 듯하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중간관리자들 분위기도 달라졌고, 일반 직원들도 예전에는 회사와 소통이 안됐지만 지금은 즉각 회사와 대화를 나누니까 많이 편하게 느낀다.
    이케아 글로벌 평균 근로시간은 35시간이다. 이케아의 핵심가치는 선진적인 민주주의 등의 경험을 통해 이뤄졌다. 반면 한국은 사회적 의식이 변화되는 시점이다. 한국의 예전 방식이 이케아의 새로운 방식을 만나면서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사 직원 사이에서 오히려 기존 고정관념이 우리보다 강하다. 회사의 생각보다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코워커들이 많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한국회사를 다니면서 일도 할 만큼 했고, 그게 맞는 삶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고, 그래서 이케아에 왔는데 이케아가 우리한테 이러면 안되지 않냐고 말하는 조합원들도 많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하시면 노동법률이 제공하는 더 많은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로그인

    곽용희

     기자

    목록보기 버튼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LIST

    제보 및 기사문의

    - 이동희 기자
    • 광고, 제보
    • (02)2231-2463, 이메일:dhlee@elabor.co.kr
    • 구독
    • (02)2231-2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