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징계할 때는 징계 전 내부감사 단계, 징계 절차 진행 단계, 징계 후 단계와 같이 단계별로 직원의 개인정보와 관련한 이슈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시에는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으나, 징계 시 직원으로부터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를 받을 것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직원을 징계할 때는 기업의 인사 재량권과 직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보다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이에 아래에서는 직원 징계 시 단계별로 발생하는 개인정보 관련 이슈에 대해 기업이 유의해야 하는 사항을 소개한다. 

징계 前 
법령에서 정한 경우가 아닌 한 직원 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범죄경력은 원칙적으로 조회 또는 수집이 불가하다.

직원의 비위행위가 형법 등에 따라 처벌되는 범죄행위인 경우가 왕왕 존재한다. 이 경우, 내부감사 목적으로 직원의 범죄경력을 조회 또는 수집할 수 있는가?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형실효법)은 수사자료표에 의한 범죄경력조회 및 수사경력조회와 그에 대한 회보를 제6조 제1항 각호에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조회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직원으로부터 범죄경력 수집에 대해 동의를 받아도 형실효법에서 정한 사유가 아닌 한 범죄경력을 조회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위 제6조 제1항 각호에 정한 사유 중 '공무원'에 대해서는 구체적 징계 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범죄경력을 조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으나, 일반 사기업에 대해서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 조회가 가능한 사유로 '그 밖에 다른 법률에서 범죄경력조회 및 수사경력조회와 그에 대한 회보를 하도록 규정돼 있는 경우'가 규정돼 있으므로, 일반 사기업에서 직원 징계 시에는 다른 법령에서 특별히 정함이 없는 한 직원의 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범죄경력을 조회하지 못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형실효법 제6조 제3항은 "누구든지 제1항에서 정하는 경우 외의 용도에 사용할 목적으로 범죄경력자료 또는 수사경력자료를 취득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에서는 "제1항에 따라 범죄경력자료 또는 수사경력자료를 회보받거나 취득한 자는 법령에 규정된 용도 외에는 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설사 직원 본인이 직접 범죄경력회보서를 발급받아 회사에 제출하는 경우더라도 이는 형실효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반 사기업이 직접 직원의 범죄경력을 조회하는 것은 물론, 직원 본인으로부터 범죄경력회보서를 제공받는 것 또한 다른 법령에서 특별히 정함이 없는 한 직원의 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징계 中
직원 동의 없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근거로 징계할 수 있으나 징계의 정당성이 문제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징계대상자인 직원의 동의가 필요했음에도 직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비위행위를 확인했고, 위 비위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위법수집증거를 기반으로 징계를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릴 수 있다. 혹자는 징계란 회사가 직원에게 가하는 인사상 불이익, 즉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규정한 "징벌"에 해당하므로, 형사법상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기도 한다. 징계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가 필요한바, 실체적 정당성 외에도 절차적 정당성의 측면에서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징계권 역시 기업운영 또는 근로계약의 본질상 당연히 사용자에게 인정되는 권한이어서 형사법상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을 사법관계인 징계절차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법원도 형사사건에서도 사인이 수집하는 증거는 설령 위법하게 수집됐더라도 원칙적으로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있으며(대법원 1997.9.30. 선고 97도1230 판결), CCTV 설치목적 범위를 벗어나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공무원을 징계한 사안에서 "형사재판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증거법칙은 공무원에 대한 징계절차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청주지방법원 2010.8.19. 선고 2010구합783판결). 

다만,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징계한 사건이 분쟁화돼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징계의 정당성이 다퉈질 경우, 이와 같은 사실관계는 징계의 정당성 판단 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징계양정을 판단할 경우, 비위행위 그 자체만이 아니라 해당 비위행위를 둘러싼 여러 가지 정황 및 회사의 귀책사유도 함께 고려하는데, 회사가 기존에는 문제삼지 않다가 해고를 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령을 위반해가면서까지 무리하게 내부조사를 실시해 비위행위를 발견한 정황이 현출되면, 회사도 그 귀책사유가 일응 존재한다고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징계를 하는 경우에는 관계 법령을 위반하지 않고 조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일 것이다. 만약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다른 증거조사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채택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예컨대, 혐의사실에 대해 주변 동료, 상급 직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진술을 확보하는 방법, 핫라인 등 사내 신문고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 협력업체 방문을 통한 객관적인 사실관계나 정황을 확보하는 방법 등 다른 증거조사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징계의 정당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회사가 개인정보보호법 등 여러 법령에 위반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해당 법령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회사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담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개인정보보호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징계 後
징계대상자를 식별할 수 없는 한도 내에서 징계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 

직원 징계 후 일벌백계용으로 다른 직원들에게 해당 직원의 징계 결과를 사내 게시판이나 인트라넷에 게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직원의 징계결과를 공개할 수 있을까? 공개할 수 있다면 어느 범위까지 할 수 있을까?

징계 결과를 공개하면서 공개된 정보로도 징계대상자를 식별할 수 있다면, 회사 및 이에 관여한 직원은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형사상 명예훼손죄를 부담할 수 있다. 결국 이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이익(회사가 징계 결과를 공개할 필요성)과 직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비교형량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일벌백계의 목적이라면 굳이 징계대상자를 특정시키면서까지 공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징계 결과 공개로 인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볼 여지가 높다. 즉,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반될 여지가 높다. 

비슷한 취지로 법원도 대학원의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대학원생의 제적조치를 공표한 사안에서 "징계사실 공표의 목적은 비위행위에 대한 예방효과가 주된 목적인데 그러한 예방효과는 해당인의 실명을 거론해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더라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제적이유 및 실명을 거론해 공고한 위 공표행위는 그 방법이 상당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보여진다"고 판시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01.5.28. 선고 2009가단44581판결).

아울러,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는 예외적 경우 외에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위 예외적 경우가 아닌 한 징계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징계 결과를 공개하는 경우에는 징계대상자인 직원이 식별되지 않을 정도로 징계사유로 삼은 비위행위를 간략하게 기재하고, 징계처분의 내용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