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사진=뉴시스)
 
유럽연합(EU) 의회가 플랫폼 노동자도 기업의 알고리즘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 노동권을 강화했다. 관련 법안이 없는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노동자권리연구소는 25일 'EU 플랫폼 노동 지침의 의의와 주요 내용 이슈페이퍼'를 발행했다.
 
EU 의회는 지난 24일 의회에서 '플랫폼 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지침'을 가결했다. EU 회원국들은 2년 안에 지침 내용을 입법해야 한다.
 
EU 의회는 이번 지침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 판단기준을 정했다. EU 의회는 플랫폼 기업이 노무제공자에 대해 통제ㆍ지시한 사실이 확인되면 고용관계를 추정하도록 했다. 다만 EU 의회는 2023년 EU 의사회안과 달리 세부적인 판단 지표는 규정하지 않았다. 세부적인 판단 지표는 회원국의 법률ㆍ관습법에 의한다. EU의 이번 고용관계 추정 도입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자영업자로 오인돼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윤애림 노동자권리연구소 소장은 "현재 EU 플랫폼 노동자의 수는 4300만 명으로 3년 만에 1500만 명이 증가했다"며 "이들 중 550만 명이 자영업자로 오분류 돼 최소한의 노동권도 누리지 못하는 위험에 처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지침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EU 의회가 플랫폼 알고리즘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명시했다는 점이다. EU 의회는 플랫폼 노동자가 기업 알고리즘의 주요 매개 변수, 결정 방식, 노동자의 계정 정지ㆍ제한 사유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규정했다.
 
기업은 플랫폼 알고리즘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대해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설명할 의무를 가진다. 특히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해 노동자 계정이 정지ㆍ제한된 경우 사유를 서면으로 제공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 대표는 기업의 알고리즘을 감독할 권한도 갖는다. 플랫폼 기업은 2년에 한 번 이상 알고리즘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 대표는 이 평가에 참석해 감독할 권한을 가진다.
 
감독 결과 알고리즘이 부당하게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플랫폼 노동자 대표가 기업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은 시정 요구 뒤 2주 이내에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정보 수집도 제한된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의 사적 대화, 휴식 시 사생활, 노동3권 행사, 개인 신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정보를 규율하는 법안이 없는 상황이다.
 
김지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사무국장은 노동법률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은 배달 배정, 수수료 체계를 결정해 사실상 취업규칙의 역할을 한다"며 "라이더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수수료가 깎이거나 배달에서 배제돼도 어쩔 방법이 없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소장은 "이번 EU 지침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알고리즘과 관련한 권리를 줘 노동자와 노동자대표의 단체교섭권이 강화됐다"며 "이를 통해 플랫폼 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이번 지침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