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법률

  • 등록 : 2017-07-31 16:36:05

    수정 : 2017-08-06 19:06:04

[인사규정] 업무상 횡령을 이유로 한 징계처분

2017-07-31 16:36:05



업무상 횡령을 이유로 한 징계처분
[2017년 8월호 vol.315]
  • PDF
  • 장바구니에 담기
  • 프린트
  • 작은글씨
  • 큰글씨
  • 최근 승객으로부터 받은 버스요금 중 2,400원을 회사에 미입금한 버스운전기사가 해고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버스요금 2,400원을 미입금한 것은 업무상 횡령으로 해고처분은 정당하다'라는 판단(광주고법 2015나102250판결)을 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 3년 전 동일한 재판부에서는 "버스요금 3,000원을 미입금한 것을 업무상 횡령으로 징계해고한 것은 지나치게 근로자에게 과한 징계처분으로 부당하다"는 판단을 해, 비슷한 두 사례에 법원이 오락가락 판단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과연 2~3,000원 정도 소액으로도 업무상 횡령에 해당할까?"이고, 두 번째는 "이 정도 소액 횡령으로 징계 해고까지 가능한가?"이다. 그간 업무상 횡령에 관한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이와 같은 궁금중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봤다. 
     

    1. 소액으로도 '업무상 횡령죄' 성립 가능할까?

    2,400원이나 3,000원이나 요즘 시대에는 아주 적은 돈이다. 물론 소액이라고 하더라도 회사돈이니 이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분명 잘못된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소액횡령이 형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일까?
    횡령이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것을 말하고, 형법 제355조는 이러한 횡령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업무상 임무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횡령죄를 저지르면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고, 형법 제355조는 이러한 업무상 횡령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해 일반적인 횡령죄보다 2배 무거운 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형법상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업무상 임무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②타인의 재물을, ③고의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④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경우여야 한다. 업무상 횡령죄의 구성 요건상 '금액의 정도'는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금액이 아주 소액인 경우에도 형법상 업무상 횡령죄 성립은 가능할 것이다. 다만, 소액을 횡령한 경우라면 검사의 기소 여부나, 양형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소액 횡령한 것을 이유로 '징계처분' 가능할까?

    소액 횡령이 업무상 횡령죄 구성이 가능한 것과 같이 회사의 취업규칙에 따라 징계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결론을 말하면 그렇다. 형법상 업무상 횡령죄 성립과 같이 금액의 적다고 해 징계사유로 불인정 되는 것이 아니다.
    버스운전기사가 잔돈통에서 500원을 꺼내 커피와 장갑을 샀던 사례에서 500원 횡령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를 해고사유로 판단 (서울고법 99누15909판결)한 바 있다. 또, 2,900원을 횡령한 사례 (서울행법2011구합25876판결), 6,500원 횡령한 사례(서울행법2009구합45808판결), 7,200원 횡령한 사례(중노위98부해290), 1만3,950원 횡령한 사례(서울행법2006구합34500판결) 모두 소액임에도 법원 등은 업무상 횡령으로 보아 중징계 처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위 사례들에서 법원은 "횡령 액수가 적다고 하나, 횡령은 범죄행위로서 그 액수가 적다고 하고 그 사실만으로 비행의 정도가 낮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하며 횡령액수가 소액이더라도 처벌이 가능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 업무상 횡령죄가 되기 위해서는 소액이지만 이를 횡령하려는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까지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취업규칙에 따른 징계사유가 되는지 여부는 이러한 고의, 불법영득의사 여부 외에도 근로자의 착오에 의해 횡령을 하는 경우까지 포함될 수 있다. 앞서 최근 이슈가 됐던 버스요금 2,400원을 미입금한 버스기사의 경우에도 버스요금 중 일부를 입금하는 것을 근로자 착오로 잊은 경우였고, 법원은 이렇게 근로자 착오에 의해 소액을 횡령하게 된 경우라도 징계처분 대상이 된다고 한 바 있다. 회사 공금을 사용하고 남은 잔돈을 회사에 입금하는 것을 잊는 경우처럼 우리 일상에서 흔히 착오로 발생하는 횡령도 징계처분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3. 소액 횡령으로 해고처분 정당한가?

    소액이나 업무상 횡령죄나 취업규칙 위반에 따른 징계해고 처분이 가능함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그러나 버스요금 3,000원을 횡령해 해고한 사안에서 법원이 이를 부당해고로 판단한 것과 같이, 어느 경우는 정당한 해고지만 어느 경우는 부당한 해고가 된다. 
    업무상 횡령으로 인한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때에도 법원은 "해고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여부는 ①당해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②사업장의 여건, ③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④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⑤이로 인해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⑥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한다. 
    법원이 버스운전기사들의 경우 500원, 2,400원, 2,900원 등 소액으로도 해고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회사는 승객들이 내는 요금 이외에 별다른 수입원이 없으므로 운송수입금의 관리를 전적으로 맡고 있는 버스운전기사가 운송수입금을 전액 피고에게 납부하리라는 기대는 피고의 운전기사에 대한 신뢰의 기본을 이루고 있고, 원고가 운송수입금 중 일부를 횡령한 것은 그 액수의 다과를 불문하고, 피고에 대한 위와 같은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리는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봤다. 즉, 버스회사의 수입원은 버스운송요금 밖에 없는 것이고, 이를 관리권을 전적으로 버스기사에게 맡긴 회사와 기사 간에 소액이나 횡령이라는 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신뢰관계를 훼손해 근로관계 유지할 수 없는 관계라고 보며, 버스회사의 업종상 특성이나, 버스운전기사의 업무상의 특성 등이 많이 고려됐다. 
    또 일반 기업의 회계담당자가 거래처로부터 수금해 이를 사업주에게 전달해야 하나 소액 횡령한 경우 법원(서울행법 99구19564)은 "근로자의 직무가 저작권이 있는 음악을 사용하는 업소들로부터 저작권료를 수금해 이를 원고에게 송금하는 금전 취급에 관한 것이고, 이러한 업무의 태양, 성질, 다루는 금전의 수액 등을 고려해 볼 때 비교적 소액을 횡령했다고 해도 그 횡령행위는 원고에게 부여된 직무의 본질을 해친 것으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신뢰관계를 해쳐 더 이상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만한 사정이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회계담당업무를 하는 근로자의 경우 사용자로부터 회사 재산에 대한 관리 책임권한을 특별히 부여 받은 것이므로 다른 근로자들보다 업무상 횡령에 대해 더 중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업무상 횡령에 대해 금액이 소액인지 여부는 사업주가 징계 처분 시 고려해야할 사정이 아니다. 또 근로자가 횡령한 금액 즉, 회사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한 경우에도 이러한 사정을 징계양정에 고려해야 한다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소액인 경우에도 가장 중한 징계 처분인 해고처분까지 가능하나, 예외적으로 회사나 근로자에게 감경이나, 면책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극히 일부 회사의 해고 처분에 있어 양정이 과하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횡령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경우(서울고법 2003누19007판결), 회사가 이전에 횡령한 근로자들에게 횡령금액을 돌려받고 징계처분을 하지 않은 경우(2013누26592 판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 업무상 횡령에 의한 징계해고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업무상 횡령은 생각보다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징계사유임에도 근로자도 사용자도 중대한 비위행위로 여기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고액인 경우에만 해고처분이 가능하고, 소액인 경우 징계처분까지는 과하지 않는가란 일반적인 의식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액인지, 소액인지에 대한 것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그리고,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속담도 있다. 회사의 돈이나 재산에 대해서 만큼은 정확한 업무처리가 요구된다 하겠다. 

    •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하시면 노동법률이 제공하는 더 많은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로그인

    장진나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노무법인 현율 대표 공인노무사

    목록보기 버튼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리포트 LIST

      • 1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에 따른 대응 방안

      • 2

        ‘예외사유’가 아니어도 2년 초과해 계약직으로 계속고용할 수 있는 방법

      • 3

        하청 노조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한화오션 판결에 대한 비판적 분석

      • 4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 의제들

      • 5

        노란봉투법, 사용자는 누구인가

      • 6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노동쟁의 범위 확대와 쟁의행위 정당성

      • 7

        위법한 쟁의행위도 부득이한 것이면 손해배상책임 없다?…노란봉투법의 진실은

      • 8

        하청 노조가 안전보건 의제로 교섭을 요구해 온다면?

      • 9

        해고 철회 및 복직 통보 이후 금전배상명령 구제이익 존부에 대한 최근 판례상의 쟁점

      • 10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판례 동향과 시사점

    제보 및 기사문의

    - 이동희 기자
    • 광고, 제보
    • (02)2231-2463, 이메일:dhlee@elabor.co.kr
    • 구독
    • (02)2231-7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