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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8-08-21 15:31:19

    수정 : 2018-09-13 14:01:14

[컨퍼런스] <한국노총 좌담회> 노동운동이 '청년'을 포용하지 못한 이유

2018-08-21 15:31:19



<한국노총 좌담회> 노동운동이 '청년'을 포용하지 못한 이유
[2018년 9월호 vol.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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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 청년들에게 노동조합은 낯선 조직이다. 거칠게 정리하면 '투쟁일변도의 폐쇄적 집단'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청년들의 삶은 임금노동의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노조는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양대노총을 포함한 다수의 노조는 청년 노동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청년들을 조직화하거나 대변하기 위한 시도 자체가 거의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조가, 또는 노동이 청년을 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노동법률>이 한국노총 청년조직위원회와 함께 청년들과의 좌담회를 열고 의견을 들어봤다. 좌담회는 지난 8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진행됐다.

    이신송 한국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단 차장(청년조직위 총괄)은 "이번 좌담회는 한국노총과 청년층의 적극적인 소통과 연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앞으로 청년과의 다양한 연대사업을 적극 추진해 노총과 청년의 간극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좌담회에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박규리 고대신문 사회부장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이정호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인천지부 운영위원장 등 6명이 참석했다. 사회는 <노동법률>이 맡았다.


    ▲지난 8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노동법률>과 한국노총 청년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노총ㆍ청년 좌담회'가 열렸다.

    노동법률 일자리 구조가 다변화되고, 노동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노조는 여전히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노조가 미조직계층 중에서도 특히 '청년'을 포용하지 못한 이유는 뭔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아래 김주영) 1997년 외환위기가 오고 10년이 지난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다시 오지 않았나. 일상적으로 오는 위기 속에서 구조조정을 당하고 그중에서 목숨을 끊은 사람도 나오면서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2006년에 베트남을 갔다. 베트남도 청년들이 노동운동, 노동조합에 관심을 갖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더라. 중국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혼밥족, 혼술족처럼 개인 중심의 문화가 보편화된 것 같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아래 백경훈) 우리나라가 20년, 30년 전처럼 한창 경기부흥기를 맞아 성장 동력을 유지할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파이가 커지지 않는 이상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을 텐데, 그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노조를 보면 기존의 것을 지키겠다, 정규직을 보호하겠다, 일자리에 필요한 옵션을 만들어가겠다고 한다. 시대 변화에 맞게 한국노총이 이야기하는 것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아래 김병철) 청년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능력과 의지만으로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 노조와 같이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있다. 하지만 기존의 기업별 노조의 노동운동 방식이 청년들의 삶과 일터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전통적인 노동조합의 조직 방식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에게 좀 더 유효하다. 청년층이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고용형태가 불안한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기존의 노조가 내 편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터에서 체감하는 것이다.


    ▲지난 8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노동법률>과 한국노총 청년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노총ㆍ청년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사진 오른쪽)과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사진 왼쪽).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아래 이동수) 그동안 노조와 청년층 사이의 괴리가 생긴 데에는 구조적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민주당의 주축은 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분들이다. 이분들은 80년대 후반, 90년대 중반쯤 정치에 진출해 별다른 변화 없이 3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이들이 현재 당 대표 선거에 다시 나온 격이 됐다.

    노조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운동은 80년대 후반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활성화됐다. 그때 당시 활동했던 분들이 같은 인물과 같은 이슈를 끌어오면서 청년이 처한 어려움을 잘 못 본 면이 있지 않나. 일자리 구조는 다변화됐는데 아직도 대기업 정규직 50대 남성 중심의 노동운동이 계속돼 온 것 아닌가. 노조 차원에서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지난 8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노동법률>과 한국노총 청년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노총ㆍ청년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이정호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인천지부 운영위원장.
     
    이정호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인천지부 운영위원장(아래 이정호) 노조가 시대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80년대, 90년대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당시 청년들은 다함께 모여 힘을 합치고 투쟁했을 때, 나에게 도움이 되고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발전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당장 나서야 할 대의적인 가치가 내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지, 와닿지 않은 상황이다.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 청년들에게는 '물음표'인 것이다.

    노조에 가입하는 것도 어떤 도움이 될지 확실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참여율이 낮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청년들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다가가는 게 약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박규리 고대신문 사회부장(아래 박규리) 노조의 이미지를 키워드로 뽑아보면 (노조는) '강성노조', '귀족노조'로 다가온다. 청년들에게는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이미지 타겟팅'을 많이 하는데 기존 노조는 올드한 측면이 있다. 노조가 고령화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청년들에게 새롭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노조가 의제로 가지고 나오는 게 임금피크제 반대와 정년 연장 같은 것들이다. 노조는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활동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제들을 챙기다보면 청년들에게는 나쁜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 '취업도 어려운데 취업 가로 막는 이야기를 하는 구나', '귀족노조구나' 하는 심리적 거리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기회가 잦은 편도 아니라 골이 더 깊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사회 변했지만 '대기업ㆍ정규직' 중심 노동운동 여전
     
    노동법률 그렇다면 반대로 청년들이 노조를 멀리 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백경훈 일단 인식이 굉장히 부정적이다. 10~20대를 거치면서 뉴스에서 (노조를) 접한 모습이 있다. 물론 그동안 노조가 노동자들의 삶과 일자리의 질을 높인 점에 대해서는 공로가 있다. 하지만 2018년에는 20년 전 노동운동했을 때처럼 무언가를 꼭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조의 시대적 사명이라고 하는 게 2018년도에는 없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노조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도 원인이겠지만, 청년들이 굳이 노조에 힘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인 것 같다.
     
    노동법률 기존 노조의 이슈 파이팅 방식이나 퍼포먼스가 청년들에게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노조를 떠올렸을 때 어떤 모습이 생각나나.


    ▲지난 8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노동법률>과 한국노총 청년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노총ㆍ청년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박규리 고대신문 사회부장.
     
    박규리 다가가는 방식을 친근하게 바꾸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다. 문제는 친근하게 방식을 바꾼다 해도 갑자기 친근감을 느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실 청년들이 스스로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가갈 동기가 있다면 무거운 이미지여도 노조를 찾아간다. SNS를 통해 무슨 행사를 해야만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청년노조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필요에 의한 접근방식의 변화는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여지도 있다고 본다. 밖에서 말하는 의제는 바뀌지 않으면서 방식만 바뀔 때 느껴지는 거부감이 있을 것이다. 모든 노동자를 아우를 수 있는 환경의 변화나 의제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동수 노조는 약자라고 볼 수 있는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는 집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언론에서 조장한 면도 있겠지만 양대노총이 청소노동자, 환경미화원 이런 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 대기업 사업장에 있는 분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조직이라는 느낌이 든다. 약자를 보호해야 할 노조가 정작 다른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모습을 보고 청년들이 등을 돌리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노동법률 기존 노조가 청년층을 포용하지 못해 나온 게 청년유니온이지 않나.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김병철 메이데이 때 집회를 하지 않나.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은 메이데이 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날 다 일을 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노동자가 쉬는 날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이런 사소한 장면의 차이가 당사자들이 느끼는 괴리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노동운동이 노동절에 광화문광장으로만 나갈 게 아니라 노조로 포섭되지 못한 수많은 노동자들을 더 많이 찾아가는 주체적 움직임이 필요한 것 아닌가. 여기서 사회적 연대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8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노동법률>과 한국노총 청년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노총ㆍ청년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노동법률 노조가 청년을 끌어안으려면 노동현안에 대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한국노총에서 고민 중인 대안이 있나.
     
    김주영 노동운동이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을 어떻게 끌어올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청년위원회 설치나 (노조 내) 청년할당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는데, 총연맹 차원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보일 수 없는 정도다. 우리가 회의체가 몇 가지 있는데, 중앙위원회의 경우 위원을 조직별ㆍ인원별로 선출하게 된다. 집행위원은 아예 정해져 있다. 기껏 한다면 대의원대회나 선거인단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선거인단 자체가 3,5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 단위노조 위원장만 들어가도 이미 구성이 다 된다.

    그럼에도 위원장인 제가 청년들과 스킨십하고 대화해 보고자 하는 이유는 청년들의 생각을 담아내고 함께할 수 있는 공통사업을 찾아낼 수 없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당장 이렇게 만난다고 해서 여러분이 한국노총에 들어올 것도 아니고, 특히 청년유니온. (웃음) 어쨌든 만나면 조금씩 얼굴을 익히게 되고 그러면 서먹서먹하지 않게 적극적으로 소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회에 첫 걸음 뗀 사람들과 노조 미래 고민해야
     
    노동법률 노조와 청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방안을 듣고 싶다. 특히 한국노총 같은 기존 노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이야기해 달라.
     
    이동수 한국노총 차원에서도 작은 이슈를 다뤄주면 좋겠다. 노동계에서 논의되는 이슈를 보면 최저임금 문제나 근로시간 단축 같은 굵직한 현안들이 많다. 청년들은 굉장히 작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도미노피자의 30분 배달제 때문에 배달원이 사망했던 사건처럼 사소해보일 수 있는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청년들 목소리를 들어주면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접하는 사건에 대해 한국노총에서 목소리를 내주면 청년들 입장에서도 "한국노총이 힘들 때 손 내밀 수 있는 집단이구나" 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노동법률>과 한국노총 청년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노총ㆍ청년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사진 가운데).
     
    백경훈 정답은 없지만 주변 또래 이야기를 들어보고 위원장님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교집합을 찾아봤다. 노조에 가입돼 있는 노동자 중에서도 이제 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들에 대한 관심과 그들과의 소통 속에서 답을 자꾸 찾아봐야 세대교체에 대한 답도 나오는 것이다. 청년들이 겪는 집 문제, 육아 문제처럼 구조적으로 풀지 못하는 문제들을 이제 일을 막 시작한 노동자들과 함께 답을 찾아본다면 우리가 테이블에 올려놨던 이야기들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정호 기존의 노동단체나 역사가 있는 단체들이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예전부터 갖고 있는 사고와 방식 대신 청년들의 니즈를 보고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논의해야 한다. 노조에서 하는 활동들이 우리 삶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심어져야 노동운동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현재 이슈나 논란에 (노조가) 매력적으로 접근하는 방식, 관심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박규리 노조가 청년층을 포용하지 못하는 데에는 강성노조ㆍ귀족노조 이미지, 방식의 올드함을 이야기했다. 이런 이유도 있지만 청년을 포용하지 못하는 원인이 반드시 노조에만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청년이라고 크게 묶어서 접근할 게 아니라 조금씩 단계별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청년들에게 접근해서 갑자기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청년 중에서도 (노조에) 관심을 갖고 있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분들을 공략한 다음, 그들이 다른 청년들에게 (노조를) 알리도록 하는 것이 수월할 수 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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