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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9-06-19 19:33:55

    수정 : 2019-06-28 16:00:28

[피플]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우분투로 화이트 칼라 대변하는 위상 되찾을 것"

2019-06-19 19:33:55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우분투로 화이트 칼라 대변하는 위상 되찾을 것"
[2019년 7월호 vol.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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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6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무금융 우분투(UBUNTU) 재단' 출범식을 열었다. 우분투 재단은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 연대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자는 취지로 사무금융노조가 준비해 온 상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한편 사무금융노조는 사무금융연맹의 산별 전환 추진 과정에서 단체 간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 지난 5월 사무금융연맹 보궐선거에서 신임 위원장으로 당선되며 노조와 연맹 위원장을 겸하게 돼 내부 갈등을 극복할 계기를 마련했다.

    <노동법률>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실에서 김현정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정규직 연대임금 투쟁에 상당히 신경을 써왔다.
     
    사무금융노조는 87년 6월 항쟁에서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을 계승했고, 역사적인 변곡점마다 풍향계 역할을 하며 넥타이 부대로 불린 전통 있는 조직이다.
    사무금융노조가 앞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 봤을 때,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하는 게 맞다는 결론이 나왔다. IMF 때 비정규직이 생겨나면서 30년간 고착돼 온 불평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간 정부와 자본에게 비정규직 철폐, 소득격차 해소를 요구만 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도 계속 구호로만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외칠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산별이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부와 자본에게 더 강하게 문제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을 했고, 결국 후자가 맞다고 봤다. 노사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正道)의 문제다.
     


    사진: 사무금융노조


    '우분투(UBUNTU)'를 모토로 재단을 공식 출범했다.
     
    '우분투'란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 코사족 언어다. 상생연대,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단어다. 비정규직 연대 프로그램을 우분투 프로젝트로 명명했다. 지금은 우분투 하면 사무금융노조를 연상시키는 고유명사로 통한다.

    작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을 올려,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금까지 매주 한 번씩 특위를 하는데, 그간 90여개 지부를 다니면서 이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공감시키고, 3월에 국회 토론회를 열어 이론적 근거나 사례를 공유했다. 토론회가 성대하게 잘 끝나면서 힘을 받아 6월 12일에 공식 출범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연대기금의 구체적 내용은.
     
    4월 선포식에서 노사가 연대 기금을 두고 합의를 하면 정부도 간접적으로 화답하겠다는 메시지를 받은 바 있다. 이를 두고 간담회로 이어가는 과정에 지난 해 6월에 최초 중앙산별교섭을 했다. 그 전까지는 산별 전환 이후 한 번도 중앙교섭이 이뤄진 바 없었다. 임금 단협 요구안을 가지고 나가도 사측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중앙교섭을 이루면서 연대기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략이 필요했다. 하나는 노조를 설득하는 것이다.

    산별노조 법제화로 가는 투쟁의 과정에서, 사회연대기금은 상당히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이 기금을 같이 만들자고 하면 회사도 테이블에 나올 것이고, 결국 산별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사측에게는 노사가 아름다운 합의를 하면 정부가 직-간접적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가 공동으로 정책 제안을 하면 정부도 화답할 것이라 설득했다. 금융은 아무래도 규제산업이다 보니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나.

    그리고 요구안에는 사회 연대기금 조성, 딱 하나만 담았다. 임금인상률의 0.4%씩 모아서 3년 안에 600억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현재 10개가 넘는 지부가 합의를 했고 80억 정도 모였다. 지난해 11월에 금융위원회에 재단설립 신청을 해 1월 11일에 승인이 났다.
    산별이 주도해 심포지엄, 대의원대회를 거쳐 재단을 설립한 것은 우리가 유일하다는 자부심이 있다.

     



    금속노조 하후상박 사례를 보면, 노조를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했을 듯하다.
     
    노조 설득이 더 힘들었다. 사측에게는 큰 금액이 아니고 홍보도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설득이 가능했다.
    노조는 조합원을 전부 설득해야 한다. 지부장이나 간부는 몰라도, 현장 조합원들은 일단 관심이 크지 않고 깊이 설명하고 납득시킬 시간적 여유도 어렵다. 게다가 지부장이 선출직이라 내부 경쟁이 심한 노조에서는 함부로 조합원이 반대하는 내용을 추진했다가는 불리해질 수도 있지 않은가. 선거가 있을 때는 더 어렵다.

     
    사무금융노조와 사무금융연맹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산별노조 건설 과정에서 일어났다. 연맹 대의원대회에서 대산별 노조 건설을 결의하면서, 연맹을 2년 안에 해산하기로 했다. 기존 소산별 노조들(증권-손보-생보)은 대산별로 전환했는데 나머지는 연맹에 남았다. 산별에서는 미전환 조직에 "왜 전환안하지 않냐"고 지적했고, 미전환 조직들은 "준비가 안됐는데 어떻게 가냐"고 맞서며 관점의 차이가 드러났다. 그 와중에 농협 노조 일부가 산별 노조로 가입했고, 그걸 산별 노조가 받으면서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두 단체의 위원장이 됐다.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수 있을까.
     
    그간 현장에서 투쟁하는 조직과 조합원들이 피해를 많이 입었다. 그렇다고 갈등을 억지로 봉합할 수는 없다. 연맹을 정상화 시키는 과정 속에서 현장 투쟁을 복원하고 연대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습이 될 것이지, 인위적으로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라클 노동조합이 5월 15일에 파업 1주년 기념 집회를 했고, 당시 연맹도 함께 집회를 했다. 노조 소속인 KB손해보험노조도 집회를 열었는데, 여기 노조와 연맹이 함께 했다.
    연맹 조합원은 조합비 납부 기준으로 1만 5,000명 정도고, 실제 숫자는 2만 5,000명 정도다. 연맹이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정상화되면 다시 복구될 것이고, 연맹과 노조가 합치면 규모도 훨씬 커지고 존재감도 생긴다. 이런 힘으로 자본과 투쟁할 때 더 큰 지원이 가능하지 않겠나.
     

    산별전환을 바로 추진할 예정인가.
     
    산별전환은 큰틀에서 가야하는 건 맞지만 급진적으로는 하지 않고,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한 다음에 가려한다. 현재 산별노조 위원장을 겸직하게 됐으니, 연맹과 산별 간 간극을 좁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게 선행되고 서로 마음을 열어야 산별노조가 가능한 거지, 당장 강행하면 화학적 결합이 힘들어질 수 있다. 연맹 대표자 회의에 참석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연맹규약만 따진다면 대의원대회를 열어 연맹을 해산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아니다. 화학적 결합을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산별 전환 과정에서 많은 조직들이 시행착오를 거쳤다. 금속도 그렇고 화섬도 그렇지 않았나. 나중에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그런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

     
    카드산업이 규제산업이 되며 노사가 고민을 함께 하는 상황이다. 수수료 인하 정책이 문제가 됐다.
     
    관련해서는 우리와 한국노총 금융노조가 금융 공투본을 만들어 대응해왔다. 지금도 마무리는 안됐다. 중소-영세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500억 이상 매출이 나는 소위 대형가맹점 수수료는 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백화점 3개월 무이자에서 나오는 비용부담은 카드사가 진다. 그런데도 대형 가맹점 수수료는 중소-영세 가맹점 보다 낮다.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올리면 중소영세 가맹점은 얼마든지 더 내릴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선거가 있을 때마다 툭하면 수수료 인하로 생색을 내지 않았나. 최저임금 인상이나 자영업자 지원책 마련은 당연히 지지한다. 다만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1% 내린다 한들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임대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해소가 본질 아닌가.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현재 상황은.
     
    정부 정책 발표 이후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연간 1조 4,000억이다. 작년에 카드사 순이익이 1조 2000억이었다. 2,000억 적자가 눈에 보이는 상황이다. 일단 자영업자 문제는 가맹점 수수료로 일단락 짓고, 금융위에서 카드사 경쟁력 강화 TF를 만들어 4월 말에 발표했다. 그런데 공투본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여기 참여해 이런저런 제안을 했다. 500억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 부가서비스 축소, 레버리지 비율 확대 등을 요청한 것이다. 2000억 적자를 메꾸기 위함이다.

    그런데 발표 내용을 살펴보니 많이 미진했다. 그래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총파업을 경고한 바 있다. 일단은 정부에서 구두로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혀 6월말까지 순연시켰다. 시간적 여유를 준 상황이며 개선을 긍정적으로 본다.

     
    전반적으로 노동 운동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사무금융노조는 어떤가.
     
    민주노총 차원에서는 100만명을 돌파한 것이 거의 확실한 것 같다. 민주노총 중앙위원 배정기준은 3,000명당 1명이다. 조합비 납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데, 지난번 중앙위를 살펴 보니 위원이 300명이 넘더라. 미선출까지 합치면 확실히 100만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사무금융노조는 내가 2014년에 임기를 시작할 때 33개 지부, 1만9,0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90개 지부, 4만 조합원이다. 5년 사이에 엄청나게 성장한 셈이다.

     
    사무직 분야에서 근로시간 단속이 큰 화두다.
     
    사무금융 분야는 만연한 시간 외 근무를 보상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재선 이후 PC-Off를 제일 먼저 제안했다. 비씨카드 위원장 때 처음 접해봤다. 6시에 컴퓨터가 커지고, 다시 켜면 시간외 근로로 계산된다. 회사도 처음에는 거부감이 심했지만 3~4년 하니까 좋아하더라. 정확한 업무량이 데이터로 나오다 보니 어느 부서에 인원과 근무량이 부족한지 파악할 수 있다. 이제는 사무금융노조 소속 사업장 대부분에 도입돼 있다.

    유연근로제 문제도 지부에서 상당히 시끄럽다. 공공기관이나 한국은행, 금감원, 예보 같은 기관에서 탄력근로제를 일방적으로 시행하려고 하는 것도 주시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와 연관 있는 IT 업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특성은.
     
    확실히 장시간 저임금 구조다. 다른 회사로 나가서 시스템을 개발해 주는 일이다 보니 용역회사와 비슷하다. 게다가 일을 완성시키고 수수료를 받아 급여를 주는 체계다 보니, 오래 일하면서 저임금으로 가야 수익이 나는 게 기본 구조다.

    전세계 소프트웨어 1위 업체인 다국적 기업이고, 한국 시장에서도 부동의 1위인 오라클 조차도 급여가 10년 동결이다. 입사 17년차인데 세전 급여가 280에 그칠 정도로 장시간 저임금이다. 또 시스템을 한번 돌려놓으면 몇 시간 동안 지켜보는 시간이 있다. 이런 시간을 업무시간으로 볼지를 두고 회사와도 갈등이 있다. (최근 IT 업계 조직화에서 화섬노조가 두각을 나타내는데) 연맹위원장이 되기 전에는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라 총연맹에 조정을 요청할 만한 위치는 아니었다. 우리 안에도 IT 노조가 많이 생겼다. IT쪽에서는 네이버 조직화가 워낙 잘 알려졌지만, 전통적인 IT업체인 오라클, MS, HP, SAP도 사무금융연맹 소속이다. 노조에도 동양네트웍스, 대상정보기술 등 그 숫자가 적지 않다.
     






    금융 분야에서 성과연동 임금체계를 도입했고 나중에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으로 변질된 바 있다. 지금은 어떤가.
     
    4~5년 전 증권사들이 경기가 안좋아서 정말 힘들었다. 당시 점포 통폐합, 희망퇴직도 많이 했다. 그때 증권사들이 공통적으로 만든 게 전략적 성과관리, 저성과자 프로그램이었다. 노골적으로 그런 일은 많이 줄었다. 다만 그런 제도의 근간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런 제도가 지금도 존재한다. 지금도 급여 75%까지 삭감하는 경우도 있다. 평가로 1년에 25%씩 두 번 삭감을 해서 기존 8천만원대 연봉이 2천만원대로 줄어드는 경우도 봤다. 제도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진행되는 정부나 국회의 정책 상황에 대한 평가는.
     
    촛불정권 들어오면서 종전 정권에 비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많이 잡힌 것은 사실이다. 헌법상 무기대등 원칙은 그전 정권보다는 잘 잡혔다. 이 전 정권에서는 부당노동행위가 당연하게 자행됐고 이를 정부가 방조했으며 노동은 개혁의 대상이었다.

    지금 정권에서는 균형감 면에서는 많이 나아졌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게 아니라 노사정이 함께 논의해서 갔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미숙했다.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정부가 너무 성과를 자기 주도로 보여주려는 욕심이 컸다. 대상자들을 빼놓고 일방적으로 하면 안 된다.

     
    집중 과제는.
     
    87년 호헌철폐를 외치며 합법화 투쟁을 통해 88년에 최초로 한국노총 소속이 아닌 노련으로 자리 잡았다. 그 다음에 다른 노련과 합쳐 전대협이 되고, 후에 전노협이 되고 업종 회의소속으로 들어가 민주노총의 모태가 됐다. 전통성 있는 조직이다.
    게다가 조합원 8만명 규모라 산별 중 규모도 작지 않고, 무엇보다 화이트 칼라를 대변하는 위상이 있다. 그런데 지난 3년 동안 노조와 연맹이 떨어져 있으면서 이런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못 한 건 사실이다. 이걸 복원시키는 게 급선무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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