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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9-11-13 18:38:25

    수정 : 2019-12-02 15:48:04

[분석] 부산고법서 “통상임금 재직자 요건은 무효” 판결 또 나와

2019-11-13 18:38:25



부산고법서 “통상임금 재직자 요건은 무효” 판결 또 나와
[2019년 12월호 vol.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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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임금 소송 중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전경

     
    임금에 붙인 '재직자 요건'이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부산에서 또 나왔다. 지난 5월에 이어 4개월만의 후속판결이다.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주호)는 지난 9월 18일, 박모씨 등 근로자들과 일부 근로자의 유족들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대상으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부분을 일부 취소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2018나55282).
     
    근로자들은 "회사가 지급하는 중식보조비, 경영평가성과급, 내부평가성과급 및 직급보조비는 모두 소정근로 대가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인정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이를 포함해 계산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도 다시 계산해 추가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1심 법원은 중식보조비, 직급보조비만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경영평가성과급, 내부 평가 성과급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근로자들의 청구를 일부만 인용한 바 있다.

     
    ■내부평가 성과급 중 최저 등급 나와도 보장되는 최소 부분은 '통상임금'

     
    중요 쟁점이 된 부분은 경영평가성과급이 통상임금인지 여부와 내부평가성과급에 부가된 재직자 요건이 유효한가 여부였다. 재직자 요건은 통상임금으로 인정 받기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인 '고정성'을 부정하는 지표다.
     
    재판부는 먼저 경영평가성과급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공공기관 전년도 경영실적을 평가한 후 등급을 부여하는데, 각 등급에 따라 '경영평가성과급'이 지급된다. 가장 낮은 등급을 받는 공공기관 근로자는 경영평가성과급을 지급 받지 못한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성과급의 최소지급률은 0%이므로,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는 조건 성취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며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공단 내부에서 지급되는 '내부평가성과급'에서는 판단이 달랐다.
     
    내부평가성과급도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지만, 경영평가 성과급과 달리 '최소보장' 부분이 있어서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아도 최소보장 금액은 성과급으로 받을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 공단 '성과급 지급 계획'에 따르면 "그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인 근로자들에만 지급한다"라는 '재직자조건'이 붙어 있었다. 이를 근거로 회사는 "재직 요건이 있다면 고정성이 부정되므로 이를 통상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상임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금에 '고정성'이 요구하는데, 재직자 요건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 외에 별도로 '회사 재직'이라는 요건이 필요하므로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재판부는 "내부평가성과급 중 최소보장 부분(기본지급률의 60%)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이라며 재직자 조건의 효력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최소보장 부분은 평가결과와 무관하게 차등 없이 지급돼 왔다"며 "지급일 전 퇴직하는 근로자가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재직자 조건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최소보장 부분은 근로자가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으로 이미 발생한 임금이기 때문에, 재직자 요건이 붙어있어도 소용이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임금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도 퇴직 전 자신이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임금은 청구할 수 있는 점 ▲최소보장 성과급은 내부평가결과와 무관하게 지급이 보장돼 그 지급 여부나 지급비율이 사전에 확정돼 있고, 그 발생에 별도의 조건이 필요하지 않은 점 ▲공단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예외 없이 내부평가성과급을 지급해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로를 제공하면 최소 보장 부분은 당연히 수령할 수 있는 임금으로 기대한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평가나 업무성과에 따라 차등지급되거나 그 지급 여부가 불확정인 부분과 달리, 지급이 사전 확정된 최소보장 성과급에 재직자 조건을 붙여 일방적으로 부지급을 선언하는 것은 무효"라며 "최소보장 성과급은 재직자 조건과 관계 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최소보장 성과급을 넘어서는 부분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명시적으로 판단했다. 다른 쟁점인 중식보조비와 직급보조비는 1심과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이라고 판시했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재직자조건이 형식적으로 존재한다고 해서 곧 통상임금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재직자 요건' 법리에 도전?..."전원합의체 통한 변경 불필요" 의견도

     
    한편 정기고정급에 붙인 재직자 조건은 무효라는 판단이 지난해 연이어 나와 이슈가 된 가운데, 이번 판결은 4개월만에 나온 후속 판결이라 화제다. 서울고등법원 제38민사부(재판장 박영재)는 2018년 12월과 지난해 5월, 연이어 재직자 조건이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 중 비교적 사안이 유사한 것은 5월에 나온 기술보증기금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도 내부평가 성과연봉이 이슈가 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기본성과연봉과 내부평가성과연봉 중 최소보장 부분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확정적으로 지급되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으로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당시 두 사건 모두 재판부가 같았지만, 이번 판결은 부산 지역의 다른 재판부가 내놓았다는 점에서 '하급심 분위기가 변하는게 아닌가'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하급심의 이런 경향을 두고 "통상임금 판결에서 대법원이 재직자 요건과 관련해 내린 기존 법리를 바꾸는 것이므로 전원합의체로 가야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권혁 부산대 교수는 "종래 대법원 판단도 '임금은 근로의 대가이므로, 근로가 제공됐다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 지급해야지 재직 여부를 기준으로 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재직자 조건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사례라면 재직자 조건에 따라 지급하는 금품은 임금일리가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판결의 논지는 엄연한 임금임에도 재직자 기준을 둔 것은 '무효'이므로, 비록 재직자 규정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고려할 필요 없이 통상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법원의 논지에 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이 굳이 전원합의체를 거쳐서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만약 현재 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판결들이 전원합의체가 아니라 대법원 개별 부 차원에서 상고심을 통해 확정된다면,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는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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