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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2-01-03 16:21:09

    수정 : 2022-01-11 15:00:26

현대중공업 판결로 본 신의칙 적용에 관한 판결 동향

2022-01-03 16:21:09



현대중공업 판결로 본 신의칙 적용에 관한 판결 동향
[2022년 1월호 vol.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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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월간노동법률] 류지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1.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판단에 관한 쟁점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①소정근로의 대가 ②정기성 ③일률성 ④고정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명절 상여금을 포함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하 '정기상여금')은 ①(회사의 경영성과를 배분하는 성격의 이른바 '경영성과급'과는 달리) 소정근로의 대가로 인정됨에 무리가 없고 ②그 지급단위 기간에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면 정기성 요건을 충족하고 ③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할 것이므로 일률성 요건도 충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판단에 있어서 핵심적인 쟁점은 ④고정성의 인정 여부인데, 고정성은 통상적으로 근로(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해당 임금이 당연히 지급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 한다. 

    먼저, 정기상여금 중 회사의 경영성과, 부서평가, 개인성과 등에 따라 변동적으로 지급되는 부분이 있다면(이하 '변동지급분'), 이러한 변동지급분은 소정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개인성과 등에 따라 그 지급 여부가 결정되고 소정근로를 제공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당연히 지급되지 않으므로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

    다음, 정기상여금 중 회사의 경영성과, 부서평가, 개인성과 등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부분이 있고(이하 '최소지급분'), 이러한 최소지급분이 퇴직자에 대해서도 그 전액 또는 재직기간에 비례해 계산한 금액이 지급된다면 이는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지급되는 것이므로 고정성이 인정돼 통상임금성도 인정된다.

    문제는 정기상여금 최소지급분에 대해서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 대해서만 이를 지급하는 취지의 이른바 '재직자 요건'이 부가돼 있는 경우이다. 즉 이러한 재직자 요건이 유효한지(무효라면 퇴직 시에 그 전액 또는 재직기간에 비례한 금액을 지급해야 하므로 고정성이 인정돼 통상임금성도 인정될 것이다), 만약에 유효하다면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할 경우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정기상여금 최소지급분이 전혀 지급되지 않으므로 고정성을 부정할 것인지, 혹은 퇴직은 예외적이고 특수한 사정이라고 보아 이를 고려하지 않고서 고정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통상임금성도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2. 재직자 요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에 관한 종래 판례의 경향: 고정성 부정, 통상임금성 부정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와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그 임금은 이른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그 특정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당해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 조건이 성취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므로,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단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다. 즉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을 인정했고, 이러한 재직자 요건이 부가된 임금은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요건의 효력을 인정한 후 재직자 요건이 있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해 정기상여금에도 재직자 요건의 효력이 인정됨을 밝혔고(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다213520 판결), 그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계속 선고됐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다274119 판결,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6다15150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7다232020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6다238120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6다38306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다237653 판결, 대법원 2018. 1. 11. 선고 2017다266092 판결, 대법원 2018. 7. 25. 선고 2018다226749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7다4638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7다247602 판결 등).

    3. 재직자 요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에 관한 최근 법원의 판단 동향: 하급심 법원이 재직자 요건에도 불구하고 고정성 또는 통상

    임금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고 그 상고심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에 있음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종래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을 인정해왔고, 재직자 요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그러나 재직자 요건을 무효로 보거나 재직자 요건은 고정성 부정 요건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견해가 적지 않았는데, 최근 ①서울고등법원 2018. 12. 18. 선고 2017나2025282 판결(세아베스틸 사건) 및 서울고등법원 2019. 5. 14. 선고 2016나2087702 판결(기술보증기금 사건)은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요건을 무효로 판단했고, ②서울고등법원 2020. 12. 2. 선고 2016나2032917 판결(인지컨트롤스 사건)은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직자 요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의 고정성 및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고, 위 사건들의 상고심이 현재 대법원에 계속되고 있는데[2019다204876 사건(세아베스틸 사건), 2019다244942 사건(기술보증기금 사건), 대법원 2020다300626 사건(인지컨트롤스 사건)], 대법원은 세아베스틸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고 있고,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전원합의체 판결로 해야 하므로 이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통상임금성 부정)을 변경(통상임금성 인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요건이 유효할지, 재직자 요건에도 불구하고 고정성 및 통상임금성이 인정될지는 향후에 선고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판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16다7975 판결(현대중공업 사건)은 급여세칙에서 '명절 상여'를 퇴직자에게도 일할 계산해 지급하도록 명시해 규정하고 있었으나 실제 지급 실태가 지급일 재직요건을 적용했던 경우(퇴직자에게 미지급) 명절 상여에 재직자 요건에 관한 노사 간의 묵시적 합의 또는 관행에 있었는지 및 이러한 묵시적 합의 또는 관행에 따라 고정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었는데, 대법원은 그러한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이나 재직자 요건이 부가된 임금의 통상임금성(고정성)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명문의 규정(급여세칙의 일할계산 규정)이 지급 실태(퇴직자 미지급)에 우선한다고 보아 명절 상여를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명절 상여의 고정성 및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

    이처럼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 및 그 요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에 관해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 3부는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명절 상여의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이나 재직자 요건이 부가된 명절 상여의 통상임금성에 대한 명시적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단지 현대중공업의 명절 상여는 명문의 규정(급여세칙의 일할계산 규정)이 지급 실태(퇴직자 미지급)에 우선한다고 보아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는바, 이는 재직자 요건의 효력 및 재직자 요건이 부가된 임금의 통상임금성에 관한 종래의 대법원 판례가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재직자 요건의 존재 여부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3부)에서 판단한 것이므로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요건이 유효한지, 재직자 요건에도 불구하고 고정성 및 통상임금성이 인정될지에 관한 대법원의 확정적 판단이 내려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에 관해서는 향후 선고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4.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항변 인정에 관한 판례 동향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이미 지급된 임금의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로자의 임금 청구를 제한하는 법리인 신의칙의 적용 요건으로, ①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가 무효임이 명백하게 선언되기 이전에 노사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신뢰한 상태에서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를 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 등을 정했는데, ②근로자가 그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추가 임금을 청구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될 기업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를 제시한 바 있다.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대법원은 아시아나항공 사건(2015다61415 판결), 쌍용자동차 사건(2017다7170판결), 한국지엠 사건(2015다71917 판결) 정도에서 근로자의 임금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인정했을 뿐이고 그 외 대다수의 사건에서는 사용자의 신의칙 항변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대법원은 종래에도 신의칙 항변의 인정에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사건(2016다7975 판결)에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 참조)"는 시영운수 판결을 인용한 후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며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인한 실질임금 인상률, 통상임금 상승률,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그 변동 추이,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인건비 총액, 매출액, 기업의 계속성·수익성, 기업이 속한 산업계의 전체적인 동향 등 기업 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그러한 경영 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며 신의칙 적용을 부정했다.

    현대중공업 판결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이유로 한 근로자들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신의칙 적용 범위를 좁힌 것으로 평가된 위 대법원 2015다217287 판결(시영운수 판결)의 입장에 따르면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 요소를 새로이 설시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사실심 변론 종결 무렵 피고의 경영상태가 일시적으로 악화됐지만 그러한 '경영상태 악화를 사용자가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사실상 일시적 경영상태 악화를 신의칙 적용 범위에서 제외했는 바, 신의칙 적용 기준이 기존 시영운수 판결과 비교해도 더욱 엄격해진 것으로 보이므로, 신의칙 항변의 인정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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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지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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