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월간노동법률]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비위행위를 한 직원(이하 '비위 직원')이 징계처분을 받기 전에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사직의 효력 발생 시기와 관련해 사용자가 사직을 수리하지 않고 징계할 수 있는지가(징계해야 하는지) 실무상 문제된다. 또한 사직 또는 기간 만료 등으로 퇴직한 직원의 재직 중 비위행위가 밝혀진 경우 퇴직자에 대해 징계할 수 있는지도 문제된다. 

1. 비위 직원 사직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

근로자가 사직서를 작성해 사용자에게 제출한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직서는 사용자와의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하는 의사표시를 담고 있는 것이므로 당사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사용자가 그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해 합의해지(의원면직)가 성립하거나 민법 제660조 소정의 일정기간의 경과로 그 사직서 제출에 따른 해지의 효력이 발생함으로써 종료된다(대법원 1997. 7. 8. 선고 96누5087 판결).

그리고 민법 제660조 제1항은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통고할 수 있다"고 규정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근로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사직)를 통고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660조 제3항은 위와 같은 사직의 효력은 (월급 등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사용자가 사직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당기 후의 1기를 경과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 민법 제660조는 근로자에게 해약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저촉되는 것은 무효인 강행규정으로 해석되고 있다. 예컨대 취업규칙에서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한 후 2주 후에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사직 자유를 법보다 더 보장하는 것이므로 유효하지만, 사직서 제출 후 2개월 후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법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하므로 무효로 해석된다(대법원 1997. 7. 8. 선고 96누5087 판결 참조).

따라서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사용자가 사직을 수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직서 제출일로부터 당기 후의 1기(월급인 경우 1월)가 경과한 경우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비위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사용자가 비위 직원을 징계할 필요가 있다면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징계 절차를 종료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법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16조 제2항 제2호도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 동 사직서 제출경위를 조사하고 민법 제660조 등 관계법령에 의한 고용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징계조치 및 사고금 보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해, 사직서 제출 시 (사용자가 수리하지 않더라도) 민법 제660조에 따라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금융기관이 취해야할 조치를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규정의 적용을 받는 금융기관은 위 규정 제16조 제2항에 따라 정직 이상의 징계처분이 예상되는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 징계 확정 전에 사직서를 수리해서는 안 되고 민법 제660조에 따라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징계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처럼 민법 제660조의 존재로 인해 비위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사용자가 해당 직원을 징계할 필요가 있다면 민법 제660조에 따른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징계 절차를 종료할 필요가 있는데(단, 금융기관은 정직 이상의 징계처분이 예상되는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 징계 확정 전에 사직서를 수리해서는 안 되고 사직 효력 발생 전에 징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 예외적으로 민법 660조의 규정을 배제하는 취지의 특별법이 있으므로 해당 특별법이 적용되는 사용자는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사립학교법은 의원면직을 신청한 교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교원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 중인 경우, 수사기관에서 조사 또는 수사 중인 경우, 관할청에서 비위행위를 감사 또는 조사 중인 경우 의원면직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민법 제660조를 배제하는 특별규정으로 해석되므로) 교원의 임용권자는 해당 사유가 소멸할 때까지 의원면직을 허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공무원에 대해 적용되는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 제한에 관한 규정도 위 사립학교법과 유사한 사유를 의원면직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도 임원에 대해 위와 유사한 사유를 의원면직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군무원인사법에도 일정 대상자에 대한 의원면직 제한 규정이 발견된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비위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사용자가 해당 직원을 징계할 필요가 있다면 민법 제660조에 따라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징계 절차를 종료할 필요가 있다. 다만, 민법 제660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법이 적용되는 일부 대상자의 경우(공무원, 사립학교 교원 등) 사직의 효력이 민법 제660조에 따라 발생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되고, 의원면직 제한 사유가 소멸할 때까지 사직을 수리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2. 퇴직자에 대한 징계 가부

징계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이미 근로관계가 종료된 퇴직자에 대한 징계는 원칙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그런데 실무상 회사에 적용되는 법령(이하 '관련 법령') 또는 사규를 근거로 퇴직자에 대한 징계가 종종 행해지고 있는바 이러한 징계의 효력 및 불복 방법이 문제된다.

대법원은 금융투자회사가 퇴사한 직원의 재직 중 비위행위를 이유로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과 회사 표창징계규정 등에 따라 징계면직 통보를 한 사안에서, "이 사건 징계면직처분은 통상적인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로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징계처분이 아니라 이 사건 투자권유행위가 징계해직 상당의 처분을 받을 정도로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처분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표창징계규정 등에 따른 것으로 피고에게 처분 권한이 있으니 근로계약이 종료됐다는 이유만으로 무효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며(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98072 판결,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2. 10. 12. 선고 2012나24073 판결), 관련 법령 및 사규를 근거로 퇴직자에 대해 확인적 의미의 징계처분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같은 취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7. 22. 선고 2015가합111038 판결).

위 사안에서 법원은 금융투자회사에 적용되는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에서 금융투자회사의 퇴직직원에 대해서도 징계퇴직 상당의 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고 회사가 사규(표창징계규정)에서 위 규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퇴직자에 대한 확인적 의미의 징계처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는바, 관련 법령에서 퇴직자에 대한 징계처분(또는 징계상당의 처분)의 근거를 두고 있다면 퇴직자에 대한 징계도 가능할 것이다. 퇴직자에 대한 징계를 규정하는 관련 법령으로는 위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이 발견된다.

한편 관련 법령에 퇴직자에 대한 징계처분(또는 징계상당의 처분)의 근거가 없는 경우 사용자가 사규(퇴사자에 대한 징계규정)를 근거로 퇴직자를 징계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제된다. 이미 퇴직한 사람에게는 사규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관련 법령의 근거가 없다면 징계하더라도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위 금융투자회사 사건에서 대법원이 판단한 것처럼 퇴직자에 대한 징계는 (통상적인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징계처분이 아니라 재직 중이었다면 징계퇴직 상당을 받을 정도의 중대한 비위행위라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의 처분이므로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사용자는 퇴사자에 대해서도 징계형평(예컨대 공동으로 비위행위를 한 다른 재직 직원을 징계한 경우), 재입사 제한(예컨대 회사 규정에 징계퇴직된 직원의 재입사를 제한하는 경우) 등을 위해 (확인적 의미의) 징계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실익도 있다. 

다음으로, 퇴직자에 대한 (확인적 의미의) 징계가 행해진 경우 퇴직자가 해당 징계처분에 대해 무효 확인을 구할 수 있는지 있는지 문제된다. 위 금융투자회사 사안에서 대법원은 금융투자회사 직원의 경우 퇴직 후 '징계퇴직' 상당의 처분을 받은 경우 금융투자회사의 취업에 제한되므로 이러한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징계처분에 대한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봤다. 반면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7. 22. 선고 2015가합111038 판결은 퇴직 후 '정직' 상당의 처분은 금융투자회사 재취업 제한 사유가 아니므로 해당 처분으로 해당 직원의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없어 무효확인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봤다). 

필자는 (i)위 대법원 판결과 같이 퇴직 후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 관련 법령에서 재취업 제한이 규정돼 있는 경우 뿐 아니라 (ii)사규에서 징계자 재입사 제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거나 (iii)사규에서 징계퇴직자를 채용하는 다른 회사에 대해 거래관계를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퇴직자의 재취업이 제한되거나 퇴직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도 퇴직자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가 위험 또는 불안이 있으므로 무효확인청구의 소의 이익(확인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용자는 퇴직 후 징계할 수 있지만 근로자는 해당 징계가 부당한 경우에도 무효임을 확인받을 수 없다는 불균형이 발생한다. 

그것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과 최근 소의 이익을 확대하는 판례의 경향에도 부합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