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채용 시 흔히 활용하는 평판 조회(레퍼런스 체크). 어디까지가 '합법'일까?

전문가들은 근로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평판 조회를 한 경우 조회를 한 사람과 응답한 사람 모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인사ㆍ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가 평판 조회에 응할 경우 처벌 수위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17일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판 조회(레퍼런스 체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2명은 이직할 때 평판 조회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64.7%는 '이직 시 평판 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특히 사무직(69.2%), 보건ㆍ사회복지 서비스업(75.2%)에서 이 같은 응답이 높았다.
 
이직했을 때 회사에서 평판 조회를 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더니 '그렇다'는 응답은 24.1%로 나타났다. 평판 조회를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정규직(29.3%), 노동조합원(38.2%), 사무직(32.0%), 보건ㆍ사회복지 서비스업(30.7%), 공공기관(34.4%)일수록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불리한 평판 조회를 겪게 될까 봐 비리나 부당한 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답변한 직장인은 전체 응답자 중 45.4%였다. 연령대별로는 20대(56.1%)가 50대(37.8%)에 비해 20% 가량 높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69.6%는 '구직자의 동의 없이 진행하는 평판 조회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응답했다. 한편 전체 응답자 중 81.3%는 구직자 동의 없이 평판 조회를 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상 취업방해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용자들 간에 교류가 많은 사회복지업종 등은 평판 조회가 심각한 취업방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각종 부당한 직장 내 문제에 이의 제기도 못 하게 만들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상 취업방해죄에 대한 폭넓은 해석과 함께 제도 보완을 병행해 평판 조회가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동의 없는 평판 조회, 답변만 해도 처벌

전문가들은 사전 동의 없는 평판 조회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전 동의 없이 평판 조회를 할 경우 평판 조회를 한 사람 뿐만 아니라 평판 조회에 응한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주관적 평가라고 해도 기초하고 있는 사실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개인정보가 넘어갈 여지가 있다. 그렇기에 동의 없는 평판 조회는 리스크가 있는 것"이라며 "이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근로자에게 사전 평판 조회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수민 더원컨설팅 공인노무사는 사전 동의 없이 평판 조회를 할 경우 평판 조회에 답변한 사람도 개인정보보호법이나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답변한 사람이 인사팀 소속 근로자일 경우 일반 근로자보다 처벌의 수위가 강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 노무사는 "인사팀의 경우 보통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일반 동료나 상사라도 명예훼손 등의 여지가 있는 답변을 했을 경우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노무사는 사전 동의 없는 평판 조회를 근로기준법상 취업방해죄로 봐야 한다는 직장갑질119 주장에 대해 "평판 조회가 취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유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구정모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평판 조회를 합법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으로 내부 추천을 소개했다.

구 교수는 "현재 국내 기업에서는 외부 컨설팅 기관에 평판 조회를 맡겨 평판 조회 대상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을 5~6명 찾아 정보를 받는 방식으로 평판 조회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채용 자리가 났을 대 내부 직원들의 추천으로 지원자를 꾸려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평판 조회에서 중요한 것은 전문성 요건과 문화적 지향점인데, 외부 컨설팅 기관을 통한 평판 조회는 자원이 많이 들고 그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며 "내부 직원의 추천이 가장 효과적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평판 조회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