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입법연구분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강원본부ㆍ부산본부, 정의당 비상구 등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실효성 확보 및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고용승계기대권 보장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정현 기자 axs@)
 
용역업체가 변경될 경우 종전 용역업체 근로자에게 고용이 승계될 것이라는 '고용승계 기대권'만으론 용연근로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고용이 승계된다는 '기대'가 아닌 '원칙'을 골자로 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실효성 확보 및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고용승계 기대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입법연구분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강원ㆍ부산본부, 정의당 비상구 등이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2019년 발표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고 공공부문의 용역근로자에 대한 고용승계 기대권을 보장하기 위해 열렸다.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은 용역계약 시 업체를 선정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용역 업체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승계 기대권은 2021년 대법원 판례를 통해 그 개념이 인정됐다. 판례에 따르면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에 대한 고용승계 조항 포함했는지 여부 및 구체적 계약 내용 ▲용역계약 체결 동기와 경위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승계 관련 기존 관행 등을 바탕으로 기대권을 인정한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례로 만들어진 고용승계 기대권의 개념으로는 용역근로자의 고용을 충분히 보장할 수 없다며 용역 업체에 대한 고용승계를 의무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유럽연합(EU)의 경우 1970년대부터 이와 관련된 법안을 만들어 놨고, 가입국 대부분이 영업 양도나 분할과 같은 기업 변동이 생겼을 때 근로관계가 승계된다는 원칙을 세워 놨다"며 "기업에게는 입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유럽 또한 공공부문에서 고용승계와 관련된 문제가 많이 제기 됐지만 입법으로 해결해 왔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한국의 경우 1990년도에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로 인해 영업 양도가 많이 일어났다. 그래서 당시 법원이 영업 양도 시 근로관계가 승계된다는 판례 법리를 만들었다"며 "하지만 그 논리가 매우 취약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고용승계를 법적으로 주장하려면 90년대의 판례나 고용승계 기대권의 판례를 인용해야 한다. 그런데 회사가 그걸 거부하면 소송으로 가야만 해결할 수 있는 구조"라며 "'고용승계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고용승계가 원칙이다'라고 확립할 수 있는 입법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업 양도 시에 고용이 보장되느냐에 대한 법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판례에 맡겨져 있고, 법 해석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판례나 관행 등에 기대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공인노무사는 특별법 제정이 어려울 경우, 특정한 상황에 한해 기존 근로관계의 포괄적 승계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 노무사는 "관련 입법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행정부에서 2019년 발표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은 지침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대외적인 구속력을 부정당하고 있다. 판례는 법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법의 공백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 노무사는 "여러 사례를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고용승계를 해야 한다고 조항에 명시하고 있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예외가 된다. 그러나 특별한 사정이 어떤 사정인지는 용역근로자들이 알 수 없어 수많은 근로자들이 고용불안정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하 노무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의 형태로 고용승계 원칙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해관계로 인해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용역업체의 변경이라는 경우에 한정해서 근로기준법에 포괄적 승계 원칙 조항을 명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