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안 합의 결과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6년 최저임금이 시급 1만320원으로 결정돼 올해 대비 190원(2.9%) 인상된다. 209시간 기준 월급으로 환산하면 215만6880원이다. 2008년 이후 17년 만에 표결 없이 노사 합의로 결정됐다.
 
11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320원으로 결정했다. 전날 오후 3시에 시작한 회의는 오후 11시를 넘겨 끝났다.
 
노사 합의로 내년도 최저임금 '1만320원' 결정
 
전날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공익위원의 심의 촉진 구간(1만210원~1만440원) 내에서 9차, 10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9차 수정안에서 근로자위원 측은 1만440원(4.1% 인상), 사용자위원 측은 1만220원(1.9% 인상)을 제시했다. 이후 10차 수정안에서 근로자위원 측은 1만430원(4.0% 인상), 사용자위원 측은 1만230원(2.0% 인상)을 제시했다. 노사 최초 제시안의 차이는 1470원이었지만 10차 수정안에서 200원까지 줄어들었다.
 
10차 수정안이 제출된 이후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이 사용자위원을 설득한 끝에 노사 합의로 1만32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결정했다. 다만,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근로자위원들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 촉진 구간에 항의해 합의 전 회의장을 퇴장했다. 결국 합의는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없이 이루어졌다.
 
사용자위원 측은 "합의 과정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위원들의 강력한 반대 의사로 진통을 겪었으나 결국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에 이르렀다"며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난 심화나 일자리 축소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보완을 병행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988년 최저임금이 도입된 이후 역대 인상률과 비교했을 때 7번째로 낮다. 역대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1.5%였다.
 
적용 연도 기준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수준과 인상률은 ▲2022년 9160원(5.1%) ▲2023년 9620원(5.0%) ▲2024년 9860원(2.5%) ▲2025년 1만30원(1.7%) ▲2026년 1만320원(2.9%)이다.

최임위는 의결한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후 고용부는 이의제기 절차 등을 거쳐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한다. 이 절차를 마치면 내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 효력이 발생한다.
 
민주노총, 낮은 심의 촉진 구간에 항의 퇴장
 
공익위원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처음부터 노사 합의를 강조해 왔다. 

근로자위원은 최초 요구안 1만1500원(14.7% 인상)을 시작으로 ▲1차 1만1500원(14.7% 인상) ▲2차 1만1460원(14.3% 인상) ▲3차 1만1360원(13.3% 인상) ▲4차 1만1260원(12.3% 인상) ▲5차 1만1140원(11.1% 인상) ▲6차 1만1020원(9.9% 인상) ▲7차 1만1100원(9.7% 인상) ▲8차 1만900원(8.7% 인상) 순으로 수정안을 제출했다.

사용자위원은 최초 요구안으로 1만30원(동결)을 제출한 뒤 ▲1차 1만60원(0.3% 인상) ▲2차 1만70원(0.4% 인상) ▲3차 1만90원(0.6% 인상) ▲4차 1만110원(0.8% 인상) ▲5차 1만130원(1.0% 인상) ▲6차 1만150원(1.2% 인상) ▲7차 1만170원(1.4% 인상) ▲8차 1만180원(1.5% 인상)으로 수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8차 수정안까지 제출한 후에도 노사 합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했다. 공익위원이 제10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심의 촉진 구간을 1만210원(1.8% 인상)~1만440원(4.1% 인상) 사이였다.
 
공익위원은 심의 촉진 구간의 하한선인 1만210원은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인 1.8%를, 상한선인 1만440원은 국민 경제 생산성 상승률 전망치(경제성장률 0.8%+소비자 물가 상승률 1.8%+취업자 증가율 0.4%)인 2.2%와 2022년~2024년 누적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최저임금 인상률의 차이 1.9%를 더한 4.1%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상한선인 1만440원(4.1%)를 적용한다 해도 김대중 정부 첫 해 인상률인 2.7% 이후 가장 낮은 정부 첫 해 최저임금 인상률이라며 반발했다.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은 각 정부의 첫 해 인상률은 ▲김영삼 정부 8% ▲김대중 정부 2.7% ▲노무현 정부 10.3%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7.2% ▲문재인 정부 16.4% ▲윤석열 정부 5.0%였다.
 
특히, 민주노총 근로자위원은 심의 촉진 구간이 너무 낮게 설정된 것에 항의하며 심의 촉진 구간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 내에서 수정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자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은 심의 촉진 구간에 항의하는 의미로 퇴장했다.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심의 촉진 구간을 재논의해 달라고 공익위원과 면담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지금 공익위원이 설정한 심의 촉진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면 사실상 실질임금은 삭감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